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고대구로병원에 있는 국내 최초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가 예산 삭감으로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중증외상 분야 인력 부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실제로 국내에 ‘외상외과’가 존재하지만 ‘필수의료’ 의사 부족과 맞물려 외과 레지던트가 외상 교육을 받기를 꺼리면서 제2의 이국종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일각에서는 응급외과(Acute Care Surgery, ACS)를 도입해 외상과 비외상 치료를 통합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6일 충북대병원 외상외과 이진영, 김세헌, 예진봉, 이진석, 설영훈 등 의료진이 최근 세계적인 학술지 'World Journal of Emergency Surgery'에 'Integrating Acute Care Surgery in South Korea: Enhancing Trauma and Non-Trauma Emergency Care'라는 제목의 종설을 게재했다.
통계청의 2023년 사망률 보고서에 따르면 10~30대 주요 사망 원인은 의도적 자해 및 교통 사고와 같은 외부 요인으로, 특히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전체 사망자의 약 7.9%를 차지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외과가 개별 장기에 따른 세부분과로 전문화되면서 전체적인 환자 치료보다는 장기별 세분화된 치료로 초점이 바뀌며 외상 환자 관리에 어려움이 발생했다.
실제로 국내에는 ‘외상외과’가 존재하지만 이미 ‘기피과’인 외과에서 ‘외상외과’를 선택하는 레지던트는 극히 드문 상황이다.
충북대병원 외상외과팀은 “우리나라 정부는 다양한 유형의 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가를 교육하고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권역 및 지역외상센터를 설립했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국 외상치료 시스템은 외상외과 의사 부족과 자원 배분 비효율성 등으로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17개 지역외상센터 중 어느 곳도 외상 전담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인력을 갖추지고 않고 있는 실정이다. 외상 전문의는 외상 환자만 치료할 수 있다는 정부 규정으로 인해 외상센터는 응급 수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의가 부족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상 외과 의사는 응급실, 수술실, 일반 병동 환자 등 외래 환자 치료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량이 증가하고, 여기에 적절한 보상 없이 야간 근무를 하는 등의 문제도 증가하고 있다.
또 한 가지 큰 문제는 중증 외상 환자의 비수술적 개입이 늘어나면서 외상 외과 수술량이 줄어 교육의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지역 외상센터의 보고에 따르면, 외상 관련 복부 응급 수술 건수는 2015년 107건, 2016년 136건, 2017년 126건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된 반면, 비외상 응급 수술 건수는 2015년 488건에서 2016년 522건, 2017년 697건으로 극적으로 증가했다. 즉, 외상 외과의의 외상 수술 건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일부 외상 외과의들은 ‘수술 기회가 제한적인 외과의’로 간주돼 ‘2류 외과의’로 인식될까에 대한 불안감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2022년 지역별 외과 레지던트 현황 분석 결과 서울과 수도권 등 특정 지역에서 외과 레지던트가 심각하게 부족해 의료 인프라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응급의료기관 중 전담 응급수술팀을 보유한 곳은 20%에 불과하며, 이러한 팀이 있더라도 필요한 자원(병상, 수술실, 중환자실)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충북대병원 외상외과팀은 미국에서 시작된 외과 전문 분야인 ‘응급외과(ACS)’ 모델을 국내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응급외과는 외상 치료와 비외상 응급 수술의 격차를 메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협력 모델로서 외과 레지던트들이 외상 수술 수련을 꺼리고 전문 외과의가 응급 수술에 관심을 잃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충북대병원 외상외과팀은 “지역외상센터 외과의들은 외상환자 치료에만 국한돼 있어 비외상 응급 환자들에 대한 응급 치료의 적시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비외상 응급 환자에 대한 신속하고 전문적 치료 제공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17개 지역 외상센터에 외상과 비외상 응급 환자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응급외과’의 접근 방식은 상당한 이점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응급외과’ 모델을 구현하면 응급실 입원부터 수술실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이 현저히 단축되고 합병증 발생률도 감소하는 등 응급외과 모델이 응급 수술 환자 관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대병원 외상외과팀은 “응급외과의 성공적인 구현을 위해서는 적절한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라며 “제한된 외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역 내 중증외과응급 상황 규모에 따라 응급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통합된 외과 응급의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나아가 “외상외과가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응급수술에 필요한 인력, 시설, 장비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보상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충분하지 않으며, 위험하고 복잡한 수술에 대한 추가 보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