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암 치료에서 면역 항암요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국제약협회(PhRMA)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248개 면역 항암 후보물질이 개발·임상 중이거나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면역 항암요법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로 인한 질병에 싸우는 것과 같이 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CAR-T 세포 치료제를 포함한 선택적 세포치료제, 이중 특이성 항체, 사이토카인, 면역 관문억제제, 항암 바이러스, 백신 등이 있다.
항암 바이러스는 종양 조직에 직접 주입하면 암세포 안에서 복제돼 종양세포 괴사를 유도하고 환자의 면역 시스템이 종양을 공격하도록 한다.
특히 최근 면역 관문억제제와 병용 시 치료 반응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더욱 크다.
이달 초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도 암젠의 임리직과 일본 다카라바이오의 HF10의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 병용요법 2상 결과가 발표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임리직과 여보이 병용투여군은 여보이 단독투여군보다 전이성 흑색종 치료율이 20% 가량 높았다.
시판 중인 제품은 2015년 미국 FDA가 승인한 임리직이 유일하며 현재 미국에서 14개 약물이 개발 중이다.
그런데 이들 후보 물질보다 먼저 제품화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신약을 한국 기업이 개발하고 있다. 신라젠의 펙사벡(JX-594)이다.
20여 개국 600명 대상으로 3상 진행
암젠의 임리직은 제1형 단순포진 바이러스(헤르페스, HSV-1)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유전자 재조합 약물로 수술적 제거가 불가능하거나 수술 후 재발한 흑색종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반면 신라젠의 펙사벡(JX-594)은 천연두바이러스를 유전자 조작한 것으로 간암, 신장암, 대장암 등의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진행성 간암은 현재 3상 임상 진행 중이다.
펙사벡은 암 선택적 바이러스 복제를 통한 암세포 용해, 종양 관련 혈관 감염으로 종양으로의 혈액 공급 감소, 전신 면역 활성화 등 여러 작용 기전을 갖고 있다.
2013년 Nature Medicine에 발표된 2상 임상 논문에 따르면 카플란-마이어 생존분석 결과 6개월 생존율은 정상 용량(full dose)군이 75%, 저용량군이 48%였고, 12개월 생존율은 각각 75%, 18%였다.
또 치료 8주 후 평가에서 88%가 질병 안정적인 상태였고, 평가 가능한 환자의 50%가 고형 종양의 반응평가 기준(RECIST)을 달성했다.
전 세계 20여 개국 140여 개 센터에서 전신 요법 치료 경험이 없는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1차 치료제로써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와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3상 임상인 PHOCUS 연구가 진행 중이며 2019년 완료를 목표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 라이선스 확보 경쟁
면역 관문억제제와의 병용 효과에 대한 기대로 항암 바이러스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도 뜨겁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오스트리아 기반 항암 바이러스 개발 전문 바이오테크 회사 ViraTherapeutic에 투자하고 차세대 항암 바이러스 개발을 위해 장기 협업 계약을 맺었다.
화이자도 지난해 말 미국의 항암 바이러스 개발 전문 바이오테크 회사 IGNITE Immunotherapy와 손잡고 여기에 뛰어들었다.
IGNITE은 신라젠이 인수한 제네렉스(현 신라젠바이오)를 설립한 David Kirn 박사가 네 번째로 만든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비슷한 시기 BMS는 PsiOxus Therapeutics라는 영국 회사와 5000만 달러(한화 약 568억 원) 규모의 항암 바이러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개발에 성공하면 PsiOxus는 8억 8600만 달러(한화 약 1조 69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신라젠은 이미 중국, 프랑스 제약회사와 각각 중국, 유럽 판권 계약을 체결했고 그 외 다른 글로벌 회사들과 파트너십 구축도 염두에 두고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에 신라젠도 참가한다"면서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과 만나 파트너십과 공동연구 진행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