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사 없이 의료기사가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최근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면서 통합돌봄 시스템 안에서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의료기사가 의료기관 외 가정 등을 방문해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상황이다.
여야는 4월 국회 내에 개정안의 상임위 통과를 계획 중이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최보윤 의원(국민의힘)은 21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의료기사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를 ‘지도 또는 처방·의뢰에 따라’로 수정해 의료기사의 업무범위를 확대하도록 하는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남인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돌봄통합지원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돼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이 병원 입소와 시설 입소 중심에서 벗어나 살던 곳에서 의료와 요양, 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2020년 12월부터 재활환자 재택의료 시범사업이 추진됐음에도 거동 불편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방문재활 사업은 의료기사법이 개정되지 않아 본사업으로 전환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의료기사가 의료기관 외의 가정이나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의료기사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며 "현재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고 오는 28일 복지위 법안심사1소위가 개최될 예정이나 대한의사협회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개정안 상정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한재활의학회, 의사협회 등과 수차례 논의해 의료기사법 개정 관련 의료기사 단독 개원은 불가하고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료기사가 원내는 의사의 지도, 원외는 처방으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전적으로 의사의 통제 범위 내에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 우려 사항을 해소했다. 의협이 적극 협조해달라"고 강조했다.
최보윤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직역 간의 다툼이 아니라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장애인, 노인, 사회복지 등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가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로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국민을 위해 이제는 집으로 찾아가는 보건의료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현재 계류 중인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직역 간의 다툼이 아니다. 최근 시행된 돌봄통합지원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법 개정을 통해 가장 기초적인 민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사의 명확한 처방이 있음에도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집에서 꼭 필요한 재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이젠 바꿔야 한다. 진정한 환자 안전은 환자들이 병원으로 힘겹게 오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머무는 삶의 터전으로 직접 찾아가 따뜻한 돌봄을 제공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법안에 대해 의사협회는 "의사의 면허권을 침해하고 국민의 생명·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법안"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의협은 "의료법 체계에서 의료기사는 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는 의료행위의 본질이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환자 상태에 대한 책임’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은 ‘지도’ 외에 ‘의뢰나 처방’만으로도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의사의 감독·책임 체계를 약화시키고 무자격자의 의료행위 가능성을 열어두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과거 간호법 제정 논의 당시에도 ‘지도 또는 처방 하’라는 문구는 ‘의사의 지도’를 배제한 독자적 진료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고, 논란이 있어 법안 심사 과정에서 삭제됐다"며 "이번에 의료기사법에서 다시 동일한 조항이 등장한 것은, 의사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이자 의료체계 안정성을 해치는 반복된 입법 남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