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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방카레든 헬스카레든 적당히 하라

    한의계, 정부, 일부 국회의원 유감스런 행태

    [칼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

    기사입력시간 2017-09-11 05:46
    최종업데이트 2017-09-11 06:39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들어 몇 년 전 트위터에서 건강카레로 병을 고친다는 외국논문을 인용해 뜨거운 이슈가 되었던 헬스카레사건이 새삼 떠오른다.

    헬스카레가 유명하게 된 것은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 의사를 믿지 말아야 할 72가지 이유 등 저서로 유명한 고 허현회 씨가 현대의학을 부정하고 잘못된 믿음으로 자신과 추종자들 중 일부를 파멸로 이끈 사건을 대표하는 에피소드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떠오르게 된 것은 최근 국토교통부의 경피전기자극요법, 경근간섭저주파요법, 초음파·초단파·극초단파요법, 도인운동요법 등의 물리치료법에 대한 자동차보험 적용소식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법안 발의, 보건소의 영, 유아 한의약 체험 시범사업 시행, 강서구 국립한방병원 설립논란 등 소위 문재인케어 발표 후 부쩍 늘어난 한방 관련 보도를 접하고 나서이다.
     
    한방물리치료 자동차보험급여 허용과 관련 보험업계는 진료비 산정·지급의 객관성이 확보되어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보장성강화 발표 대박에 이어 추가 떡고물도 기대하고 있다고 하며, 한의계도 자동차보험 급여 진입이 한방 치료의 위상 강화라며 건강보험의 한방물리요법 급여 적용까지도 기대하며 김칫국물을 마시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하지만 의료행위의 원리가 달라 건강보험에서 인정하지 않는 한방의료기관에서의 물리치료 행위들을 국토교통부에서 임의로 자동차보험 급여행위로 정하는 것은 무면허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행태는 무지의 소치이고 헬스케어를 헬스카레라고 우기며 커리가 건강에 좋다며 카레라이스에 보험적용을 하자는 것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행위이다.
     
    한편 국회에서는 김명연 의원이 한방의료행위의 안전성 효과성을 제고하고 나아가 한의학의 발전에 기여하려 한다며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하였고 곧 유사한 법안발의가 잇따를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의학과 한의학이 그 근본부터 틀리다는 원칙을 부정하고 한국 의료의 근본 틀을 흔드는 엄청난 일이며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진단용방사선발생장치의 한의사 사용허용 법안발의는 현대의료기기와 한방의료기기는 그 학문의 원리에 기초해 분류해야 하는 기본을 무시하고 한방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들이는 행태로 헬스카레라는 단어에 함축된 무지와 만용의 절정을 보는듯 하다.

    자고로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다. 자신들이 하는 행위로 인해 얼마나 많은 억울한 희생이 따르는지 안다면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다.
     
    한방 관련 또 하나의 건강카레류 소식은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영유아 및 청소년 대상 한의약건강증진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국 보건소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영유아의 건강증진과 청소년 정신건강관리 등을 목적으로 하고 특히 영유아 대상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에게 도인체조와 한약재 등을 체험케 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한다
     
    영유아에게 도인체조, 한약재 체험을 하게 한다는 부분도 애들이 시험 대상이 되는 것만 같아 매우 염려스럽고 이런 류의 시범사업보다 한약재 독성검사나 원산지표시 시행이 훨씬 더 시급하지 않나 생각한다.

    게다가 어제는 기존 장애인학교 부지로 확정된 곳에 국립한방병원을 설립하려 한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헬스케어를 헬스카레로 읽는 것은 애교로 볼 수도 있지만 소위 문재인케어에 편승하여 슬쩍 한방카레를 끼워 넣으려는 한의계와 국토부, 복지부, 일부 국회의원의 행태는 매우 유감스럽다.

    한방은 유사의료행위를 지양하고 근본을 지켜야만 미래가 있다. 위정자들도 원칙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방카레든 헬스카레든 적당히 하길 바란다.

    더구나 그것이 일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이 나서서 국민을 위험으로 몰아넣는 일이기에 더욱 심각하다. 꼭 찍어 먹어봐야 커리인지 된장인지 아는가?

    정부와 국회가 이러한 고언을 나 몰라라 하며 잘못된 한방정책을 계속 진행한다면 그동안 경험치 못한 의료계의 엄중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