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알룬브릭, 실제 진료 현장에서 ALK 폐암 환자 삶의 질 유지하며 치료 이어가는데 도움"

    [인터뷰] 계명대 동산병원 박순효 교수 "장기 치료시 복약 편의성과 생존 지표 고려했을 때 알룬브릭 충분히 우수"

    기사입력시간 2025-06-11 07:22
    최종업데이트 2025-06-11 07:22

    사진: 계명대 동산병원 호흡기내과 박순효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ALK 표적치료제가 1~3세대까지 발전하면서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 프로파일, 복약 편의성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약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알룬브릭(성분명 브리가티닙)은 ALK 양성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2세대 표적치료제다. 3가지 용량을 보유하고 있어 환자의 내약성과 이상반응을 고려해 용량을 조절할 수 있고, 1일 1회 경구 복용으로 복약편의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ALTA-1L 3상 연구에서 알룬브릭은 특히 기저 상태에서 뇌전이가 있는 모든 환자군에서 크리조티닙 대비 두개내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71% 낮추고,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삶의 질이 악화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유의하게 지연시켰다. 알룬브릭의 임상적 이점은 리얼월드 환경에서도 임상 연구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리얼월드 환경에서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알룬브릭을 사용한 결과, 분석 시점에서 질병이 진행된 환자 비율은 알렉티닙과 롤라티닙 대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알룬브릭 1차 치료 이후의 리얼월드 치료 결과를 평가한 장기 연구에서 무작위 배정부터 2차 치료 이후 질병 진행 또는 사망까지 걸린 기간의 중앙값은 74.7개월이었고,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74.7개월, 36개월 시점의 전체 생존율은 75.0%였다.
     
    메디게이트뉴스는 계명대 동산병원 호흡기내과 박순효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 현황과 알룬브릭의 가치를 알아보고, 영남 지역 내 폐암 환자 관리 환경에 있어 계명대 동산병원의 역할과 지방 의료 환경의 중요성을 짚었다.
     
    알룬브릭, 중앙 생존기간 60개월 넘길 가능성 충분…진료 현장서도 알룬브릭 선택 경향 점차 강해져

    Q.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군의 특징과 예후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ALK 돌연변이는 전체 폐암 환자의 약 3~5%에서 나타난다. 보통 50대 초반 환자에서 많이 발견되지만, 최근에는 40대 초반이나 30대, 심지어는 20대 후반까지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여성 환자에서는 흡연력이나 환경적 위험 요인이 전혀 없었는데도 발병한 경우가 많다.
     
    젊은 환자일수록 임상 증상이 심한 편이다. 진단 당시 다발성 전이나 뇌전이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전이 양상도 비전형적이라 진단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특히 비흡연자에게서 암의 전이 위치나 양상이 일반적인 폐암과 다를 때 ALK 양성을 강하게 의심한다. ALK 양성 환자의 약 3분의 1에서 뇌전이가 동반되며, 종양 부담(tumor burden)이 높은 경우가 많아 치료 후 초기 반응이 좋더라도 조기에 내성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Q. 이러한 환자군의 특성과 예후를 고려할 때, 초기 치료 전략 수립에 있어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고려하는가?

    초기 치료에서는 생존 기간 연장을 최우선 목표로 고려한다. 현재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2세대 ALK 억제제는 알룬브릭과 알렉티닙이다. 최근에는 알룬브릭 사용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구를 비롯해 영남 지역에서 알룬브릭을 가장 많이 처방해 본 의료진으로서,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알룬브릭을 투여한 환자 중에서는 조기 질병 진행(PD)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ALTA-1L 임상연구에서 알룬브릭의 3년 생존율은 약 71%, 4년 생존율은 약 66%에 달하며, 현재 그래프 추이로 보면 환자군의 50%가 생존해 있는 시점인 중앙 생존기간(mOS)이 60개월을 넘길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알룬브릭과 알렉티닙의 임상연구, 리얼월드 연구 결과 등을 고려했을 때, 임상적 유효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단순히 무진행 생존기간(PFS) 기준만 놓고 보면 알룬브릭보다 알렉티닙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 수치가 더 크지만, 이러한 수치 비교는 직접비교 연구가 아닌 이상 무의미하다. 게다가 전체 생존기간(OS)이 길어지는 상황에서는 통계적 오차범위로 인해 임상적 유의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 또한, 알렉티닙의 연구에 상대적으로 예후가 더 좋은 환자군이 포함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임상이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됐더라도 환자군 편중(selection bias)은 일정 수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3세대 ALK 표적치료제를 1차 치료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개인적으로 실제 임상에서는 아주 제한적인 환자에게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고령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인지 기능 저하, 행동 변화, 의식 저하 등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반복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2차 및 3차 치료에서 3세대 치료제를 투여했던 고령 환자 5명 모두에게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 약제 지속이 어려웠고, 일부는 치매와 유사한 양상을 보여 치료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지금 단계에서는 2세대 치료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예후가 비교적 좋고 복약 순응도가 뛰어난 젊은 환자에서는 알렉티닙도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장기 생존이 가능한 일부 환자만을 기준으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예후가 좋지 않은 고위험 환자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장기 치료를 전제로 하면, 복약 편의성과 생존 지표를 함께 고려했을 때 알룬브릭은 충분히 우수한 치료 옵션이다.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도 알룬브릭을 선택하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하루 1회 투여에 개별 용량 조절 용이…약물 복용 꺼리는 고령 환자서도 치료 반응과 내약성 우수
     

