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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김중희 교수 "병원 도착 전부터 심전도 AI로 위험 평가…119 의료지도·이송 지원"

    119 구급 현장서 심전도 AI 분석해 의료지도 지원…제주 적용 이어 서울 확대 준비

    현재 약 130개 병원서 월 30만건 심전도 분석…건강검진·수술 전 평가·소아 심전도 활용 확대

    기사입력시간 2026-09-26 08:24
    최종업데이트 2026-09-26 14:31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 '의료AI 도입 이후' 

    의료 AI가 의료 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새로운 질문이 시작됐다. AI를 도입할 것인가를 넘어,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무엇이 달라졌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다. 메디게이트뉴스가 9월 3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주최한 ‘제3회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에서는 각 전문가 20명이 ‘의료 AI 도입 이후’를 주제로 병원·산업 현장 경험과 전망을 공유했다. 강연 기사 시리즈를 통해 의료 AI 도입 이후 달라지고 있는 의료 현장의 모습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① 이주영 국회의원 "한국은 의료AI 갈라파고스…권한은 없고 책임만 높아"
    ②서준범 국가AI전략위원회 AI기본의료소그룹장 "의료AI의 미래? 진단 보조 넘어 의료시스템 전반 전환"
    ③이현훈 서울대병원 교수 "KMed.AI, 의사국시 넘어 실제 진료현장으로…EMR 연동 본격화"
    ④양동현 서울아산병원 AI혁신지원실장 "의료AI 14종 사용 중, 진짜 문제는 도입 이후"
    ⑤차원철 삼성서울병원 실차장 "의료 AI, 좋은 모델 도입이 끝 아니다"…'ZEO Med 2' 만든 이유
    ⑥김중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병원 도착 전부터 심전도 AI로 위험 평가…119 의료지도·이송 지원"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김중희 교수가 ‘의료 AI를 이용한 응급의료 혁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심전도 인공지능(AI)이 응급실 도착 전 119 구급 현장에서 환자의 위험을 평가하고 이송 병원을 결정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현장에서 촬영한 심전도에 AI 분석 결과와 환자 정보를 함께 담아 의료지도 의사에게 전달하고, 이를 판단에 참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김중희 교수는 지난 3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주최한 ‘제3회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에서 ‘의료 AI를 이용한 응급의료 혁신’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며, 병원 전 단계부터 응급실 진료까지 심전도 AI를 활용한 경험을 소개했다.

    119 심전도에 AI 분석 더해…의료지도와 적정 병원 이송 연결

    현장에서 심전도를 촬영하는 것만으로는 이송 여부나 병원을 결정하기 어렵다. 심근경색이나 위험한 부정맥을 구급대원 혼자 판단하기가 어려워 의료지도가 필요하다. 사진을 전달받는 의사도 영상의 품질과 판독의 어려움 때문에 신속하게 답하기 어려울 수 있다.

    김중희 교수 연구팀은 심전도 AI ‘ECG 버디(Buddy)’를 활용해 촬영한 심전도를 분석하고 환자 정보를 함께 입력해 의료지도 의사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초기에는 앱 분석 결과를 메시지로 보내도록 했으며, 이후 구급 현장에서 쓰는 심전도 측정 가능 제세동기와 AI를 연동하는 작업으로 확장했다. 

    먼저 적용을 시작한 곳은 제주 지역이다. 김 교수는 지역별 심전도 시행 현황과 분석 건수, 환자의 이송 병원 등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매주 분석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자도에서 발생한 흉통 환자 사례도 소개했다. 현장에서 AI 분석으로 심근경색이 의심돼 소방헬기로 환자를 제주대병원에 직접 이송했고, 이후 관상동맥 중재시술로 이어졌다.

    김 교수는 "서울대병원 홍기정 교수 연구팀과 서울 지역으로의 확대도 준비하고 있다"라며 "소방 현장의 장비에 AI를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병원 전 단계의 의사결정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병원 도착 뒤에는 검사·시술로 연결…AI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 정해

