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비 기준(기본급 1.5배)을 지키기 위해 기본급을 낮추는 국내 수련병원의 꼼수가 문제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 수련의(Junior Doctor)가 비슷한 조건을 이유로 NHS 역사상 최초의 총파업에 들어간다.
NHS : National Health Service,국민보건서비스라고 불리는 영국의 보건의료제도
영국 의사와 의대생 협동조합인 BMA(The British Medical Association)는 지난 19일 파업 찬반을 묻는 투표 결과, 수련의 응답자(응답률은 78%) 98%가 총파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BMA는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는 수련의가 안전하고 공정한 계약을 맺길 원한다. 우리는 이를 위해 환자에게 위험하고, 의사에겐 안전하지도 공정하지도 못한 계약 시행을 강력하게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e want a safe and fair contract for junior doctors. To do this we need to robustly resist an imposition of a contract that is unsafe for patients, and unsafe and unfair for doctors."
BMA 측은 "새로운 계약이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라며, 이번 파업이 '불가피한 혼란'이라고 밝혔다.
BMA와 정부 간 마지막 분쟁은 2012년에 있었던 연금 문제였고, 수련의들의 마지막 파업은 1975년이었다.
당시 일부 수련의는 100시간이나 일했지만, 40시간의 정규 시간 외엔 추가 수당을 받지 못했다.
수련의들의 파업 이유
본격적인 파업이 진행되기 전, 영국 수련의들이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Photograph: Anthony Devlin/PA <출처 : The Guairdian>
영국 의사는 NHS(정부)와 계약을 맺고 국민에게 무상의료를 공급한다.
의사의 월급이나 근로 시간 같은 처우도 당연히 (병원이 아닌) 정부와 계약한다.
현재 정권을 잡은 영국 보수당은 선거 당시 'affordable the fully seven-day NHS'(주말과 평일, 밤낮 구분 없이 동일한 의료 서비스 제공)를 선거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보수당 소속의 제레미 헌트 복지부 장관은 "여러 연구에서 영국 의료의 주말 사망률이 너무 높다"라고 주장하고, 영국 수련의들에게 새로운 계약을 제시했다.
새 계약은 높은 당직비를 지급하는 시간인 '평일 오후 7시~오전 7시'를 '오후 10시~오전 7시'로, '토요일 전 시간'을 '토요일 오후 7시 이후'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트 장관은 이것을 보상하기 위해 기본급을 11% 인상하고, 2019년까지는 연봉이 감소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계획이지만, 영국 수련의들은 이것이 불충분하며 기본급 인상이 총 연봉의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수련의들은 급여의 40%를 차지하는 당직 수당이 줄면서 총 급여가 감소하고, 연봉 보호가 끝나는 2019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영국 수련의는 헌트 장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계약이 금전적인 문제를 만들어 결국 그들의 근무 시간이 늘어나게 될 거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계약이 수련의에게 초과 근무를 시킬 때 받는 수련 병원 페널티를 무마시켜, 정부의 예산을 절약하고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현재 영국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의사의 연봉은 22,636파운드($34,514)고, 1년이 지나면 28,076파운드($42,809)로 인상된다.
영국 의사의 졸업 후 수련 과정 <출처 : BBC>
수련의의 파업 결정
영국 수련의들은 투표 결정에 따라 12월 1일 처음으로 파업에 나서며, 8일과 16일에 두 번째와 세 번째 파업을 이어간다.
첫 파업 때는 응급실을 예외로 하고, 두 번째부터는 응급실까지 포함한 총파업을 진행한다.
파업으로 인한 응급실 공백은 경력 의사가 대체한다.
NHS 사상 최초의 수련의 총파업으로 많은 수술이 연기되고, 외래가 취소될 전망이다.
NHS의 Medical Director인 Sir Bruce Keogh는 "BMA가 그들의 결정을 후회할 것"이라며, 파업 동안 테러리스트의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제레미 헌트 복지부 장관 Photograph: Neil Hall/PA <출처 : The Guardian>
헌트 장관 역시 이번 파업이 환자들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련의에게 매우 공정한 제안을 했는데, 그것은 전체 수련의 중 75%의 월급을 인상하는 것이었다"라며,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해 수련의와 대화를 원했지만, 그들은 파업을 결정했고 정부는 긴급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정작 헌트 장관 역시 영국 노사 분쟁 조정・중재 기관인 Acas(Advisory, Conciliation and Arbitration Service)가 제안한 대화를 거절한 채, BMA가 NHS와의 협상 테이블에 돌아와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급여 변경 항목은 다르지만, 의사 초년생의 희생으로 의료서비스를 충족시키려는 꼼수는 한국이나 영국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