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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아이러니’ 치명률 낮아질수록 초과 사망은 증가…비코로나 환자 의료 접근성↓

    2022년 3월 초과 사망자 수 1만8000명…코로나 중환자실로 병상, 인력 동원으로 피해

    기사입력시간 2022-09-06 07:24
    최종업데이트 2022-09-06 08:53

    연세의대 김영삼 교수. 사진=한국과총 온라인 실시간 공동포럼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코로나19 위중증도를 낮추고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의료 인프라를 집중했던 우리나라 방역 정책 뒤에 초과 사망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중환자실을 늘리기 위해 일반 중환자 병실은 물론 중환자 간호사가 대거 동원되면서 기존의 일반 중증 환자의 의료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연세의대 내과학교실 김영삼 교수는 5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열린 ‘계속되는 코로나19 환자 발생과 가을 대책’에 대한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영삼 교수는 “코로나19 치명률은 2022년 3월 이후 0.12%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치명률”이라며 우리나라가 다양한 방역 정책을 통해 비교적 코로나19 위중증률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사진=김영삼 교수 발표 자료

    하지만 김 교수는 2015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데이터를 이용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월별, 계절별, 연도별 공변량을 고려한 초과사망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고, 그 결과 2021년 8월부터는 초과 사망이 꾸준히 관찰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초과사망’은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을 상황과 비교해 얼마나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는지 나타내는 수치로, 코로나19 대응과 별도로 다른 질환에 대한 의료 대응의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사실 2020년 12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력하게 진행되던 시기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한 JKMS 연구 논문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초과 사망은 거의 없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2020년도에는 JKMS 논문대로 1차 유행인 3월, 2차 유행인 8월 그리고 12월 초과 사망이 발생하긴 했지만, 그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2021년 역시 7월까지 초과 사망이 관찰되지 않았지만, 8월부터 초과 사망이 꾸준히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미크론 변이가 정점에 있었던 2022년 3월 초과 사망자 수는 월 1만8000명에 달했다. 당시 코로나 사망자는 8100명으로, 절반 이상의 사망자가 코로나 이외의 원인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영삼 교수는 ”우리나라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초과 사망이 상당히 많이 발생했다. 이에 비해 치명률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낮았다“며 코로나19 대응 평가 시 이 부분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김영삼 교수 발표 자료

    김 교수는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초과 사망이 증가한 원인을 코로나19 위중증률과 사망자 관리에 집중하느라 비코로나19 환자 관리에 소홀했던 정책에서 찾았다.
     
    건강보험 청구자료에 따르면 급성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폐렴, 뇌경색증, 협심증 환자 수가 직전 해인 2019년에 비해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과 2021년 급격하게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2019년 31만4775명이었던 폐렴환자 수는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18만3157명, 2021년 12만 6753명으로 급격하게 그 숫자가 줄어들었고, 뇌경색증 환자 수는 2019년 10만8640명에서 2020년 10만7319명, 2021년 10만5635명으로 감소했다. 협심증 환자 수도 2019년 10만3113명에서 2020년 9만3121명, 2021년 9만5180명으로 줄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재원 중증 환자 수가 증가하면 초과 사망자 수가 증가한다“며 ”코로나 중환자를 보기 위해 의료 역량이 집중되면서, 일반 중환자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김영삼 교수 발표 자료

    그는 구체적으로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상급종합병원에 1%의 병상 동원령을 내렸던 사건을 언급했다. 상급종합병원 전체 병상으로는 1%지만, 전체 중환자실로 따지면 20%에 해당하는 큰 규모이기 때문이다.
     
    중환자간호사회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45개 병원에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만들기 위해 일반 중환자실 466병상을 축소 운영했다. 이는 전체 병상의 12.8%에 해당한다. 즉 많은 수의 중환자실이 코로나19로 인해 운영되지 못했던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바로 인력 부족이다. 2021년 12월, 병상 동원령이 떨어졌을 당시 21개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의 297개 코로나19 중환자병상에 의사 212명 간호사 1167명이 배치됐는데, 이는 필요 인원의 58%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중환자실 간호사가 아니라 외부 파견 및 일반 병동 간호사였다.
     
    이처럼 인력 부족으로 코로나 환자에게조차 제대로 된 케어가 이뤄지지 못했고, 비 코로나 환자들은 더욱 더 극심한 간호인력 부족과 전문성 부족 속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초과 사망이 나타나지 않는 수준으로 의료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치명률보다는 초과 사망자 수가 중요하다. 전국에 위중증 환자가 300명 이상 재원하기 시작하면, 초과 사망이 시작된다. 위중증 환자가 1000명 이상 재원하면 한 주에 2400명까지 코로나19 이외 초과 사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도 우리나라에서는 위중증 환자가 매일 5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중환자의학회에서 요구한 컨트롤타워, 중환자 병상 시스템 및 이송 시스템 구축 등이 시급하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