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캐나다 노던 온타리오 의과대학이 지역 의사 양성의 모범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이 의대는 2005년 첫 입학생 56명으로 문을 열었다. 의무 복무 제도는 두지 않았다. 대신 지역 출신을 선발하고, 지역에서 가르치고, 지역에서 수련시켰다. 졸업 후 근무지가 확인된 의사 743명 가운데 375명(50%)이 북부 온타리오에서 일한다. 정착률만 보면 성공이다.
그러나 정착률은 의사가 어디에 있는지만 보여줄 뿐이다. 환자가 제때 진료받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진료의 질도 보여주지 않는다. 같은 자료에서 북부 온타리오 근무자 375명 중 농촌 근무자는 73명(19%)에 그쳤다. 대부분은 서드베리와 선더베이 같은 지역 도시에 근무한다. 교육의 중심도 가정의학과 일차의료다. 이 모델은 일반의를 길러 지역 도시에 정착시키는 모델이다. 필수 전문 진료의 공백을 메우는 모델로 보기는 어렵다.
캐나다 의료의 접근성은 한국보다 크게 낮다. 프레이저연구소 조사에서 2025년 캐나다 환자가 가정의의 의뢰를 받은 뒤 치료까지 기다린 기간의 중앙값은 28.6주였다. MRI 검사 대기 기간은 18.1주였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정기적으로 진료받는 의료 제공자가 있는 성인은 82.8%였다. 한국의 도시에서는 예약 없이 한 시간 안에 전문의를 만나는 일이 흔하다. 사실상 전문의가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나라의 정착률 수치를 한국 지역 의료의 해법으로 삼는 것은 비교 기준부터 어긋난다.
지역 의사 부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캐나다, 호주, 일본, 미국도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들 국가는 선발, 교육, 수련, 보상, 근무 환경을 함께 조합해 왔다. 한 가지 수단만으로 문제를 해결한 나라는 없다. 한국의 정책 논의는 여전히 의사 수에 머물러 있다. 의대 정원과 지역 의사 선발 인원이 논의의 중심이다. 주치의 제도 논의도 전문의 접근이 쉬운 한국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지역 의료 붕괴는 지방 소멸의 한 단면이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진행되면 환자가 줄어든다. 환자가 줄면 병원 수익과 수련 기회가 함께 감소한다. 환자를 보지 못하는 의사의 술기는 유지되지 않는다. 의사를 보내는 것만으로는 이 순환을 끊을 수 없다. 앞으로 의료 공백은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춘 의료 공급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 체감하는 것은 당장의 불편이다. 10년, 20년 뒤 지역에 어떤 의료가 남을지는 관심 밖에 있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정치의 몫이다. 몇 명을 늘릴지보다 어떤 수준의 진료를 어디에서 유지할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문제는 인원이 아니라 진료의 질이다.
제도의 성패는 설계에 들인 시간에 좌우된다. 노던 온타리오 의과대학의 지역 교육 연결망은 20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수십 년간 운용할 제도를 정해진 일정에 맞춰 단기간에 설계하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캐나다에서 배울 것은 정착률 수치가 아니다. 한 지역의 의료를 수십 년 단위로 설계하고 기다린 인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