    Q.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은 장기간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복약 편의성이나 이상반응 관리도 치료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 같다. 이러한 측면에서 알룬브릭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어떤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은 장기간 약물 복용이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복약 편의성과 이상반응 관리는 치료 지속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환자에게 두 약제를 비교해 설명해주면, 대부분은 하루 1회 복용이 가능한 알룬브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알룬브릭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 삶의 질을 유지하며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알렉티닙은 하루 2회, 1회 4정씩 총 8정을 복용해야 하지만, 알룬브릭은 1일 1회 1정으로 복용이 가능해 환자의 부담을 현저히 줄여준다. 이 같은 차이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가 병을 상기하게 되는 빈도를 줄여주는 심리적 안정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고령 환자나 저체중 환자에서도 알룬브릭의 다양한 용량 옵션(30㎎, 90㎎, 180㎎)을 활용해 개별 용량 조절이 용이하다. 실제로 약물 복용을 꺼리는 30~40㎏대 고령 여성 환자에게 30㎎과 90㎎ 한 정씩, 총 120㎎을 투여한 결과, 치료 반응과 내약성이 모두 우수했고, 근육효소(CK)나 간효소(AST) 수치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더불어 알룬브릭은 투여 초기에 90㎎로 일주일 동안 적응 기간을 두고 180㎎으로 증량하는 접근을 적용해 이상반응을 관리하기에도 용이하다.
     
    초기에 제기됐던 크레아틴키네이스(CPK) 수치 상승과 같은 이상반응 발생률에 대한 우려도 현재는 임상 현장에서 현저하게 줄어든 상태다. 실제로는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3개월마다 환자들의 정기 추적검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치료 중단이나 변경이 필요할 만큼의 중대한 이상반응은 매우 드물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알룬브릭과 같은 치료제가 환자의 생존 기간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질에도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는 점이다.
     
    Q. 임상 현장에서 알룬브릭을 처방받고 있는 환자군 유형과 치료 경과 및 예후 경향은 어떤지 궁금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최근 기억에 남는 환자는 30대 초반의 젊은 남성으로, 처음 내원 당시 좌엽 폐에 10㎝에 가까운 종양이 있었다. 종양 크기는 컸지만 검사상 림프절 전이나 장기 전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학제 진료를 통해 치료 전략을 논의한 뒤 동시항암방사선치료(CCRT)를 진행했는데, 치료 반응이 매우 좋아 종양 크기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약 1년 반 후 반대쪽 폐부터 재발이 시작됐고, 뇌와 뼈까지 전이가 확인됐다. 환자가 젊은 연령대였던 만큼 환자가 재발에 대한 충격이 컸고 일시적으로 치료 의지를 상실하기도 했으나, 2세대 경구용 ALK 표적치료제의 치료 옵션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설득해 치료를 재개했다.
     
    치료 후 PET 검사에서 모든 병변의 대사활성이 소실됐고, 뇌 및 뼈 전이 병소 또한 소멸돼, 사실상 완전관해(CR)에 가까운 반응을 얻었다. 올해 초에는 5년 생존을 넘겼고, 장기 생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환자처럼 뇌를 포함해 다발성 전이가 동반됐을 때 구제요법(Salvage Operation) 같은 수술적 치료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해당 환자는 생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상태고, 외적인 모습에서도 긍정적인 심리 변화가 확연히 느껴진다. 최근에는 여유롭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외래에 방문하고 있어 의료진 입장에서도 큰 보람을 느낀다.
     
