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지금 가장 급한 공공의료는 정신병원과 약물중독치료와 재활병원 확충이다. 지방의료원이나 공공의대 신설이 아니다.
나는 지난 이십여 년 간 무연고 중증장애인 주거시설인 거제도 애광원의 후원자 겸 이사직을 맡으며 이런 시설이 겪는 온갖 어려움을 목격했다. 이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상상 이상의 희생과 인내, 그리고 투철한 봉사정신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당장 정신병원에 입원이 필요한 한 원생을 받아줄 병원이 없어서 이 시설이 큰 어려움에 처한 것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런 글이 아무 효과가 없다는 걸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상 참을 수 없어서 또 이런 글을 쓰고 있다.
무연고 장애인만 거주하는 거제도 애광원에 오래 전 입소해 지금 32세인 심한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이 공격성이 너무 강해서 가끔 시설을 마구 때려부수고 난동을 피워서 직원들이 다치고 사직까지 하는 일이 벌어지곤 하는데, 병원 입원이 불가능한 상황이 또 벌어졌다. 정신과 병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기존의 병원들도 의사, 간호사 등 인력 부족으로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해서 매번 매우 곤란한 상황이 되곤 한다.
이런 환자들이 필요할 때 입원, 치료를 받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공공의료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도 ‘공공의료 확충하겠다, 공공의대 신설하겠다’라고 주장한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이 오랫동안 무한 반복 주장을 해왔던 것이 바로 이재명 정부 들어 당장 실천에 옮길 기세다.
이들은 항상 공공의료는 선, 민간의료는 악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이분법적 접근으로 국민을 편가르고 있다. 나아가 공공의료는 공짜라는 잘못된 믿음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왜곡된 주장은 의료발전을 저해하고 이로 인해 의료서비스를 꼭 받아야 할 국민의 고통에는 눈을 감고 있다. 결국 '표'만을 의식한 정치인의 잘못된 선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진정한 의미의 공공의료란 무엇인가? 공공의료란 한마디로 민간이 하기 어려운 공익 목적의 의료를 국가가 대신해주는 것이다.
의료기관의 설립 자금을 정부가 내면 공공기관이고, 민간이 내면 민간의료기관으로 분류되지만 실제 행해지는 행위를 보면 우리나라 의료는 미용, 성형, 등 일부 비보험의료를 제외하고 거의 모두 공공의료다. 공공병원이라고 불리는 국,공립 병원이나 지자체 소속 의료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의료가 민간병원에서의 의료와 다르지 않다.
환자 분포와 진료 행태가 같을 뿐만 아니라 당연지정제(의사나 병원이 환자를 거부할 수 없는 제도)와 정부가 정하는 건강보험수가가 모두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모두 공공의료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국공립 정신병원은 터무니 없이 부족해서 많은 정신병 환자들과 가족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더 큰 국가적 재앙으로 최근 급증하는 마약 및 약물중독자들도 치료와 재활을 받을 병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더 한심한 것은 신규 정신병원이나 약물중독치료 병원을 만들려고해도 님비현상 때문에 그마저도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몇 년 전 경기도 오산에서 실제로 주민들과 그들과 동조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반대로 결국 정신병원 신설이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기존의 정신병원들도 의사, 간호사 등 전문인력이 매우 부족하다. 지금 당장 정부가 확충, 신설, 투자해야 할 공공병원은 이런 곳들인데 정부나 시민단체들은 이런 분야에는 관심조차 없다. 이런 곳이야말로 진정한 공공의료기관인데 정부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표 숫자가 많지않아서'라는 의심이 간다.
결론적으로 지금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지방의료원 신설과 공공의대 신설이 결코 아니다. 정신병원과 중독치료, 재활병원을 신설·확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공의료로 현 정부가 당장 추진해야 할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지방의료원을 또 짓거나 확충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각 지방의 국회의원, 도지사, 구청장, 도·시·구의원들은 진료가 필요할때 반드시 해당 지자체의 의료원에서 먼저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만든 후에 설립허가를 내야 한다. 기존 지방의료원들이 지역 주민은 물론 그 설립을 주장, 추진했던 지역 정치인들, 공무원들로부터 외면 받는 상황에서 또다시 혈세를 들여 이런 시설을 짓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둘째, 정책실명제 개념으로 만약에 후에 실패했을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하므로 지방의료원 이름에 지자체 장의 이름을 넣을 것을 제안한다. 성공했을 경우에는 물론 그 공로를 인정해주는 의미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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