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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안나 강릉의료원장 "지역 와보니 의료 살릴 방법은 있다…모두가 외면하고 있을 뿐”

    [인터뷰] “의협 무대응에 정부는 숙원사업들 빠르게 해치우는 중…전문가단체 의협 신뢰성 회복해야”

    기사입력시간 2026-08-28 07:22
    최종업데이트 2026-08-28 10:03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이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강릉의료원 최안나 원장이 의료계 중앙 무대에서 지역 공공의료 현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어느덧 1년여 시간이 흘렀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을 지낸 그는 이제 강릉에서 매일 ‘의사 구하는 일’이 주 업무라고 말한다. 그러나 수도권 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도 의사 인력을 구하기 힘든 현실 앞에, 공공병원은 민간과 다른 비전과 기대를 심어주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현장에서 느낀 그의 절절한 고백이다.

    최 원장은 정부의 의료개혁이 방향을 잃고 있다고 진단한다. 의사 수만 늘리고 건물만 짓는 정책으로는 지역의료를 살릴 수 없으며, 오히려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고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기존 인력과 인프라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먼저 손보는 일이다. 지역의사가 현장에 나올 10년 동안 지역의료가 죽어버리면 그제야 의사가 나와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의협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반대만 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사이 정부는 숙원 사업들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으며, 의협은 전문가 단체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정책 파트너로 설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의료가 무너지면 아무리 많은 지역의사를 배출해도 소용이 없다'는 최 원장의 경고는 현재 의료계와 정부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까. 메디게이트뉴스는 강릉의료원 최안나 원장을 만나 정부 의료개혁의 명과 암, 그리고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최안나 원장과의 일문일답.

    공공병원, 민간병원과 차별화 없이 무한 경쟁 시키면 의사 못 뽑는다

    - 지역 공공병원은 ‘의사 뽑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많다. 실제 현장 상황은.

    내가 하는 주 업무가 지역에서 근무할 의사를 구하는 일이다. 그러나 근무 조건을 수도권보다 좋게 맞추려고 해도 쉽지 않다. 지역 정주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공공의료기관이 민간의료기관과 똑같이 경쟁해서 뽑아야 하니 당연히 뽑기 힘들 수밖에 없다. 의사들이 공공병원에 민간의료기관과 다른 비전과 기대를 가지고 일하러 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우선 공공병원 의사들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도록 사법적 위험으로부터 정부가 의사를 보호해야 한다.

     - 그렇게 의사를 구하기 어려우면 전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성립할 수도 있나.

    의사 전체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배치나 효율성이 떨어진다. 작년 9월부터 나이 많으신 의사와 공보의 두명이서 맞당직을 서면서 응급실 운영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지금은 시니어 의사 두명과 응급의학과 공보의 한명이서 당직을 서고 있다. 

    당장 응급실을 닫아야 될 수 있는 상황이라, 병원 내 다른 과장들에게 응급실 당직을 부탁했다. 그러나 규정상 타 과 의사가 응급실 당직을 서려면 자신이 맡고 있는 입원 환자는 다른 의사에게 모두 맡겨야 한다. 응급실을 보는 동안엔 자신이 맡던 환자를 못보게 되는 셈이고, 이때 발생하는 행정업무도 굉장히 많다.  

    일례로 우리 병원에 일반 외과 의사가 1명인데, 이 의사가 응급실 당직을 서게 되면 자기 환자를 정형외과 등으로 보내야 되는 것이다. 또 이 의사가 응급실 당직을 서는 동안엔 급성 맹장염 환자가 와도 규정상 자기 앞으로 입원을 못 시킨다.  

    문제 해결이 어려워서 강원도 내 지역 공보의들에게 주말만이라도 응급실 당직을 서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강릉 내 공보의는 형사소송 위험 때문에 부담감을 내비쳤고, 다른 지역 공보의는 실제 지원 의사도 있었으나 업무 지침상 자신의 지역에 배정받게 되면 다른 지역에서 의료업을 수행할 수 없도록 돼 있어 무산됐다. 

    주위의 민간병원에도 도움을 요청했으만 겸직 위반에 해당돼 결국 응급실 의사를 구하지 못했다. 매번 정부는 지역, 필수, 공공의료 위기를 외치지만 현장에 있는 의사들만 급하다. 예전에 의사가 많았을 때 생겼던 낡은 규정들을 고치고, 공공의료기관부터라도 의료사고국가책임제를 시행해야 한다. 

    - 공공병원이 민간의료기관과 다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공공의료가 민간의료와 차별화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공공의료는 민간의료기관에서 하기 어려운 진료를 담당하면서 그 지역의 의료전달체계가 원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강릉은 통합돌봄에 필수인 재택의료를 개원의가 하기 어려워서 의료원이 하고 있고, 내가 직접 진료하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살피고 장차 개원의가 할 수 있도록 복지부와 지자체에 정책 개선을 건의했다.

    정부는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공공의료기관에 막대한 세금을 들이지만, 민간의료기관과 별반 다르지 않은 기능을 요구하면 민간과 공공병원이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 이건 지역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의료기관은 그 지역의 민간의료기관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 그렇다면 민간병원들과 상생하며, 강릉의료원이 좀 더 집중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강원도는 5개 의료원이 있어 인구 대비 의료원 수와 공공병상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땅이 넓고 인구가 적기 때문에 민간의료기관이 취약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전국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지역완결형 공공의료를 제대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특히 영동지역은 재활의료 인프라가 취약해서 강릉의료원이 약 500억 원의 세금을 들여 재활병동을 짓고 있다. 2028년에 완공되면 재활 치료를 받기 위해 태백산맥을 넘어야 하는 환자들이 없도록 할 것이다. 또 강릉의료원은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국가지정입원병상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 거의 활용을 못하고 있다. 메르스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감염병 유행 시기에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중요함을 국민들이 모두 알게 됐다. 민간이 받기 어려운 감염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원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지역공공의료 현장 와보니 있는 인적 자원도 제대로 못 쓰고 있어

    - 최근 정부 의료개혁 정책 추진의 방향성을 어떻게 보나.

