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연초 의대정원 확대 계획을 발표한다고 알려지면서 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전공의 단체행동 여부가 의료계의 핵폭풍으로 떠올랐다. 전공의들이 움직이면 2020년 파업처럼 의대생들은 물론 의료계 내 다른 직역까지 함께 강경투쟁을 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공의 관계자는 1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 발표 이후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단체행동 여부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아마 1월 초 정부의 공식적인 의대정원 증원 발표를 보고 움직이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대전협은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따른 단계별 대응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협 박단 회장도 정기대의원총회 이후 "지난 10월부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대위와 거의 매달 한번씩 만나고 있다. 이외에도 거의 매일 대응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기사=전공의들 의대정원 증원 본격 대응 예고…"의대생들과도 협력"]
의대정원 증원 대응방안을 놓고 내부갈등까지 드러냈던 의료계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강경투쟁에 나서주길 내심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의사총파업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의협이 주축이 되는 파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휴진 등 집단행동이 쉽지 않은 개원가 특성상 단합력이 좋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먼저 행동에 나서줘야 투쟁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0년 의사총파업 당시 보건복지부가 사전 휴진신고 명령에 따라 17개 시도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전국 3만 2787개 의원급 의료기관 중에서 8월 26일에는 2097개(6.4%), 8월 27일 1905개(5.8%), 8월 28일 1508개(4.6%) 기관이 휴진을 신고해 참여율이 모두 한자리 수에 그쳤다. 반면 복지부가 수련병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차 파업 당시 전공의 수련기관 151곳 전공의 8679명의 실제 집단휴진 참여율은 70%(6021명)에 달했다.
특히 의협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최대집 전 의협회장을 투쟁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정치색으로 논란이 커지자 자진사퇴했고,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을 위한 임시대의원총회가 소집되면서 큰 내홍을 겪었다. 당시 의협 집행부가 주최했던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 참여한 의사회원은 14만여명 중 1000명에 그쳤다.
대전협이 강경대응을 본격화하면 흩어졌던 의대생들도 결집할 명분도 생긴다. 2020년 파업 이후 집행부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는 대한의과대학학생협의회(의대협)이 다시 단체행동을 위해 단합하려면 전공의들이 먼저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를 의식한듯 복지부도 전공의 달래기에 나섰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선 불만이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지난해 11월 26일 전공의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복지부가 의료계 내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의지가 있고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복지부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전공의는 "박 차관은 전공의 정책에 대해 모호한 입장이고 민감한 문제에 대한 답변은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라며 "특히 지난 2020년 전공의들이 앞장서 이뤄낸 9.4 의정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채 의대정원 증원이 일방적으로 확정됐고, 이에 대다수 전공의들이 분노하고 있다. 온라인 회의로 참석한 일부 전공의들은 과격한 발언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공의는 "1월 초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하면 전공의들도 본격적인 대응 움직임을 시작할 것"이라며 "최근 많은 의국의 전공의들이 강경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