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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취약지 없는데 의대 신설?"

    전남 병의원 1012개 "선거 공약일 뿐"

    "3000억 투입 국고 낭비…기존 의대 활용하라"

    기사입력시간 2015-06-29 06:26
    최종업데이트 2015-06-29 06:43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전남에 의료취약지는 없다."

    의료취약지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위해 국립보건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곡성)이 지난 달 대표발의한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 법률안'은 의사 인력이 부족한 의료취약지 등에 국립보건의대와 그 부속병원을 설립(2020년)하는 내용이다.
     
    국립보건의대 학생은 학비를 전액 지원받는 대신,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전공의 수련기간 제외) 의료취약지역의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일해야 한다.
     
    의무 복무 인력을 양성해 의료취약지 근무 기피 현상에 따른 공공의료기관의 의사 공급 부족을 해결하자는 취지다.
     
    국립보건의대 설립에 필요한 예산은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 결과 3278억원에 달한다.
     
    이 법안은 의대 설치 지역을 특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정현 의원이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순천대학의 의대 유치를 핵심공약으로 내건 만큼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순천대가 의대 설립 1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도 전남의 의료기관 부족을 이유로 목포대학에 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남 모든 시군에 병원, 시군 중 절반에 종합병원
     
    전남지역은 정말 의료취약지일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남지역의 의료기관 수는 1012개에 달했다.
     
    종합병원 23개, 전문병원 4개, 병원 83개, 의원 902개다.
     
    전남의 22개 시군 중 종합병원이 있는 지역은 11곳으로 절반에 이르렀다.

    해당 지역에 종병이 없어도 인근지역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에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최소 1곳 이상 있다.
     
    특히 의대 유치를 추진하는 순천과 목포시에는 상당한 의료기관이 집중돼 있었다.
     
    순천시에는 종합병원 5개‧전문병원 2개‧병원 17개‧의원 125개가, 목포시에는 종합병원 5개‧전문병원 1개‧병원 12개‧의원 136개가 모여 있다.
     
    순천 인근의 여수시, 광양시, 고흥군, 화순군, 장흥군 등에도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이 있으며, 목포시 주변의 무안군, 해남군, 나주시 등 역시 종합병원이 운영중이다. 
     
    * 종합병원, 전문병원 없는 지역은 표시하지 않음.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장은 "전남에 의료취약지역은 없다"면서 "면 단위에도 의료기관이 2곳 이상 개설돼 있고, 한의사 1명, 치과의사 1명, 공중보건의가 1명 이상이 배치돼 있다. 면이 없는 리 단위에는 각 보건진료소에 진료인원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회장은 "이 의원이 의대 설립 이유로 제시한 의사의 수도권 집중도 더 이상 명분이 없다. 의사가 너무 많아 역으로 지방에 내려오는 실정"이라며 "의대 설립을 위해 제시한 명분일 뿐 설득력 없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남지역의 지역간 진료과목별 불균형은 존재했다.
     
    필수진료과목 중 내과와 외과는 모든 시군에 골고루 분포했지만,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없는 지역이 다수였다. 
     
    광양시, 구례군, 곡성군, 보성군, 신안군, 진도군, 함평군 등 7곳에 산부인과가 없고, 소아청소년과가 없는 지역도 곡성군, 보성군, 진도군, 함평군, 영암군, 장성군, 담양군 등 7곳이다.
     
    또 의사들이 의료기관 소재지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아 퇴근 후 야간시간에 일부 지역의 의료서비스 공동 현상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의대 신설은 공약일 뿐 명분 없다"
     
    이러한 지역간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 세금 3000억원으로 의대를 세워야 할까?
     
    전문가들은 의무 복무 인원이 필요하다면 기존의 공공보건의료제도를 활용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의과대 예방의학교실 지영건 교수는 "국립보건의대 설립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 이정현 이원의 선거 공약일 뿐"이라며 "꼭 의사 수를 늘려야만 한다면 비용이 들어가지 않고 기존 의대에서 정원을 증원하는 등의 여러 대안이 있다"고 꼬집었다.
     
    지영건 교수는 "예를 들어 기존 의대에서 일정 비율로 의무복무 인원을 뽑으면 된다. 서울대의 농어촌 특별전형같은 전형을 별도로 두고 선발자에 한해 의무 복무제도를 두면 되지, 새로운 의대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미 공공의료 운영에 대한 많은 법률이 있다.

    '공공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공공보건의료사항을 규정하고 있고, '국립대학병원설치법'과 '서울대학교병원설치법', '국립중앙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 기능을 할 수 있는 의과대학 및 병원이 설립돼 있다.

    법적인 근거가 없어서 혹은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기관이 없어서 의료취약지역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지금 필요한 것은 국립의대를 어떻게 공공의료로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라며 "국립보건의대를 신설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막대한 예산만 낭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필수 전남의사회장은 "전남지역에 산부인과가 부족한 이유는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며 "산부인과처럼 특수한 과에 대해서는 정부가 의료진의 과실이 없을 경우 면책을 하는 등 지원이 필요한 구조적인 문제다. 의사 증원은 해결 방법이 아니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