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임상 시험 단계이지만 중국정부도 긍정적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효과를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국제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 41명의 임상보고서'에 따르면 우한폐렴 환자들에게 로피나비르(Lopinavir)와 리토나비르(Ritonavir) 투여가 이뤄지고 있다.
이 두 의약품은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치료하는 약제다. 보통 두 가지 약제가 함께 쓰이며 HIV바이러스가 신체 세포에 결합해 번식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26일 홍콩 사이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 보건당국은 "우한폐렴 환자에 에이즈 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효과적이었던 사례가 보고됐다"며 "해당 사례에 따라 국가보건위원회는 우한폐렴 치료에 에이즈 치료제를 써 볼 것을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란셋에 발표된 임상보고서는 우한폐렴에 대한 코르티코 스테로이드와 항바이러스 등 치료에서는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도 HIV치료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보고서는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병용 투여가 지정된 병원에서 수행되고 있다. 추가적인 효과성과 안전성 평가를 위해 무작위 대조 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두 HIV치료제는 앞서 사스와 메르스 치료에도 실험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HIV치료제가 우한폐렴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해외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겐나디 오니셴코 러시아 하원 교육·과학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우한폐렴을 치료하는 30가지 의약품이 있다. 그 중 12가지 정도가 HIV를 치료하는 약이다. 해당 약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안나 포포바 러시아 소비자권리보호·복지감독청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 청장도 "중국 병원에서 현재 30개의 우한폐렴 치료 약품으로 시험되고 있다”며 “HIV 치료제가 그 중 10가지 정도 된다"고 전했다.
HIV치료제 이외 의약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나온다. 임상보고서는 "코르티코 스테로이드는 감염에 의해 유발된 사이토카인 폭풍을 고려할 때 염증 유발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사스(SARS)와 메르스(MERS) 환자 연구에서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오히려 바이러스 제거를 지연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코르티코 스테로이드는 세계보건기구(WHO) 임시 지침에 따라 정기적·체계적으로 투여해서는 안 된다. 2019-nCov(우한폐렴) 환자에게는 급성호흡곤란증상(ARDS)이 있는 응급환자에게만 투여됐다. (코르티코 스테로이드 투여가 환자들에게) 유익한지 여부를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우한폐렴이 치명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지목되고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은 인체가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과도하게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 때 대규모 염증 반응이 발생되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정상 세포들의 DNA가 변형돼 이로 인한 2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한폐렴 중증 환자들은 사스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IL2, IL7, IL10, GSCF, IP10, MCP1, MIP1A, TNFα 등 사이토카인 수치가 대체적으로 높았다. 이 때문에 발열과 오한 등 면역반응이 생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우한폐렴 환자의 98%가 발열 증상을 보였고 특히 38도를 넘는 고열 환자가 77%에 육박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사이토카인 폭풍은 질병 중증도와 관련이 깊다. 앞선 연구에서 사이토카인 양 증가는 사스 환자의 폐 염증, 광범위한 폐 손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앞선 사스, 메르스 때와 달리 염증을 감소시키는 IL4, IL10 등 사이토카인도 분비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차이 규명을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