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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자 사과와 문책이 우선"이라던 의학회장, 돌연 협의체 참여 선언...의료계 반발 '일파만파'

    '현상황 묵과 힘들다'는 대의 내세웠지만 명분 부족…협의체 참여 지지한 임현택 회장은 탄핵 정국 시작

    기사입력시간 2024-10-23 12:44
    최종업데이트 2024-10-23 22:51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결정을 발표하면서 여러 파장이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이번 의정갈등 상황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학회와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전날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하자, 의료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협의체 제안이 9월 초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로부터 처음 나왔을 때 의대 교수 단체 등은 내심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대화가 시작돼야 갈등을 풀어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의대 교수비대위는 9월 6일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제안을 환영한다. 협의체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자"고 긍정적인 입장을 냈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협의체 참여를 반대했다. 대통령실 역시 의료계가 협의체 참여를 위해 요구한 '2025학년도 증원 재논의' 등 선결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한동훈 대표의 여야의정협의체 구성 제안은 두 달여 동안 미뤄져왔다.

    이진우 회장, '정부 태도 변화' 얘기하다 협의체 참여로 선회?…"명분 부족"

    협의체 구성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먼저 칼을 빼든 것은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였다. 이들 단체는 22일 전격 협의체 참여를 발표했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의학회 이진우 회장의 입장 변화다. 이 회장은 애초 지난 9월 11일 기자회견에선 여야의정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대한 제안이 나온 것 자체는 환영한다. 이전까지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의정 사태의 시작과 끝이 입법 사항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기에 여야의정 협의체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따라서 정부의 태도 변화 없이는 큰 실효성이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 전체 의료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라며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온 데 대한 책임자의 사과, 유감 표명,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먼저 있어야 한다. 의료계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려면 연도와 상관없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라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 사진은 지난 9월 11일 기자회견 장면이다.

    이 회장의 과거 발언을 옹호해온 의료계는 의학회의 이번 협의체 참여 결정 역시 명분이 부족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책임자의 진솔한 사과도, 2025학년도 정원까지 재논의할 수 있다는 어떤 메시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진우 회장이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과 연대 교수로 같이 대학 보직생활을 경험하며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협의체 참여를 주도했다는 주장도 있다. 성태윤 실장은 대통령실 내에서 의정갈등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의학회는 '현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는 대의를 내세우긴 했지만, 내부 비판은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의학회는 협의체 참여가 알려진 이후 긴급이사회를 열어 ▲협의체 발족 전 의대생 휴학 허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등 5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미래의료포럼은 22일 입장문을 통해 "대한의학회와 KAMC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학생과 전공의를 버리고,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정치권에 팔아넘기는 파렴치한 배신행위"라며 "의학회는 협의체 참여라는 중대 사안을 이사회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사실상 회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협의체 참여는 이해관계 맞아 떨어진 결정…박단 리스크 줄었다? 

    의학회와 KAMC의 협의체 참여 결정은 여러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복잡한 정치적 결정구조를 띠고 있다.

    우선 대통령실과 여당이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와의 면담 자리에서 협의체 출범을 위해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는 긍정적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길어진 의정갈등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속적으로 협의체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는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시간이 지나면서 '위험부담'이 감소한 것으로 평가가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단 위원장과 한동훈 대표 사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겪자, 9월 20일 시점부터 동시에 '박단 대표성' 논란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전협이 와해 수준인데 박단 위원장의 대표성도 인정하기 힘들다'는 취지인데 박단 위원장의 힘을 빼기 위해 일부 세력이 움직이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를 두고 박단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협이 새로운 전공의 단체, 즉 괴뢰 집단을 세우려던 정황이 확인된다. 이는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기 위한 임현택 회장의 독단적인 행보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여당은 이미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전공의들이 대부분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개별 전공의들은 결속력이 없기 때문에 대전협 비대위와 박단 위원장 관련 리스크는 낮은 것으로 분석이 바뀐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의협 '협의체 참여 지지 선언', 회장 불신임 최대 변수될 듯
     
    한편, 이와 별개로 이번 사태는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의 향후 행보도 결정하게 됐다. 임 회장은 의협이 협의체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두 단체의 협의체 참여에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현근 대의원은 21일 회장 불신임(탄핵)안을 발의했는데, 대의원들 사이에선 이번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이슈가 탄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간 회장 탄핵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온 의학회 대의원 전체 총 인원은 50명으로, 전체 대의원 중 5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의학회 내부에서도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는 만큼 실제 투표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협 A 대의원은 "의협은 의학회와 KAMC의 협의체 참여 소식에 규탄이 아니라 지지 선언을 했다. 사실상 협의체 참여에 찬성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전공의와 의대생 입장과 반해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이 대의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지는 회장 불신임 투표를 해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B 대의원은 "협의체 참여 지지 성명이 이번 탄핵 정국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