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는 정신의료기관의 환자 및 의료진 안전과 입원실 환경의 개선을 위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을 2020년 11월 26일에 입법예고했다. 선의로 포장된 개정안은 정신과 질환에 관리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듯해 필자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지금도 수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자살을 생각하고 실제 행하고 있으며, 조현병 환자들이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자살은 개인적인 상해로 제한되지만 여파는 가족들에게 미치고, 조현병의 충동성은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사건처럼 사회적 이슈를 몰고 오기도 한다. 복지부가 예고한 이번 개정안은 이런 일들을 벌써 잊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개정되는 시행규칙은 감염에 취약한 정신병동의 감염예방과 관리강화를 위한 격리병실 설치, 입원실 병상기준 강화와 정신의료기관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비상경보장치, 보안 전담인력, 진료실 비상문의 설치 근거를 담고 있다. 예고된 개정안은 ▲입원실 당 병상 수를 최대 10병상에서 6병상 이하로 줄이고 ▲입원실 면적 기준을 현행 1인실 6.3㎡에서 10㎡로, 다인실은 환자 1인당 4.3㎡에서 6.3㎡로 강화 ▲병상 간 이격거리는 1.5m 이상 두도록 하는 것이다. ▲입원실에 화장실과 손 씻기 및 환기 시설을 설치하고 ▲300병상 이상 정신병원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격리병실을 별도로 두도록 했다.
정신질환자의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의료기관이나 환자 본인보다는 가족이 당면한 현실이다. 개정안은 선한 목표를 가지고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개정안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 같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추려면 병실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하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성명서대로라면 40% 가까이 병실이 줄어들어 환자들이 사회로 복귀해야 한다.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이 퇴원하여 돌아가야 하는 곳이 사회여야 하지만, 실제는 가정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으며, 가족들은 사회 생활이 제약되고, 그 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또한 병상이 줄어 퇴원을 결정해야 하는 경우는 연고자가 없는 경우보다 보호해줄 가족이 있는 환자들이 우선적으로 사회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무연고자를 보호하는 것이 사회적 정서에 들어맞는 것이지만, 정신장애인 가족들에게는 가혹한 형벌이 될 수밖에 없다. 정신장애인 가족들은 법적인 선고만 받지 않았지, 10년 또는 20년 형벌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신장애인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을 몹시 두려워한다.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해결되지 못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병실이 줄어든다는 것은 가족들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정신장애인들을 완치시켜 정상적인 사회 생활로 복귀시킬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복지부는 개정안을 통해 그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 결정이 누군가에는 비수처럼 다가와 오히려 다른 이들까지 사회생활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입원이 필요한 정신 장애인들에게 퇴원을 강제한다면, 이들이 사회로 돌아가기보다 지역사회에 나와 방치되거나 가족에게 모든 부담을 강요하는 선택만이 남는다는 것이 현실이다.
개정안을 바라보는 의료기관의 입장은 매우 당혹스러울 것이다. 이는 너무나 파격적이어서 병원의 경영에 심대한 영향을 미쳐 병원을 폐쇄해야하는 경우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료기관의 문제가 몇몇 병원이 도산하고 문을 닫는 정도에서 끝난다면 다행이지만, 이로 인해 정신질환자들이 갈 곳이 없어지는 것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겨울이 되면 춥고 여름이 되면 덥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한겨울에는 여름을 잊어버리고 한여름에는 겨울을 쉽게 잊어버린다. 여름이 되면 장마가 들고 홍수가 나고 태풍이 몰아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치수사업을 하고, 겨울이 되면 수도관이 얼어 동파하고 폭설로 길이 엉망이 되기에 한파에 대비하고 제설에 만반을 기한다.
많은 사람들을 자살로 이끄는 우울장애나 강남역 화장실 사건처럼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돌발성 행동들을 관리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중 하나이다. 우울증이나 조현병은 숨어있을 뿐 우리들 주위에 항상 있어왔으며, 사회적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신과 병실의 축소와 정신 장애인의 퇴원, 사회로의 미복귀와 가족의 보호 강요, 사회 활동 제약과 가족의 해체 시나리오는 복지부가 원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믿고 싶다. 아니, 그것이 복지부가 원하는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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