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이상지질혈증 치료 목표가 LDL 콜레스테롤(LDL-C)을 '얼마나 낮추느냐'에서 목표치에 '얼마나 빨리 도달해 오래 유지하느냐'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도와 목표치에 따라 스타틴 용량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에제티미브를 조기에 병용해 LDL-C 목표에 빠르게 도달하는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김병극 교수는 제약바이오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이상지질혈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환자의 위험도에 맞는 LDL-C 목표를 가능한 한 조기에 달성하고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The lower, the better'를 넘어 'The earlier, the better, and the longer, the better'라는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LDL-C를 더 빨리 낮추고 더 오래 유지할수록 심혈관 사건 예방 효과가 커진다는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며 "최근 국내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LDL-C를 보다 적극적으로 조절한 치료 전략이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LDL-C 목표 달성이 단순한 수치 개선이 아니라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는 실질적인 치료 목표임을 보여준다"며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처방 증가 역시 보다 효과적으로 LDL-C 목표에 도달하려는 근거 중심 치료 전략이 실제 진료 현장에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라고 말했다.
RACING이 보여준 스타틴 조기 병용 전략…국내외 가이드라인도 변화
김 교수는 이러한 치료 전략 변화의 배경 중 하나로 RACING 연구를 꼽았다.
RACING은 국내 ASCVD 환자 3780명을 대상으로 중강도 로수바스타틴 10mg·에제티미브 10mg 병용요법과 고강도 로수바스타틴 20mg 단독요법을 3년간 비교한 무작위 연구다.
심혈관 사망·주요 심혈관 사건·비치명적 뇌졸중을 합친 일차 평가변수 발생률은 병용군 9.1%, 고강도 스타틴 단독군 9.9%로 병용요법의 비열등성이 확인됐다. LDL-C 70mg/dL 미만 도달률은 1년 시점 병용군 73%, 단독군 55%였으며 3년 시점에도 각각 72%, 58%로 병용군에서 높았다.
불내약성으로 약물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인 비율 역시 병용군 4.8%, 단독군 8.2%였다.
김 교수는 "RACING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LDL-C 관리 전략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이라며 "과거에는 LDL-C 목표 수치 달성을 위해 스타틴 증량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면, 현재는 그와 함께 에제티미브 조기 병용 전략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RACING 연구를 통해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이 고강도 스타틴 단독요법 대비 우수한 LDL-C 목표 도달률과 치료 유지 측면의 이점을 보여줌으로써 실제 임상 현장에서 앞서 말한 'The earlier, the better, and the longer, the better'에 가장 부합하는 치료 전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후속 분석에서는 당뇨병이나 고령 환자 등 다양한 환자군에서도 병용요법의 효과와 치료 지속성이 확인됐다.
김 교수는 "RACING 연구의 후속 분석들에서 다양한 환자군에 대해 일관된 효과를 확인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이 LDL-C 목표 달성뿐 아니라 불내약성으로 인한 치료 중단·감량률이 낮게 나타나 장기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치료 전략임을 보여준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기 LDL-C 목표 달성 변화는 국내외 진료지침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올해 개정한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2026'은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스타틴 치료만으로 LDL-C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조기 목표 달성이 필요한 경우 에제티미브 또는 PCSK9 억제제 등 비스타틴 약제를 병용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서는 초기부터 최대 가용 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을 시행해 LDL-C 목표치에 조기에 도달하는 것을 고려하도록 새롭게 권고했다.
2025년 유럽심장학회(ESC)·유럽동맥경화학회(EAS)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는 ACS 환자에서 조기에 적극적으로 LDL-C를 낮추는 전략을 강조했다. 이전에 지질강하제를 사용하지 않은 ACS 환자가 스타틴 단독으로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입원 중 고강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 시작을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2026년 미국심장학회(ACC)·미국심장협회(AHA) 가이드라인 역시 죽상경화성 지질에 대한 평생 누적 노출을 줄이기 위해 보다 이른 치료를 강조했다. 또 매우 높은 위험의 ASCVD 환자에서는 LDL-C 55mg/dL 미만을 목표로 제시했다.
"빨리 낮추는 것만큼 오래 유지해야…효과·안전성 함께 고려"
LDL-C 목표에 빠르게 도달하는 것과 함께 장기간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고용량 스타틴을 장기간 사용할 때 새로 발생하는 당뇨병(NODM) 등 안전성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환자의 심혈관 위험도와 동반질환에 따라 LDL-C 목표와 치료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은 스타틴 용량을 과도하게 높이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LDL-C 강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당뇨병 발생 등으로 인한 위험도보다 심혈관질환의 예방으로 얻는 이득이 훨씬 더 크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LDL-C 강하 효과와 임상적 혜택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진료에서는 환자의 심혈관 위험도를 바탕으로 LDL-C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조기에 달성한 뒤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환자별 위험도와 동반질환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적의 LDL-C 관리와 치료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PCSK9 억제제와 siRNA 기반 치료제 등 새로운 지질강하 치료 옵션이 등장하고 있지만, 스타틴·에제티미브를 통한 LDL-C 관리는 치료의 기본 축으로 남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현재까지 심혈관 위험 감소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근거는 여전히 LDL-C 관리에 기반하고 있다"며 "최근 개발되는 치료제들 역시 대부분 스타틴 또는 스타틴·에제티미브를 기반 치료로 사용하는 환경에서 평가되고 있으며, 단독 사용에 대한 장기 심혈관 예후 개선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은 앞으로도 지질강하 치료의 기본 축으로 중요한 역할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병용 전략의 임상적 가치를 추가로 확인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현재 저희 기관에서 ACS 환자를 대상으로 고강도 스타틴 단독요법 대비 중강도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의 임상적 이점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향후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의 임상적 가치와 활용 범위를 더욱 넓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