    이외에도 다양한 환자들이 알룬브릭 치료를 받고 있다. 예전에는 안동 지역의 89세 고령 환자에게도 처방한 적이 있다. 당시 보호자들은 고령과 심장 질환 등을 이유로 치료를 망설였지만, 경구 약제로서 복약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고 설득해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해당 환자는 약 복용을 꾸준히 유지했고, 결국 노환으로 사망하셨다. 이처럼 고령이 환자에게 복약 부담이 적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연구중심병원 인증을 시작으로 지방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연구와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 보여주겠다"
     

    Q. 이번에 계명대 동산병원이 지역 사립대학 상급종합병원 중 유일하게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중심병원’ 인증을 획득했다. 병원의 어떤 점이 이에 기여했다고 보는가?

    계명대 동산병원은 병원과 학교 모두 ‘연구 중심’에 대한 갈증이 컸다.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하다는 내부적인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중심병원 인증을 준비하게 됐다.
     
    지방 병원으로서 환자를 잘 본다는 평가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하며, 실제로 우리 병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왔다. 진료에 대한 환자 만족도도 높아져 양적 성장은 이미 일정 수준 이상 달성됐다고 본다.
     
    하지만 이제는 ‘진료를 잘하는 병원’을 넘어 ‘연구를 잘하는 병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내부 요구가 있었다. 진료에 머무르지 않고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논문화하고, 이를 통해 치료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새로운 치료법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 판단했다.
     
    또한 연구 성과를 통해 병원의 대내외적 가치를 높이고, 지방 사립대병원도 연구를 통해 충분히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모델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였다. 단순한 진료기관을 넘어, 임상 데이터 기반의 연구 기획 및 실행 역량을 본격적으로 확보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병원 내에서는 스마트 병원 기술들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병동에서는 환자 팔찌로 심전도, 심박수, 산소포화도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기반 심정지 예측 시스템 ‘딥카스(Deep CARS)’도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조기 대응팀에 즉시 알림을 주어 예측 대응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고령화로 인해 다양한 질환이 동반되는 환자들이 늘어난 만큼, 이 시스템은 예방 진료와 설명, 돌연사 예방에도 기여하고 있다.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인력 투자도 병행 중이다. 최근 연구 전담 교수 5명을 새롭게 영입했고, 일부 임상 교수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조정했다. 또한 주니어 스태프부터 정교수까지 팀을 구성해 연구 설계 경연대회를 열고, 병원과 학교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연구중심병원 인증은 단기적 결과보다는 향후 5년, 10년을 내다본 장기 성장 전략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명대 동산병원은 지역 유일의 연구중심병원으로서, 병원과 의료진 모두가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지방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연구와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병원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Q. 영남 지역 내 폐암 환자들의 진료를 이끌며 정밀 진단과 최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각종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들었다. 지역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측면이나 병원 차원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 등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지역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단순하다. 서울의 대형병원과 동일한 기준과 속도로 시스템을 갖추고, 진료를 행하는 것이다. 그 원칙이 실현되지 못한다면, 환자들이 지방에서 진료를 보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진단과 치료 수준에서 서울 내 주요 대학병원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예를 들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검사의 경우, 서울에서 23일이 걸린다면, 우리 병원은 24~25일로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이러한 품질과 속도 맞추기 노력은 병원의 성장뿐 아니라 환자의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원내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도 매년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절대 수치만 보면 서울의 대형병원보다 낮아 보일 수 있으나, 고령 환자의 비율이나 조기 진단 환자 구성 등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생존 기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 수치가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대구·경북 지역 병원들과의 협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영남대, 경북대, 가톨릭대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 임상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임상시험이 없는 경우 서로 환자를 의뢰하는 등 유기적인 연계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교류 덕분에 현재 대구·경북 지역은 높은 의료 수용력을 형성하고 있다.
     
    폐암은 이제 1~2년만 생존하는 병이 아니다. 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5년, 6년 이상 생존하는 시대가 됐다. 환자가 건강할 때는 서울 병원에 몇 번 다녀올 수 있겠지만, 병세가 악화되거나 자주 진료가 필요할 때는 지역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 도중 심장질환이나 맹장염 같은 다른 문제가 생겼을 때, 환자 정보가 지역 병원에 없으면 진료가 지연되고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 상급종합병원은 단순한 진료기관이 아니라 지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공공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평소 후배들에게 "환자가 올까 말까 고민하지 말고, 서울에 뒤쳐지지 않는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자. 그러면 환자는 반드시 알아보고 찾아오게 된다"고 강조한다.
     
