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이 사무장병원에 근무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까?
K씨는 사무장병원에 개설자 명의를 대여했다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십억원의 환수처분을 받았다. 그가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했을까.
K씨는 "빨리 병원을 퇴사해 피해(환수금)를 줄이는 게 최선"이라고 단언했다.
건강보험공단 김준래 변호사 역시 "사무장병원에 취업한 의사라면 신속히 그만 두는 게 상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신이 근무한 병원이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사직하면 검찰에서도 입건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면서 "조속히 퇴사하는 게 환수금액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건강보험법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비의료인 사무장)가 의료인의 면허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대여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 명의를 대여한 의사와 사무장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이 이미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을 반환하도록 연대책임을 묻고 있다.
김 변호사는 "원장이 아닌 봉직의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몸 담고 있는병원이 불법의료기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계속 진료를 했다면 원칙적으로 환수책임을 물을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사무장병원을 그만 둔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에 근무한 사실을 자진 신고하고, 관련된 조사·소송 등에서 진술·증언하거나 자료를 제공한 경우 2/3의 범위에서 처분을 경감한다.
사무장병원에 근무한 원장이 3개월 면허정지처분을 받아야 한다면 2개월을 줄여준다는 의미다.
하지만 자진신고하는 게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견해도 있다.
K씨는 "사무장병원에서 빨리 나오더라도 자수하면 도리어 당한다"면서 "제일 좋은 방법은 앞으로 10년간 적발되지 않길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진 신고할 경우 면허정지 기간을 줄일 수는 있다.
하지만 병원 재직 기간이 길고 요양급여비용 청구액이 많아 환수액이 수십억원에 달하면 평생 갚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평생 환수금 족쇄를 차고 살 바에는 환수책임의 시효인 10년 동안 사무장병원이 발각되지 않길 기도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정부가 구조적으로 사무장병원을 음성화시키고, 의사에게만 족쇄를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 잠시 명의 좀 빌려주시면 안될까요?"
사무장병원 피해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취업하기 전에 기본적인 것을 확인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김준래 변호사는 "의사를 채용할 때 면접장에 누가 들어오는지, 누가 월급을 주는지 살펴야 한다"면서 "사무장병원 원장은 수입과 지출에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실권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는 "요양기관 임대차계약상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도 중요하다"면서 "대개 1~2개월 생활하다 보면 원장이 실제 운영자인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의료생협 증가추이)
특히 의료생협에 취업할 경우 더욱 더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의료생협은 십중팔구가 사무장병원이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의료생협이 개설한 의료기관 61곳을 실태조사한 결과 49곳이 사무장병원인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K씨는 "사업자 명의를 잠시만 빌려달라고 하면 절대 응해선 안된다"고 환기시켰다.
일단 명의를 대여해 주면 사무장과 공범이 되고, 약점이 잡혀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