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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 Back to the BASIC, 기본을 지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

    불순물 논란과 GMP 위반…mRNA 등 신약개발 위한 기초연구 기반 미비

    기사입력시간 2022-01-04 06:35
    최종업데이트 2022-01-04 06:35

    사진 =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해 2월 신아양행에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용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제조‧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2021년에는 의약품 품질관리가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메디톡스, 바이넥스, 비보존제약에 이어 종근당까지 잇따라 터진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위반으로 이어졌습니다. 매출 1조원의 잘나가던 제약사도 역풍을 맞은 이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대단한 기술이나 재량 때문이 아닌,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한 가벼운 일탈에서 비롯됐습니다.

    실제 식약처 담당사무관도 "업체별로 사유는 다양하나, 변경 허가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려는 경제적 이유, 위반을 해도 약사 감시만 피하면 되고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크지 않아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감에서도 상당한 질타가 이어졌고 이 같은 일탈을 계기로 1+3 생동 품목 제한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도 통과됐습니다. 한 성분당 제네릭수가 최대 138개에 달하며 성분당 평균 제네릭수가 80개에 이르는 등 공동·위탁생동과 위탁제조 무제한 허용으로 인해 제네릭 품목 과당과 이로 인한 위탁품목 자체 품질관리(QC) 부실 문제가 나오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임의로 첨가제를 사용하거나 원료함량을 변경하고, 기록서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등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의약품의 성질은 매우 예민해 공정이나 절차가 조금만 달라져도 품질이 대폭 바뀔 수 있국민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잇따라 터지는 제조 공정 위반에 QbD(Quality by Design)제도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약품의 원료부터 제조 및 판매에 이르기까지 제품과 공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발생 우려가 있는 위험 요소를 분석하고 이를 중점 관리하는 의약품 개발 방식입니다. 식약처는 제약업체가 우수한 품질의 의약품을 지속적으로 생산∙유통할 수 있고 품질관리 전략 수립 및 시행이 가능하도록 QbD 제도의 도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일환으로 올해 맞춤형 QbD 기술 컨설팅 지원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3개월간 단계별로 분야를 세분화해 개발 현황과 품목 특성에 맞는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에는 이미 5년여전부터 QbD를 연구하면서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동아에스티를 방문, 도입 이유와 장단점, 앞으로의 과제 등을 자세히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이는 제약기업은 물론 고품질 의약품을 합리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보건당국과 국민 모두에게 긍정적인 제도인만큼, 초기 경제적인 부담을 정부가 지원한다면 제도 안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약가 우대와 함께 한국 실정에 맞는 재정적 지원이나 관련 인력 교육 지원 등도 이뤄지면 많은 기업들이 도전해볼 수 있다고 말입니다. 

    올해 연말 제약이슈는 불순물 사태가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이 역시 '기본'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물론 의도하지 않은 불순물이고 섭취시 인체 영향도 미미하기 때문에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고혈압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큰 문제입니다. 이를 방증하듯 올해 의사 독자들이 가장 많이 본 뉴스도 로사르탄 불순물 사태였습니다.

    로사르탄 이슈에 서 있는 한 제약사는 "그동안 안전성, 효능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번 아지도 불순물 사태 이후 즉각적으로 회수 조치에 들어갔으며, 현재 나오는 제품은 모두 불순물 검사를 마친 안전한 제품들"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회수가 얼마만큼 이뤄지고 있는지, 문제가 된 의약품을 환자들이 얼마나 섭취했을 것으로 보는지, 현장에서 환자들의 민원이나 의견은 어떤지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다. 문제되는 제품들은 회수 중이다"라는 부실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물론 제약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검사법의 등장으로 10년간 정상적으로 만들어왔던 의약품에서 불순물이 나온다고 하니 황당하기 그지 없을 것입니다. 이로 인해 제조 공정도 바꿔야 하고 기존 약들을 회수해야 하는 재정적 손실도 발생하니까요. 

    그렇지만 국민 건강을 위해 약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제약사라면 당연히 감내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보다 빠르게 회수에 속도를 내고 해당 정보를 신속·정확하게 알릴 뿐만 아니라 그간 약을 복용해온 환자들의 모니터링을 지원하는 역할에 손을 내미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결국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신경을 쓰다보면 더 좋은 약이 개발되고 이는 곧 환자 뿐 아니라 제약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으로 선순환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제약업계에 많은 이목이 쏠렸습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렇게 주목을 받아본 것은 처음일 것입니다. 아직 다른 산업군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사람을 살린다'는 특성에 비춰보면 영향력은 그 어느 산업군보다도 크고 위대합니다. 그간의 이슈를 되짚어 보면 해답은 결국 기본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품질관리의 기본 원칙을 지킨다면 향후 5~10년 뒤엔 제약바이오산업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뤄 미래성장동력이란 타이틀을 넘어 국가기반산업으로 도약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