    Q. 이외에도 최근 진단 정확도 향상과 정밀의료 확대 측면에서 계명대 동산병원이 집중하고 있는 기술이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폐암 치료에서 정확한 진단과 정밀 의료 확대는 폐암 치료의 핵심 과제다. 특히 초기 폐암 환자는 종양 크기가 작고, 유전자 분석까지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직검사의 정밀도와 신뢰성이 매우 중요하다. 예전에는 단순히 암 여부만 확인하면 충분했지만, 이제는 ALK, EGFR 등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포함한 분자병리 정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치료가 이뤄지고 있어, 더욱 정교한 검체 확보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우리 병원은 기존의 기관지 내시경 조직검사 대신 냉동 생검을 적극 도입했다. 기존에는 전신마취와 수술실 사용이 필요했지만, 계명대 동산병원에서는 기관 삽관만으로도 검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까지 120건 이상을 시행했으며, 진단율은 95% 이상으로 매우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관련 논문도 곧 발표될 예정이다.
     
    냉동 생검은 특히 8㎜ 이하의 작은 병변에서도 정확한 조직 진단이 가능하며, 이는 서울의 대형병원에서도 쉽지 않은 고난이도 기술이다. 우리 병원이 초기 폐암의 진단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베란(VERAN)이라는 전자기 유도 내비게이션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조직검사도 시행했으며,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이 장비를 도입해 많은 시술을 진행했으나, 장비 반납 이후 해당 기술은 중단된 상태다. 이 공백을 냉동 생검이 성공적으로 메웠다고 본다. 이와 함께 혈액 기반의 액체 생검(liquid biopsy)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진단 속도가 향상되면, 수술 없이 정위체부방사선 치료(SBRT)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진다. 현재 병원 내 양성자 암 치료기 도입 TF팀장으로서 폐암을 포함한 고정밀 치료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서울의 일부 병원에서 중입자 치료를 시행 중이지만, 우리 병원은 양성자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향후 대구·경북은 물론 전라도까지 아우를 수 있는 광역 권역 치료 거점으로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초기 진단 당시 조직검사 샘플을 충분히 확보해 보관하고, 향후 질병 진행 시 다시 한번 조직검사를 시행해 내성 패턴을 정밀하게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때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를 활용해 내성 기전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치료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초기 진단 시점에서도 NGS 검사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다만, 현재는 NGS 결과를 확보하는 데 최소 25일 이상이 소요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Turnaround Time)이 길다는 점이 한계다.

    폐암 치료 기간 길어지며 장거리 이동 없이 고난도 치료 가능한 지역 의료체계 구축 필수
     

    Q. 지방 의료기관의 역할 강화가 국내 폐암 치료 수준 전반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지, 그리고 이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국내 폐암 치료의 전반적인 수준과 접근성이 크게 향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수술만으로 치료가 끝나는 시대는 지났다. 최근 폐암 치료는 재발도 많이 발생하고, 완치를 위해서는 수술 전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수술 후 항암제 및 장기 복약까지 포함한 통합 치료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전 과정을 아울러 ‘1차 치료’로 정의하는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병원 방문 횟수가 늘어난 만큼, 환자가 장거리 이동 없이 고난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역 의료체계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진료 접근성의 개선이 중요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략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사립병원은 정부의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구조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방의료기관 중에서도 암 치료에 특화된 역량을 갖춘 진료과나 센터에 대해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특성화를 유도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이처럼 정부가 의지와 역량을 갖춘 과나 센터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해당 기관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자연스럽게 환자가 찾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지방 의료의 질적 성장을 위한 핵심은 인적 인프라다. 현재 지방에도 역량 있는 의료 인력은 충분히 확보돼 있는 만큼, 이제는 이들이 지역에 머무르고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과 근무 여건의 실질적 향상이 뒤따라야 한다. 단순한 열정과 희생에 의존하는 방식보다는 공정한 인사 시스템과 합리적인 보상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호흡기내과처럼 실제로 필수의료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정책상 ‘필수의료’로 인정받지 못하는 진료과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져야 한다. 호흡기내과는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넘어, 중증 환자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다.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폐렴 등 주요 사망 원인을 보면, 결국 심장이 멎거나 숨이 멎거나 뇌출혈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 중 ‘숨이 멎는’ 상황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진료과가 바로 호흡기내과다. 그러나 정책적으로는 여전히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2028년에는 건강보험 재정 고갈이 예고돼 있는 상황에서,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인지가 훨씬 중요한 문제다. 새로운 병원을 세우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기존 병원의 특성화를 통해 자원을 최적화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대안이다. 실제로 지금 있는 병원만 잘 활용해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 가능한 정책적 방향 설정이다. 경쟁력 있는 병원과 진료과에 자원을 배분하고, 이를 통해 환자가 자발적으로 지역 병원을 찾게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