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교육부가 내년 의대증원을 앞두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의평원에 대한 평가·인증 인정기관 재지정 취소까지 염두에 두는 듯한 내용의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다
교육부는 이 외에도 의과대학에 대한 의평원의 불인증 판정 1년 유예를 의무화하고, 평가·인증 업무 변경 시 교육부에 이를 사전 고지해 필요할 경우 심의를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지난 25일 이같은 내용의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건 인정기관의 공백 상황에 대해 명시한 대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인정기관의 지정·재지정 취소, 평가·인증 업무 중단 및 폐지 등의 사유로 평가·인증이 불가능해질 경우 새로 지정된 인정기관이 평가·인증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 기존 평가·인증 유효기간이 연장된다.
교육부가 의평원에 대한 인정기관 재지정을 취소하거나, 의평원이 평가·인증 업무를 중단하더라도 기존에 인증받은 의대들의 운영에는 차질이 없어지게 된 셈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현재는 인정기관 공백 시에 대한 규정이 없어 인정기관 공백으로 평가·인증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정부 재정지원 불가, 국가시험 응시 불가 등 학교와 사회에 막대한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의대 등 의료과정 학교에 대한 불인증 판정의 1년 유예를 의무화하겠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지금도 의평원은 불인증 판정 전 대학에 1년의 보완기간을 부여하는 자체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를 아예 정부 규정을 통해 못 박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규모 의대증원이 예정된 의대들이 무더기 불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교육부가 의평원의 평가·인증 업무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인정기관이 평가·인증 업무를 변경할 경우 이를 교육부에 미리 알리도록 하고, 교육부 장관은 변경 사항이 중대하다고 판단할 경우 인정기관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의평원은 평가·인증 기준, 절차, 방법 변경에 대해서도 최소 1년 전에 확정해 대학에 알려야 한다.
실제 교육부는 지난 5월 의평원을 인정기관으로 재지정하면서 재지정 평가·인증 기준, 절차, 방법 변경 시 인정기관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으며, 최근 의평원의 증원 의대 대상 주요변화 평가 계획에 대해 심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에선 정부가 의평원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의과대학 교수는 “의평원은 지난 20년간 (엄격한 평가·인증으로)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버텨온 곳”이라며 “사전 심의 등으로 휘하에 두려 하더라도 생각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 이유로 지정 취소 가능성까지 꺼내 든 것 같지만 의평원은 세계의학교육연합(WFME)로부터 인증을 받는 등 의학교육 평가에 대해 전문성을 쌓아온 곳”이라며 “다른 기관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의평원에 대한 지정이 취소되면 우리나라 의대는 다른 나라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의평원의 독립성을 보장해 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독립성을 침해하겠다고 나서는 건 창피한 일”이라며 “정부는 지금도 학생들의 유급은 없다는 등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밀어붙이고 있는데 이번 의평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행정부 독재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