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스위스 바이오 기업인 아라리스 바이오텍(Araris Biotech AG)에 투자한다. 아라리스는 ADC(antibody-drug conjugate·항체-약물 접합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독점적인 ADC 링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Samsung Life Science Fund)'를 통해 아라리스에 투자했다고 12일 밝혔다. 삼성은 2021년 7월 바이오 분야의 신사업 기회를 발굴을 목표로 1500억원 규모의 이 펀드를 조성했다. 아라리스의 시리즈 A 투자 진행에 앞서, 삼성은 전략적 투자자로서 단독으로 투자에 참여했다. 투자금은 아라리스의 ADC 후보물질 추가개발 등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ADC는 항원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체와 치료 효과를 지닌 약물이 '링커(linker)'라는 연결 물질로 결합된 바이오의약품이다. 항체가 특정 세포를 표적 삼아 유도탄 방식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항암 효과는 강력하고 정상조직에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아라리스는 2019년 스위스의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ETH Zurich)에서 분사돼 설립된 기업으로, 차세대 ADC 링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DC 기술은 항체에 약물을 무작위로 결합시키는 1세대, 항체 유전자 변형을 통해 특정 위치에만 약물을 붙이는 2세대를 거쳐 3세대까지 발전해왔다. 3세대 기술은 항체의 유전자 변형 없이 특정 부위에 약물을 부착할 수 있다.
아라리스는 3세대 기술을 바탕으로 보다 균질한 ADC를 생성한다. 기존 기술로는 링커 및 약물을 항체의 특정 위치에 부착하기 위해 별도의 엔지니어링이 필요했으나, 아라리스의 링커 플랫폼은 추가 가공 없이 항체와 결합시킬 수 있다. 즉 항체를 재설계할 필요 없이 기성품 형태의 항체에 보다 안정적으로 약물 부착이 가능하다. 또한 부착되는 약물의 개수와 종류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같은 아라리스의 링커 기술은, 기존 기술 대비 확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약물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아라리스는 질환별 최적화된 링커 툴 박스(Tool box)를 보유하고 있어 치료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투자를 통해 삼성은 아라리스와 ADC 치료제의 생산 및 개발 분야에서 협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ADC 역량을 강화하고 관련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존 림 대표이사는 "아라리스 바이오텍은 동급 최고 수준의 ADC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향후 신약 제조 및 개발 분야에서 협업 가능성을 타진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