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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자 규모 늘어나는 '건강보험'에 의존?…재정지원 불명확한 필수의료 지원대책 '공염불'

    무슨 돈으로 교육·수련환경 개선, 필수의료 보상 강화하나…건강보험 2032년 누적 적자액 61조 6000억원 예상

    기사입력시간 2024-02-06 08:53
    최종업데이트 2024-02-06 08:5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마련해 필수의료 붕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그 재정지원에 대한 대책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의대 증원에 따른 수련·교육 환경 개선 및 필수의료 보상 강화 등 재원이 필요한 곳은 늘어나고 있지만 고령화와 저출산의 여파가 본격화될 2024년부터 믿는 구석이었던 건강보험마저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의료계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교육·수련환경 개선, 필수의료 보상 강화…막대한 재정지원 필요

    6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필수의료 위기 극복을 위해 내 놓은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는 모두 막대한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다.

    만약 2025학년도부터 연 1000명 이상의 의대 입학자가 늘어나면 41개 의대, 의전원은 각각 25명 이상의 정원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교육·수련의 질 저하 우려를 일축하며 교육에 필요한 인프라와 기자재, 교수인력 등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미지수다.

    게다가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는 중 거의 유일하게 의사들이 찬성하고 있는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 분야도 결국 건강보험에 의존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구체적으로 이번 정책패키지에서 ▲중증응급분야는 내원 24시간 내 최종치료 시 수가 가산율을 확대하고, 내시경 수술 등 저평가된 수술‧처치 수가 인상, 고난도 고위험 수술 수가 인상 등의 내용이 포함됐고, ▲중증정신은 상급종합병원 폐쇄병동 집중관리료, 격리보호료 등 인상 ▲소아는 병의원급 신생아실, 모자동실 입원료 50% 인상, 1세 미만 소아 일반병동 입원 시 수가 가산율 30→50% 확대, 소아 중환자실 입원료 인상 등의 내용이 담겼다.

    복지부는 필수의료의 특성을 반영하기 곤란한 시간‧자원 소모량 중심의 수가 산정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우선 분만과 소아에서 난이도, 위험도, 시급성, 숙련도, 대기와 당직 등 진료 외 소요시간을 반영할 수 있는 보완형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건강보험, 2024년부터 적자로 전환…2032년 누적 적자액 61.6조원 예상
     
    국회예산정책처 '2023~2032년 건강보험 재정전망

    이처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필수의료 분야의 보상기전을 개선하는 정책은 의료계도 요구해왔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도 저출산과 고령화 기조 속에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2023~2032년 건강보험 재정전망'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건강보험 수입은  88조7800억원, 지출은 85조1500억원으로 3조6300억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보였으며, 누적 준비금은 23조8700억원으로 당해연도 지출액의 3.4개월 수준을 적립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3년 5156만명에서 2032년 5108만명으로 전망되는 반면, 65세 이상은 고령화로 인해 2023년 950만명에서 2032년 139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7%를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2025년에는 노인 인구 비중이 20.6%에 도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3, 2024년 보험료율은 기결정된 7.09%를 준용했으며 이후에는 최근 3년 (2021~2023년) 평균 2.06% 증가율만큼 증가하되, 2030년에 보험료 상한 8%에 도달한다는 가정 하에 건강보험 재정전망을 내놨다.

    그 결과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2024년부터 적자로 전환된 후 2028년에 준비금 소진이 예상되며 2032년 누적 적자액은 6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고지원 비율을 법정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고,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6%를 건강보험에 지원하도록 법령에 명시된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현재 2.4%에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본 전망에서 2030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료율 8% 상한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 투입해야 하는 수가 인상안…건보 국고지원도 건보 인상안도 없어

    의료계는 정부의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이 지불제도 개혁과 보험재정 효율화 방안을 담고 있으나 의료계는 필수의료 공백을 보완할 재정 마련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여전히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건강보험 종합계획에는 국회예산정책처가 지적한 국고지원 및 국민건강증진기금 현실화, 보험료율 8% 상한 등 실질적인 재정 확보 방안은 담겨있지 않았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필수의료의 근본적인 원인은 원가 이하의 수가다. 의사 증원으로 필수의료를 해결한다니 어불성설이다"라며 "이번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는 기승전 의대정원을 위한 내용이다. 물론 수가 지원책이 일부 나왔지만 매우 제한적인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문제는 그렇게 원가 이하의 수가를 정상화하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그 재원을 마련하려면 건강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항상 OECD 국가와 비교하며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왜 잘 사는 OECD 국가들과 건강보험료는 비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진짜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제한적인 가산수가 대신 수가 정상화가 필요하다. 그를 위해서는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이러한 낮은 건강보험료와 저수가 현실을 외면한 채 의사를 늘리면 저절로 저보상, 고위험 필수의료로 의사들이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의사 정원을 확대하는 것도 재원이 필수적이다. 의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어디서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도 "갈수록 커지는 건강보험 당기 수지 적자 규모 상황에서 어떻게 재정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없다"며 "정부는 그동안 건강보험 국고지원금도 한번도 제대로 부담한 일이 없이 매년 5-6%씩 부족하게 지급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별도의 기금이 조성되지 않는 한 타과에 배정된 보험 재정으로 메꾸는 임시방편적인 정책을 의사들은 지금까지 수없이 봐왔다"며 "이렇게 재정지원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필수의료 수가 집중 인상안을 믿기 어렵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