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대구 쌍둥이 산모 '응급실 뺑뺑이'?…"28주 미만·800그램 미숙아 볼 수 있는 병원 거의 없어"

    기존 보지 않던 산모의 미숙아 응급진료 원래 쉽지 않아…배후진료 지원과 사법리스크 부담 완화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6-04-09 06:40
    최종업데이트 2026-04-09 06:40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전국적으로 28주 미만 800그램 미숙아를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는 병원이 몇이나 될까요." 

    대구에서 조산 증세를 보인 쌍둥이 임신부가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아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과 관련해, 의료계는 '응급실 뺑뺑이'라는 수식어로 이번 사건의 모든 문제를 덮고 넘어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새벽 시간 응급 미숙아 출산 문제가 지역 응급실 인프라 자체만의 문제였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월 1일 오전 1시 39분, 임신 29주의 쌍둥이 산모가 복통을 호소하며 119 구급대에 의해 구급차에 몸을 실었지만 대구지역 7개 병원에서 모두 '수용 곤란' 통보를 받았다. 

    결국 4시간이 지난 뒤 평소 진료를 보던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첫째 아이는 숨지고 둘째는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 손상으로 진료 중이다.  

    28주 미만 미숙아 환자, 진료할 수 있는 병원 많지 않아 

    9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이번 사건을 두고 의료계는 안타깝지만 '응급실 뺑뺑이'라고만 부르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사건 자체가 '대구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고 있지만, 환자에 대한 신속한 다학제적 진료가 요구됐던 만큼 의학적 관점에서 이를 단순한 환자 뺑뺑이로만 바라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우선 해당 환자의 경우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국적으로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 자체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상황에서 지역에서 야간에 신생아분과 소아과, 산부인과, 마취과, 중환자의학과, 응급의학과 의사가 모두 필요한 병원을 찾기는 사실상 매우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분당차병원 박수현 소아응급센터 교수는 "일반 산모도 아니고 28주 미만 800그램 아기를 받아서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거의 없다. 아이가 30주 이상일 경우 그래도 많은 병원이 진료할 수 있지만 28주 미만은 빅5병원 외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28주 미만 미숙아의 경우 입원해서 최대한 버티다 신생아 중환자실을 준비하고 소아과 호출을 마친 상태에서 출산을 진행해야 문제가 없다. 사실상 신생아 중환자실 자리도 없고 새벽에 갑자기 해당 병원에서 팔로우업하지 않았던 산모를 받기란 사실상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전검사 결과에 따라서도 필요한 장비가 다르고 기형 여부도 알 수 없다. 더욱이 아기가 쌍둥이라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며 "제왕절개도 신생아 중환자실 지원이 없다면 어렵다. 이런 산모를 갑자기 받을 수 있는 병원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산 우려 있었다면 평소 팔로우업 병원 근처 머물러야

    이런 위험 요인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환자가 미리 위험에 대비했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조산 우려가 있거나 산전진찰상 기형이나 문제가 있는 산모는 평소 다니던 병원 근처에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 진료 자체가 전국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이런 산모를 새벽에 받아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란 의료진 입장에서도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과 전문의는 "매우 위험 요소가 많고 꾸준히 팔로우업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긴급하게 미숙아 환자를 진료하게 된다면 어떤 의사라도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사법리스크 우려가 먼저 떠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사건에서 진료 이전 119구급대원의 환자 이송 과정에서도 일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는 "대구 지역 5개 대형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에게 확인해 본 결과, 대구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새벽 1시57분부터 2시34분까지 대구 소재 7개 병원에 연락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응급의학과 직통전화(Hot line)으로 연락한 것이 아닌 응급실, 분만실 등 병원마다 연락 체계가 달랐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 이사는 "현재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중앙응급의료센터와 별도 조직으로 중앙모자의료센터 전원전담팀을 두고 있고, 핫라인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지역의 응급의료기관에서 가용 자원과 인력이 부족한 경우, 모자의료전원전담팀 핫라인으로 연락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수고한 구급대원 등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응급실 수용능력 확인 삭제 등을 골자로 한 응급의료법 개정 시도에 대한 우려와 직통 전화의 중요성이 새삼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병상 비어 있어도 병상 지킬 의사가 없어…응급실 강제수용이 해법 아니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구시는 올해 계명대동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을 39개에서 48개로 늘릴 예정이다. 또한 경북대병원은 고위험 산모와 태아를 위해 집중치료실 5개 병상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 모자의료센터 5개 병원의 산모-태아 집중치료실은 32개, 신생아 집중치료실은 145개다. 산모-태아 집중치료실의 의료 인력은 전문의 16명, 전공의는 12명, 신생아 집중치료실의 인력은 전문의 20명, 전공의 2명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정부가 배후진료 인력 지원과 신생아 중환자실 인프라 확충에 힘써야 한다는 제언이 의료계 내부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다.  

    또한 의사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큰 상황에선 위험 부담이 있는 환자를 쉽게 받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대구시의사회 민복기 회장은 "의사가 없는 병원에 환자를 수용해 봐야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신생아를 받을 수 있는 의사 부족과 전공의 인력 부족이 원인"이라며 "고위험 미숙아 진료에 있어 의료사고 소송 위험이 높은데 반해, 지역 의료 인프라는 빈약하다. 지역모자의료센터가 있더라도 야간에 미숙아 쌍둥이를 담당할 의사가 없다면 센터는 간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대구는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의료 도시다. 그런 곳에서조차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은 지역 의료 인프라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는 신호"라며 "최근 5년간 지방의 분만 산부인과 10곳 중 3곳이 문을 닫았다. 고위험 산모와 미숙아를 돌볼 산과 전문의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으며, 젊은 의사들은 사법 리스크와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피해 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병상이 비어 있어도 그 병상을 지킬 의사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응급실 문을 강제로 여는 법이 아니다. 산부인과, 소아과 등 배후진료 인력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과 더불어 의료 사고에 대한 형사 처벌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며 "지역 거점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 인프라 확충이 선행되지 않으면 비슷한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긴급한 미숙아 출산의 경우 야간 진료가 쉽지 않아 대형병원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를 모두 수용해야 한다면 응급실에서 사망선고를 하라는 것과 같다"며 "전국에 모든 병원 응급실에서 새벽에 발생한 미숙아 환자를 위해 의료진과 배후진료과가 항상 대기를 하고 있어야 하는지도 정부 입장에서 고민해 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