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2022년에도 다양한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바이오기업이 개발한 저가 면역관문억제제가 처음으로 미국에서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새로운 경쟁구도가 시사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가 2022년 전망 보고서(Evaluate Vantage 2022 Preview)를 통해 올해 출시될 잠재적인 블록버스터와 올해 중점을 둘 바이오제약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FDA는 3월 릴리(Eli Lilly and Company)와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의 항PD-1 타이비트(Tyvyt, 성분명 신틸리맙)를, 7월 노바티스(Novartis)와 베이진(Beigene)의 항PD-1 티스렐리주맙(tislelizumab)에 대한 승인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릴리는 원래 중국 시장을 위해 이노벤트와 타이비트 공동 상업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폐암 3상 임상인 Orient-11 연구에서 타이비트 병용요법이 화학요법에 비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2%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2020년 글로벌 권리를 포함하도록 거래를 확대했다.
확장된 라이선스 계약 조건에 따라 릴리가 중국 이외 지역에서 타이비트의 독점 라이선스를 가지고, 그 대신 이노벤트에 선급금 2억 달러와 잠재적인 개발 및 상업화 마일스톤에 따라 최대 8억2500만 달러, 매출에 대한 계층화된 두자릿수의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했다.
2021년 8월 릴리와 이노벤트는 Orient-11 결과를 바탕으로 FDA에 새로 진단된 비편평성 비소세포폐암에서 릴리의 알림타(Alimta, 성분명 페메트렉시드) 및 백금화학요법과 타이비트 병용요법에 대한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또한 노바티스는 2021년 1월 베이진과 라이선스-인 계약을 통해 노바티스가 미국,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 영국,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러시아, 일본에서 티슬레리주맙의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갖는 대신 선급금 6억5000만 달러와 마일스톤으로 최대 15억50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노바티스와 베이진은 폐암 대신 식도편평세포암(ESCC) 치료제로 먼저 FDA 허가관문을 두드렸다. RATIONALE 302 연구에서 이전에 전신요법을 받은 절제 불가능한 재발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식도편평세포암 환자에서 티스렐리주맙은 사망 위험을 30% 줄였고,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을 2.3개월 연장시켰다.
타이비트와 티스렐렐리주맙은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으나 이미 빅파마 해당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비편평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분야에서는 MSD(Merck & Co.)의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알림타 및 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에 대한 표준 수명 연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매 중이다. Keynote-189 연구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초기 분석에서 화학요법에 비해 사망 위험을 51% 줄였고, 최종 분석에서 그 이점은 44%로 나타났다.
식도편평세포암 분야에서 키트루다는 2019년 7월 PD-L1 발현 양성인 재발성 질환에 대해, BMS(Bristol Myers Squibb)의 옵디보(Opdivo, 성분명 니볼루맙)는 2020년 6월 PD-L1 발현 여부와 관계 없이 재발성 질환에 대해 FDA 승인을 받았다. 또한 키트루다는 2021년 3월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도 승인 받았다.
그럼에도 두 제품이 가진 잠재력과 가치를 무시하기 어렵다. 특히 두 제품이 가진 가격 경쟁력은 미국 시장에서도 무기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에서 글로벌 제약사의 PD-1/L1 억제제 판매가는 미국의 50%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티스렐리주맙은 키트루다 가격의 3분의 1로 중국 시장에 처음 진입했다.
베이진의 글로벌의학부 및 신규시장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은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베이진은 혁신적인 첨단 의약품을 합리적이고 적절한(affordable)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환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감당할 수 있는 약가로 개선된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관련기사="혁신신약을 합리적인 가격에"…차세대 다국적 제약회사 표방하는 베이진, 한국 시장 판도 바꿀까]
타이베트와 티스렐리주맙은 각각 2018년, 2019년 중국에서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해 초 발표한 중국 바이오산업 최신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면역관문억제제 보험등재 경쟁이 매우 치열해 2019년 이노벤트는 64% 가격 인하를 통해 등재에 성공했고, 베이진은 80% 가격 인하로 2020년 12월 등재에 성공했다. 2020년 말 기준 중국 면역관문억제제 시장은 약 30억 달러 수준이며, 중국 기업이 시장의 3분의 2를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련기사=중국, 첨단 바이오분야서 두각…CAR-T·유전자가위 임상 선도, 자체 면역항암제도 4개 승인]
이밸류에이트 보고서는 "두 제품에 대한 매출 예측은 특별히 높지 않지만 이들 제품 출시는 수익성이 높은 암 분야에서 가격 경쟁의 시작을 알릴 수 있다"면서 "암 및 면역학과 같은 이전에 고비용 치료 영역에서 저비용 경쟁 위협은 2022년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주제다"고 밝혔다.
이미 시판된 약물의 적응증을 확장하는 측면에서 빅파마들은 여전히 PD-(L)1에 계속 많이 투자하고 있다. 이밸류에이트의 임상시험 비용 추정치를 보면, 2022년 임상시험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 약물 상위 4개 모두 면역관문억제제다.
키트루다는 2022년에만 20억 달러를 임상 지출할 것으로 예측되며, 임상시험등록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clinicaltrials) 등록 기준 예상되는 전체 임상 프로그램 비용은 153억 달러 수준이다. 그 다음으로 옵디보가 2022년 17억 달러(전체 109억 달러), 로슈(Roche)의 티쎈트릭(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이 8억3600만 달러(전체 85억 달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임핀지(Imfinzi, 성분명 더발루맙)가 8억900만 달러(전체 66억 달러) 순이었다.
보고서는 "임상시험에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금액은 저가 경쟁 위험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