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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현장을 고민해온 교수들의 '자발적 AI 실험'…분당서울대병원 중견교수 바이브랩

    바이브코딩으로 IRB 작성·통계분석·문헌관리 자동화…도메인 지식으로 최종 검수, 자발적 AX 병원 문화 확산

    기사입력시간 2026-06-26 15:54
    최종업데이트 2026-06-26 15:57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남유진 임상강사가 '분당서울대병원 중견교수 바이브랩' 2회차 핸즈온 세션에서 AI 에이전트와 바이브코딩, 연구 자동화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의학계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챗GPT 등장 초기만 해도 논문 요약이나 문장 교정 정도에 활용되던 AI가 연구 설계,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개발, 논문 작성까지 연구 전반을 지원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바이브(Vibe) 코딩'과 AI 에이전트(Agent) 기술이 확산되면서 의사들이 직접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연구에 필요한 도구를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연구 아이디어가 있어도 개발자를 섭외하고 공학자와 협업해야 구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의사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AI를 활용해 해결책을 만드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자발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정진행 교수와 영상의학과 황성일 교수 등을 중심으로 교수 20여명이 지난 5월부터 '중견교수 바이브랩(Vibe Lab for Established Clinicians)'을 시작했다. 젊은 교수나 전공의가 아닌, 수십 년간 임상과 연구 경험을 축적한 중견 교수들을 대상으로 AI 활용 역량을 키우는 연구모임이다.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제 의료현장의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실험실(Lab)을 표방하고 있다.
     
    황성일 교수는 “자발성과 성숙한 도메인 지식으로 얼마나 발전을 할지 기대하면서 중견교수 바이브랩을 만들었다”라며 “너무 기술적인 하이프(Hype, 과장된 광고나 들뜬 기대감)에 현혹되지 않고, 대한민국 상급종합병원이라는 특정 의료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의 구체적 해결이 AI로 가능한지 다같이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중견교수 바이브랩에 참여한 교수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데이터 분석과 연구 자동화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중견 교수들, 생성형 AI 시대 가장 잠재력이 큰 집단"

    분당서울대병원 중견교수 바이브랩은 생성형 AI 시대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집단이 바로 중견 교수라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실제로 임상연구 현장에서는 "이런 환자들은 왜 이런 경과를 보일까", "이 수술은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해질까", "반복되는 업무를 자동화할 방법은 없을까" 같은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수십 년동안 해결되지 않은 임상적 질문을 품고 살아온 사람이 바로 중견 교수들이다.

    하지만 이전에는 연구 아이디어가 있어도 구현할 수단이 부족했다. 의대 교수가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도 개발자를 찾아야 했고, 연구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공학 연구자와 별도 협업을 해야 했다. 교수가 직접 개발 과정에 참여하기도 쉽지 않았다.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연어만으로 코드를 작성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 도메인 지식을 가진 전문가가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다양한 임상 경험과 문제의식을 가진 중견 교수들이 바이브코딩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쥐게 됐을 때 어떤 시너지가 발생할지 궁금했다. 여러 진료과의 교수들이 참여해 AI를 배우면서 아이디어를 교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의대 교수도, 임상의사도 혼자 연구개발 가능한 시대"

    지난 23일 중견교수 바이브랩 2회차 핸즈온 세션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남유진 임상강사가 AI 에이전트와 바이브코딩(Vibe Coding)을 통한 연구 자동화 기술을 소개했다.
     
    이날 바이브랩에 참여한 교수들은 실제 데이터를 활용해 데이터 정제와 통계 분석, 그래프 생성 등을 AI로 수행했다. 연구계획서와 IRB 신청서 작성, 문헌 검색, 참고문헌 관리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사례도 핸즈온 형태로 실습했다.
     
    남 임상강사가 소개한 바이브코딩은 사람이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대신 자연어로 AI에게 목표를 설명하고 결과를 사람이 검수하는 방식이다. 그는 "기존 코딩이 문법을 배우고 코드를 작성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AI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결과를 사람이 평가하는 과정으로 바뀌고 있다"며 "교수가 전공의를 교육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젊은 연구자들이 생성형 AI를 더 잘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일부 교수들이 더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이다.

    그는 "최근에는 프로그래밍 기술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정의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임상 현장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AI를 활용해 직접 해법을 만들 수 있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특히 "교수들은 다년간 의사결정을 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AI에도 훨씬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업무를 지시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병원 내에서도 짧은 실습 시간 안에 사업화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설계하거나 연구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례가 있었다. 유방 재건 수술 시 적절한 보형물 크기를 계산하는 프로그램과 상처 관리 시스템, 수술 후 환자 추적관리 플랫폼 등이 소개됐다.

    AI 시대 남은 과제는 전문가 검증과 병원 내 AX 역량 강화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전문가의 검증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최근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참고문헌을 인용해 논문이 철회되는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남 임상강사는 "앞으로는 코드를 얼마나 잘 작성하는지 보다 AI가 만든 결과를 얼마나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라며 "생성형 AI는 의사를 개발자로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임상 현장의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도구"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강연이 끝나고 교수들 간 역량 격차 해소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누군가는 이미 AI 에이전트와 MCP(Model Context Protocol, AI 애플리케이션이 외부 데이터 소스, 도구, 시스템과 원활하게 연결되도록 하는 개방형 프로토콜)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었지만, 다른 누군가는 생성형 AI를 처음 접하는 수준이었다. AX(AI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 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AI활용이 상향 평준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니온다.
     
    황성일 교수는 "바이브랩을 이어나가면서 교수들의 중도 이탈을 줄이고 모두 끝까지 따라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며 "단순 강의가 아니라 지속적인 실습과 결과물 공유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분당서울대병원 중견교수 바이브랩의 목표는 각자가 만든 결과물을 공개하고 실패와 성공 경험을 함께 나누면서 자발적으로 발전하는 문화를 만드는데 있다”라며 “매달 모여서 토론하고 연말에는 별도의 성과 발표회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