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소아 진료 현장에서 필수의약품 반복 품절과 공급 중단에 따른 진료 차질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소아·임산부 필수약과 응급 치료에 필요한 국가필수의약품의 생산 확대와 공급 재개를 지원하기로 했다.
의료계가 소아 경련·발작 치료에 쓰이는 로라제팜 주사제와 급성 부신위기·중증 알레르기 쇼크 등에 사용되는 히드로코르티손 주사제 등의 수급 불안을 지적하자, 정부가 생산시설과 장비 구축 지원을 통해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26년 수급불안정의약품 생산 지원 사업 수행기관으로 6개 기업, 7종 의약품을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최근 소아 진료 현장에서는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정에 따른 진료 차질 우려가 잇따라 제기돼 왔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 필수의약품의 반복적인 품절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 차원의 공급 안정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협회는 소아 경련·발작 등에 사용되는 아티반주, 성분명 로라제팜 주사제의 공급 차질과 급성 부신위기·중증 알레르기 쇼크 등에 쓰이는 히드로코르티손 주사제의 수급 불안을 주요 사례로 들었다.
협회가 회원 병원 3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아티반 주사제와 관련해 12곳이 이미 재고가 소진돼 응급 환자 발생 시 처치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답했다. 13곳은 1~2개월 내 재고 소진이 예상돼 7월 이전 치료 차질이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이에 협회는 개별 품목별 임시 대응을 넘어 소아 필수의약품 공급망 전반을 점검하고, 범부처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같은 현장 우려 속에서 정부는 수급불안정의약품 생산 지원 사업을 확대해 필수약 공급 안정화에 나선다. 해당 사업은 국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생산시설과 장비 구축비를 보조해 공급 재개와 증산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2025년부터 시행됐으며, 올해 예산은 지난해 9억원에서 36억원으로 4배 확대됐다.
올해 지원 품목은 ▲GC녹십자 히스토불린주 ▲종근당 세파졸린주 ▲비씨월드제약 튜비스정·튜비스투정 ▲맥널티제약 글루오렌지100 ▲한국팜비오 히드로코르티손 주사제 ▲삼진제약 로라제팜 주사제 등이다.
히스토불린주는 소아와 성인 알레르기성 질환 치료제다. 튜비스정과 튜비스투정은 결핵 초기 집중 치료에 사용되는 핵심 치료제이며, 글루오렌지100은 임신성 당뇨 확진을 위한 국내 유일 포도당 액제다.
이들 품목은 각각 GC녹십자, 비씨월드제약, 맥널티제약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공급하고 있으나, 노후화된 생산시설 등으로 의료 현장에서 공급 지연과 일시 품절이 반복돼 왔다.
이번 지원을 통해 GC녹십자는 히스토불린주 생산량을 2026년 26만병에서 2028년 52만병으로 2배 늘릴 예정이다. 비씨월드제약도 튜비스정 생산량을 2026년 240만정에서 2028년 480만정으로, 튜비스투정은 300만정에서 600만정으로 각각 2배 확대한다. 맥널티제약은 글루오렌지100 생산량을 2026년 약 48만병에서 2028년 약 60만병으로 25% 늘릴 계획이다.
세파졸린주는 수술 부위 감염 예방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항생제다. 최근 타 기업의 생산 중단으로 종근당에 수요가 집중됐지만, 시설 한계로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번 지원을 통해 종근당은 세파졸린주 생산량을 2026년 600만 바이알에서 2028년 900만 바이알로 1.5배 확대할 예정이다.
의료계가 수급 불안을 지적해 온 주사제 품목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로라제팜 주사제는 수술 전 진정과 간질 등 응급상황에 사용되며, 히드로코르티손 주사제는 급성 부신 부전증 환자와 영유아 응급 치료에 쓰인다. 해당 품목은 국내 단독 생산기업들이 공급 중단을 보고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삼진제약은 로라제팜 주사제 생산 장비를 신규 구축하고, 연내 품목 허가를 취득해 공급을 개시함으로써 공급 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한국팜비오도 히드로코르티손 주사제 품목 허가를 신규 취득하고 생산에 나서 공급 상황을 안정화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수급불안정의약품 생산기업의 핵심 시설 확충을 지원해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생산시설 공사와 유틸리티 장비, 생산·분석 장비 등 수급불안정의약품 생산과 관련성을 증빙할 수 있는 장비가 지원 대상이다. 기업당 연간 최대 9억원을 2년간 지원한다.
정은영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수급불안정의약품 생산 지원 사업은 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담아 작년에 비해 사업 규모를 9억원에서 36억원으로 4배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지원하는 의약품들은 소아, 임산부의 건강 보호와 응급 치료에 핵심적인 의약품들로서 향후 안정적인 공급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및 유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