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지난 13일 국회에서 실시한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현재의 행위별수가제로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기에는 재정의 우려가 있다. 총액계약제를 참고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의료계가 반박하고 나섰다.
의원협회가 '총액계약제 발언은 문재인 케어의 잘못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문재인 케어를 전면 백지화해야한다'는 성명서를 17일 배포한데 이어 이번에는 바른의료연구소에서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김상희 의원의 지적에 '총액계약제를 포함해 지불체계를 개편하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매우 부적절하다고 본다"면서 "의료계는 그동안 문재인 케어로 추계한 30.6조원은 과소 추계됐으며, 의료이용량 급증에 대한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바른의료연구소는 "그동안 복지부는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수백차례 시뮬레이션해 정밀하게 재원을 추계했다고 주장해왔는데,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장관이 답변한 내용은 그동안 복지부가 주장한 내용과 아주 모순되는 것"이라면서 "복지부 스스로가 건강보험 지출 급증으로 문 케어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바른의료연구소는 "이와 같이 복지부가 문재인 케어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면, 총액계약제를 들먹거릴 것이 아니라 문재인 케어 시행을 즉각 백지화해야한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바른의료연구소는 총액계약제가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는 효과 또한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총액계약제를 시행한지 가장 오래된 국가인 독일은 외래를 의원에서 진료하고, 의원의 의뢰가 없으면 응급을 제외하고는 병원에서 진료 받을 수 없도록 제도화되어 있다"면서 "그럼에도 독일의 보험료율은 한국의 6.12%보다 높은 15.5%로 2배 이상 높고, GDP대비 경상의료비 지출 비율 역시 한국의 7.7%보다 11.3%로 훨씬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2011년 발표한 '총액계약제 사례 연구 : 독일과 대만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총액계약제를 실시하는 독일도 의료비 감당이 어려워 개별의료보험조합이 추가보험료를 징수하고, 국고보조도 함께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001년 의원급, 2002년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총액계약제를 확대·시행한 대만도 연도별 예산총액 증가율이 5% 미만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어 총액계약제가 의료비용의 증가를 효율적으로 억제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의료비 지출은 점점 늘어나 재정 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총액계약제를 일괄 적용한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재정흑자였으나, 흑자폭은 점차 낮아져 결국 2007년부터는 상황이 역전돼 지출비용이 보험료 수입을 앞질렀고, 재정 적자상태가 수년간 이어졌다는 것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대만 정부는 총액계약제가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2013년부터 제2세대 전민건강보험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주요 내용은 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해 월급 외에 임대나 이자소득, 주식을 통해 얻은 부가소득에도 보험료를 산정하고, 정부가 나서서 보험료 수입액의 36% 이상을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전민건강보험법에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016년도 대만 보건복지보고서에 따르면, 구매력지수로 보정한 1인당 경상의료비가 2013년에 대만이 2621달러로서 한국의 2275달러보다 더 많았음에도 GDP 대비 경상의료비 비중은 6%로서 한국(6.9%)보다 낮았다"면서 "이는 구매력지수로 보정한 대만의 1인당 GDP가 4만 3813달러로, 한국(3만 3089달러)보다 훨씬 높아서 나오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바른의료연구소는 "의료계가 총액계약제 시행을 극구 반대하는 이유는 지금도 원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는 것은 건보재정의 위험요인을 의료계에 전가하고, 진료비를 더 깎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의료는 결국 폭망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