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국내 폐암 수술의 약 60%가 9개 병원에 집중되고 전체 수술의 40~50%가 서울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 기회가 필요한 진행성 폐암 환자뿐 아니라 지역에서 치료할 수 있는 초기 폐암 환자까지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으면서 지역 진료체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폐암학회는 10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KALC IC 2026’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폐암 환자의 수도권 쏠림 문제를 짚고 ‘지역 완결형 폐암 진료 활성화 전략’을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대한폐암학회 류정선 회장, 우홍균 이사장, 박인규 기획이사, 오인재 학술이사, 송시열 홍보이사, 김학재 총무이사가 참석했다.
대한폐암학회 박인규 기획이사는 “우리나라 폐암 수술의 거의 60%가 9개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전체 수술의 40~50%는 서울 지역에서 시행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진행성 폐암 환자는 신약 임상시험과 다양한 치료 기회를 찾아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지역에서 치료가 가능한 초기 폐암 환자까지 서울로 향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대한폐암학회 오인재 학술이사는 “폐암 임상시험의 70% 이상은 4기 진행성 폐암을 대상으로 한다. 생존율이 낮다 보니 여러 치료 기회와 임상시험을 찾기 위해 서울로 집중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4기가 아닌 환자는 지역에서 신속하게 치료받을 여건이 있는데도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회는 지역 병원의 폐암 수술 성적보다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환자와 보호자의 인식이 쏠림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라고 봤다.
박인규 기획이사는 “학회가 파악하기로는 지방 병원의 폐암 수술 질에는 문제가 없다”며 “그럼에도 환자와 가족의 인식 때문에 서울로 오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 환자의 수술 후 돌봄 문제도 수도권 이동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폐암 환자 상당수가 고령층인 데다 자녀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거주지에서 수술받더라도 회복기 간호와 간병을 맡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박 기획이사는 “고령 환자가 지역에서 수술받은 뒤 관리를 받기 어려워 자녀가 있는 서울로 오는 경우도 있다”며 “지역 내 간병과 간호 지원이 정책적으로 뒷받침되면 환자의 수도권 이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학회는 KALC IC 2026 기획위원회 세션으로 ‘지역 완결형 폐암 진료 활성화 전략’을 마련했다. 충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의 폐암 진료 성과를 공유하고 권역암센터의 기능과 지역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 구축 방안을 논의한다.
다만 학회는 이번 세션에서 지역별 예산이나 구체적인 정부 지원방안을 제시하기보다 폐암 전문가와 학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박 기획이사는 “지역마다 의료 여건과 요구가 다르고 같은 지역 안에서도 국립대병원과 다른 의료기관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며 “정책과 재정 문제를 하나의 방식으로 정하기는 어려워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역 완결형 폐암 진료를 위해서는 수술뿐 아니라 병리·분자진단과 방사선치료, 약물치료 등을 잇는 다학제 진료체계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다학제 통합진료 수가는 환자와 최소 3명 이상의 다른 진료과 전문의가 한자리에 모여 대면 진료를 해야 받을 수 있다.
전문의 5명이 참여하면 더 높은 수가를 받을 수 있지만 의료진의 진료와 수술 일정을 동시에 맞춰야 해 인력이 부족한 지역 의료기관에서는 운영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인재 학술이사는 “수술 중인 전문의가 온라인으로 회의에 참여해도 다학제 진료로 인정된다면 병원 시스템을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며 “다학제 회의에서는 비대면이나 온라인 참여를 인정하고 보상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회원들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다학제 진료를 준비하는 과정에도 별도의 인력과 공간, 장비가 필요하다. 환자 사례를 선정해 자료를 수집하고 여러 진료과 의료진과 환자의 일정을 조정할 코디네이터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지 않다는 게 학회의 주장이다.
박 기획이사는 “다학제 진료를 위해서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연락하고 자료를 준비하는 코디네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여러 전문의와 환자가 함께 들어갈 공간과 장비도 마련해야 하고 의료진은 기존 외래와 수술을 마친 뒤 별도의 시간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가 지난 7~8월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다학제 통합진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평가와 보상방식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면진료뿐 아니라 온라인 협진과 전문가 간 환자 사례회의도 보상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류정선 회장은 “의료의 질은 일반 국민이 직접 평가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지역 의료기관의 실제 치료역량과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와 학회가 지역 의료의 질을 객관적으로 알리고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노력이 지역 완결형 폐암 진료체계를 만드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