    윤석열 정부 때와 차이점을 모르겠다. 정부는 의사들이 우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일사천리로 진행 중인데, 지난 정부 때와 다르게 의협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조용히 의료개혁을 잘하고 있다’며 정은경 장관을 칭찬하겠나. 지금 추진하는 정책들로는 우리가 당면한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결국 안 되는 방향으로 막대한 예산만 쓰고 의료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것이 우려된다.

    -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에 이어 지역의사제도를 준비 중이다. 이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지역의사제를 도입했지만 이들이 필드에 나오려면 10년이 걸린다. 그 안에 지역의료가 죽으면 지역의사가 나와도 소용이 없다. 즉 지역의사 보다 지역의료 살리기가 우선이라는 말이다. 

    지역의사가 현장에 나올 때 지역의, 특히 공공의료기관들의 의사들이 멋지게 제 역할을 하고 있어야 지역의사들이 의무기간만 채우고 수도권으로 떠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결국 지금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이 어떤 환경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가 앞으로 지역의사제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다시 말해 일하고 싶은 공공병원이 우선 돼야 한다. 이런 취지로 나는 강릉의료원을 의사들이 일하고 싶은 병원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 의협 임원을 역임한 뒤 지역 공공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의료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나.

    ‘지역의료가 붕괴되고 있다’며 윤 정부 때 의대정원 2000명을 늘린다고 하고, 지금 이재명 정부도 공공의대를 짓겠다고 해서 지역의료가 얼마나 어려운지 직접 돕겠다고 현장에 온 것이다. 다만 정작 와보니 있는 인적 자원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의 지역공공의료 인력과 인프라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충분히 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그럼에도 안 되면 의대 정원을 늘리고 공공병원을 늘려야겠지만, 의사들이 지역공공의료를 기피하는 산적한 문제는 그대로 놔둔 채 의사 수만 늘리고 건물만 지으면 결국 아무 것도 해결 못하고 세금 낭비만 될 것이라는 생각이 공공의료 현장을 경험하며 더 강해졌다.

    의협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사이 정부는 숙원사업들 해치우는 중

    - 의정갈등 이후 의협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해법이 있다면.

    지금과 같은 의료 격변기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처음 보는 상황일 것이다. 예전에는 지역에서 잘 치료받던 병들도 이제는 치료받지 못하는 공포가 커지고 있는데, 정부와 의료계의 해법이 다르니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협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으려면 전문가 단체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러려면 의협이 ‘회원 권익 보호’라는 프레임에 갇혀 내부정치에만 목소리를 높여서는 안 된다. 당장 회원 권익을 위하는 것처럼 보여도 의료 체계가 무너지면 국민의 피해는 물론 우리도 의사로서 존재 의미를 잃게 된다.

    의협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전문가 집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잘못을 저지른 회원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소수의 잘못된 행위로 인해 선량하고 성실한 다수의 회원들이 피해를 입는다. 36주 아기 살인 사건에 내가 앞장서 목소리를 낸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의협이 우선 면허관리원을 통해 자정능력을 갖춘 집단임을 보여야 한다.

    - 최근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이 제기한 '의료사고 이력공개'에 대한 문제도 같은 맥락으로 보나.

    이소희 의원이 제기한 문제는 다른 것이다. 있을 수 있는 수술 합병증을 징계대상으로 보고 이력을 공개하자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의사들을 수술실에서 쫓아내는 것이다. 의료에 대한 시각이 이렇게 왜곡된 국회의원이 보건복지위원이라는 것이 황당하다. 물론 성범죄나 윤리적 문제가 있는 의사에 대해서는 의사들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 정부와의 보건의료정책 대화 파트너로서, 앞으로 의협의 역할과 스탠스는.

    지금 의협은 ‘반대 아니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정부는 오랜 기간 하고 싶었던 숙원 사업들을 빠르게 해치우고 있다. 의협은 명실상부 의사들의 유일한 법정단체다. 정부와 대등한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강력한 자정활동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부 정책에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 최근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 문제가 고조되고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한방이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한방으로는 환자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현재 한의계에서 하고 있는 불법적인 형태의 의료 행위는 명백히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에서 합법으로 판결을 받은 것도 진단장비의 보조적 역할에 국한돼 처벌받지 않은 것뿐이다.

    리도카인 등 전문의약품이나 IPL 등 침습적인 시술 등에 대해서는 불법으로 이미 판결이 난 사안이다. 한의학적 원리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은 침습적 시술들은 명확히 법으로 금지해야 하고, 조만간 있을 업무조정위원회에서도 이 부분은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과는 별개로 현재의 이중 면허 체계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무면허 의료 행위를 조장하고 의료 체계 자체를 위협한다. 한방과 같은 비과학적인 환경에 국민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는 상태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 의사를 하고 싶으면 한의대가 아니라 의대를 가야 하고, 이미 한의사가 됐어도 한방의 한계를 벗어나고 싶으면 의대 교육을 받아 의사가 돼 제대로 환자를 보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의대 교육을 받지 않은 채 무분별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궁극적으로는 한의대를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