    병원 전 단계에서 AI 분석이 의료지도와 이송 판단을 돕는다면, 응급실에서는 결과를 검사와 치료로 연결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가장 핵심적인 것은 결국 프로토콜에 있다"라며 "AI 결과가 나왔을 때 응급실에서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은 AI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정해 현장에 게시했다. 즉시 시술이 필요한 급성 심근경색이 의심되면 순환기내과에 의뢰하고, 고칼륨혈증 위험이 높게 나오면 혈액검사로 확인해 응급처치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이를 적용한 다음 ‘도어 투 벌룬 타임(door-to-balloon time)’을 약 8분 단축했다고 밝혔다. 응급실 도착부터 막힌 관상동맥을 열어주는 시술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고칼륨혈증이나 폐부종 등 신속한 처치가 필요한 환자를 찾아내는 과정에서도 변화를 경험했다. 김 교수는 “응급실 환자 분류 단계에서 심전도를 촬영하고 AI 결과로 고위험 환자를 선별할 수 있었다. 응급처치까지 걸리는 시간을 40~50분가량 단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AI 분석을 실제 종합병원 환자 진료에 활용한 사례도 소개했다. 기존 심전도 장비의 자동 판독에서는 정상으로 표시됐지만, ECG 버디 분석에서는 심근경색 위험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의료진이 약 10분간 관찰하는 과정에서 심전도 파형이 변했고 이후 심정지가 발생했다. 환자는 관상동맥 시술을 받고 생존했다.

    맥박이 빠르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서 AI가 우심실 기능 이상 가능성을 제시한 사례도 있었다. 의료진은 이를 단서로 폐색전증을 의심했고, 조영증강 흉부 CT로 진단했다.

    스마트폰으로 심전도 촬영해 분석…병원 시스템 연동 전부터 사용

    이처럼 구급 현장과 응급실에서 심전도 AI를 활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미지를 촬영해 분석하는 접근 방식이 있었다. 병원 시스템에 연결하기 전에도 의료진이 앱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 교수는 약 5년 전 심전도 AI ‘ECG 버디’의 초기 버전을 개발한 뒤 고도화해왔다. 현재 약 130개 병원에 연동돼 월 약 30만 건의 심전도를 분석하고 있다. 또한 김 교수는 알피를 창업해 ECG 버디의 활용범위 확대와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김 교수는 “12유도 심전도는 간편하고 비침습적이며 비용도 낮아 널리 쓰인다. 다만 파형을 읽고 환자의 상태와 연결해 해석하려면 전문성이 필요하다”라며 “ECG 버디는 심전도에서 부정맥을 분류하고 심근경색, 심장 기능 이상, 고칼륨혈증 등의 위험을 평가해 의료진의 판단을 돕는다”고 말했다.

    개발 초기의 걸림돌은 병원 시스템 연동이었다. 심전도의 원시 신호를 분석하려면 장비·시스템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을 개발해도 실제 임상 현장에 바로 적용하기 어려웠다. 응급실에서 직접 근무하는 김 교수 역시 개발한 AI를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가 없었다. 

    이에 출력된 심전도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해 분석하는 앱을 먼저 개발했다. 의사와 간호사, 구급대원 등이 내려받아 병원의 정식 도입 이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 교수는 "현장 사용이 늘면서 병원 시스템에 정식으로 연동하려는 수요도 뒤따랐다"라며 "병원에 도입되기 전에 먼저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데이터로 개발과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다른 환자군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메이요클리닉 데이터를 통한 검증과 서울대병원 공동연구도 진행했다.
    김중희 교수가 119 구급 현장에서 심전도 AI를 활용해 의료지도와 적정 병원 이송을 지원하는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검진은 고위험군 선별, 수술 전 평가는 추가 연구…활용 범위 확대

    ECG 버디는 구급 현장과 응급실에서의 대응을 넘어, 응급상황이 발생하기 전 위험을 찾는 건강검진 분야로도 활용을 넓히고 있다. ‘ECG 버디 클리닉’을 통해 심장 기능 저하, 좌심실비대, 관상동맥질환, 발작성 심방세동, 비후성 심근병증 등을 선별하는 방향이다.

    김 교수는 "발작성 심방세동은 일시적으로 나타나 일반적인 검사에서 포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심전도 AI로 고위험군을 먼저 찾아 패치형 심전도 검사 등으로 확진에 연결하는 방식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수술 전 평가도 연구 중이다. 심장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검사와 전문의 평가를 거치는 과정에서 비용이 들고 수술이 지연될 수 있어, 심전도 AI를 활용해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김 교수는 "심전도 AI로 수술 후 일주일 이내 심근경색이나 사망 위험을 예측했을 때, 여러 임상 정보를 종합하는 기존 평가 점수와 동등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후속 파일럿 연구에서는 정밀검사 시행 여부나 결과와 관계없이 AI가 제시한 위험도와 환자의 예후가 연관되는 양상을 관찰했다. 다만 AI가 낮은 위험을 제시한 환자에게 추가 검사 없이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지는 전향적 연구로 검증할 계획이다.

    소아 심전도 AI는 초기 버전 개발단계다. 김 교수는 “소아에서는 심근염이나 패혈증 등과 관련된 중증도 평가, 비후성 심근병증 등 평가해야 할 질환과 목적이 성인과 달라 개발이 쉽지 않다”라면서도 "향후 임상 검증을 거쳐 인허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