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한국릴리는 2일 간담회를 열고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버제니오(Verzenio, 성분명 아베마시클립)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적용 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에 따라 6월 1일부터 건강보험급여를 적용 받게 된다고 밝혔다.
버제니오는 세포분화와 성장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CDK) 4와 6을 선별적으로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막는 차세대 표적 치료제다. 2019년 5월 1일 호르몬 수용체 양성(HR+) 및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음성(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이 있는, 폐경 후 여성의 일차 내분비 기반 요법으로서 아로마타제 억제제와의 병용요법과 여성의 내분비요법 후 질병이 진행된 경우 풀베스트란트와 병용요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사용 허가를 받았다.
버제니오는 위험분담제를 통한 급여 신설 품목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허가사항과 동일하게, ▲HR+/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이 있는 폐경 후 여성의 일차 내분비 기반 요법으로서 아로마타제 억제제와의 병용요법 ▲내분비 요법 후 질병이 진행된 HR+/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여성의 치료에 풀베스트란트와 병용요법으로 사용 시 급여가 적용된다. 약가는 50㎎, 100㎎, 150㎎ 모두 1정당 4만 9587원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장인 혈액종양내과 이근석 교수는 진행성 및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서의 미충족수요와 버제니오의 허가 임상시험인 MONARCH 2, 3 결과를 소개했다.
MONARCH 2 결과에 따르면, 내분비요법으로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HR+/HER2- 진행성 유방암 환자에서 버제니오와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은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 대비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을 유의하게 연장시켰다.
참여자 전체를 분석했을 때 버제니오와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 16.4개월이었고,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은 9.3개월이었다.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하위그룹 분석에서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각각 21.2개월, 11.6개월로 더 높은 경향이 있었다.
이 교수는 특히 버제니오가 내분비요법에 실패한 환자에서 폐경 전 유방암 환자를 포함해 폐경 여부와 관계 없이 유의미한 전체 생존기간(OS) 연장을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MONARCH 2의 2차 유효성 평가 변수로 전체 생존기간을 분석한 결과, 버제니오와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은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에 대비 유의미하게 9.4개월(중앙값)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버제니오와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 중앙값 46.7개월 vs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일 때 중앙값 37.3개월; HR: 0.757).
이 교수는 "CDK 4&6 억제제 중 이차치료제로 폐경 전/후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에서 폐경 여부와 관계 없이 유의미한 전체 생존기간 연장을 보인 것은 MONARCH 2 임상시험이 최초다"고 설명했다.
MONARCH 2에서 버제니오의 전체생존기간에 대한 임상적 혜택은 하위그룹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났다. 내분비요법으로 치료받으며 일차적 내분비 내성(암이 빠르게 재발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됐을 때)이 나타난 여성에서의 결과는 모든 피험자를 대상으로 하는 ITT(intent-to-treat) 집단과 일관되게 나타났다(HR: 0.686). 간이나 폐와 같은 장기로 암이 전이돼 더 공격적이고 예후가 나쁜 특징을 보이는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였다(HR: 0.675).
이 교수는 "수명 연장 이외에도 이번 연구에 대한 탐색적 분석에 따르면, 버제니오와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은 항암화학요법 실시까지 걸리는 시간의 중앙값을 위약군 22.1개월 대비 50.2개월로 연장시켰다(HR: 0.625)"면서 "이는 단순히 생존기간 연장이 아닌 환자들에게 삶의 질이 유지되는 생존기간의 유의미한 연장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인 MONARCH 3에서는 버제니오와 아로마타제 억제제 병용 투여군의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 Free Survival, PFS) 중간값이 28.18개월로 아로마타제 억제제 단독 투여군의 14.76개월 대비 2배 가량 길게 나타나 유의한 개선이 관찰됐다. 종양 감소를 의미하는 객관적 반응률(ORR)은 버제니오 병용 투여군에서 48.2%로, 아로마타제 억제제 단독 투여군 34.5% 대비 유의하게 높았다.
이 교수는 "동일한 계열인 CDK 4&6 억제제 중 다른 약제의 연구결과와 간접적으로 비교해 볼 때, 버제니오는 중증의 호중구 감소증 발현 빈도가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CDK6보다 CDK4를 14배 더 강하게 억제하는 차별화된 기전을 가진 최초이자 유일하게 휴약기간없이 매일 복용 가능한 CDK 4&6 억제제다"고 밝혔다.
버제니오 복용 후 빈번히 관찰된 이상반응으로는 설사, 호중구 감소증, 피로, 감염, 오심, 복통, 빈혈, 구토, 탈모, 식욕 감소 등이 보고됐다.
이 교수는 "전이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되고 병기가 상당 수준 진행돼 완치가 어렵고 생존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생존율을 높일 치료법이 치료과정에 도입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버제니오와 같이 임상적으로 삶의 질을 충분히 유지하면서 생존 기간 연장을 입증한 치료제가 보험이 적용됐다는 것은, 환자의 치료접근성을 높이고 진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선물과도 같은 소식이다"고 평가했다.
한국릴리 알베르토 리바 대표는 "전이성 유방암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HR+/HER2- 타입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서, 버제니오를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한국릴리는 앞으로도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할 수 있는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