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2020년 1분기 전년 대비 초과사망자비율은 전국 평균 6%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모든 의료자원이 쏠려 비코로나 진료에 공백이 생겼다는 방증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예비 임상 인력 동원훈련과 확진 환자 중증도 분류를 서둘러야 한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이에 따른 각양각색의 방역대책이 모색돼 주목된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코로나19, 2차 대유행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전문가들은 코로나19 2차 유행이 예견되는 만큼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환자 전원 시스템, 비코로나 환자치료 정상화 등 다양한 주장을 펼쳤다.
비코로나 환자 치료·중환자 전원문제·데이터 공유 등 대응책 필요
우선 대한역학회 김동현 회장은 의료기관의 기존 기능 유지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다른 중증 환자 치료에 공백이 생겨 초과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1분기 전년 대비 초과사망자비율은 전국평균 6%가 증가했다. 서울은 6.5%, 대구가 10.6%, 경북지역이 9.5% 증가세를 보였다.
김동현 회장은 "코로나19 환자 급증에 따른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기능의 유지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며 "호흡기 증상 집중 클리닉을 활성화시켜 일반 의료기관으로의 코로나 환자 유입을 방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감염학회 백경란 이사장도 "코로나19 시기에 비코로나 치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선별진료소를 장기적으로 보건소 기능으로 일원화하고 비코로나 응급 질환과 분만, 소아 질환에 대한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환자가 대폭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중환자 전원 시스템을 점검하고 환자 데이터를 신속히 공유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가톨릭의대 호흡기내과 김석찬 교수는 "환자 전원에 대한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대구경북지역 내 환자 전원은 그나마 문제없이 이뤄졌지만 타 지역 환자 전원은 원활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대구와 경북지역에 한정됐지만 2차 유행 시 확산 지역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석찬 교수는 이어 데이터 공유에 대해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전체 중증환자 현황과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환자 등 데이터가 전혀 공유되지 않아 전국 음압병상 병원 의료진이 직접 매일 데이터를 집계하는 상황이 연출됐다”며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악 가정한 대응전략 필요·방역 수칙 뒷받침할 사회적 기반 중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 자원 동원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코로나19 2차 유행이 장기화될 경우를 감안해 하루 1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30일간 이어진다면 현재의 인료 인프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예비 임상인력에 대한 동원과 훈련 계획을 마련하고 환자 중증도 분류와 중앙과 현장을 연결하는 임상 컨트롤타워를 점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동현 회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여러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 두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며 "중앙과 지방정부의 역할과 기능 조정이 사전에 조율돼야 한다. 실행 수행능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실전 가상 훈련도 매우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과학적인 위험평가와 유행전망 예측도 중요한데,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고위험시설 종사자에 대한 반복적인 PCR 검사 등도 고려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소규모 집단감염의 조기 발견을 위한 건강자료 연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조용한 전파자로 불리는 무증상 감염자에 대응하기 위한 반복적인 PCR 검사 등 방법도 논의돼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의 생활방역 전환 과정에 대한 질타도 나왔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생활방역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시스템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했던 것 같다"며 "대체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아파도 쉴 수없고 손잡이 등을 잡고 바로 손소독을 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돼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이어 "대기업들은 확진자 나오면 어떻게 해야할지 매뉴얼을 갖추고 있지만 그 이전단계에서 어떻게 방역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며 "일상생활 공간에 대한 방역은 많이 이뤄졌지만 물류센터 등 직장 내 방역은 잘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하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부, 국내 코로나19 현 상황 아슬아슬하다
정부는 최근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바이러스 전파가 늘어나고 있다며 현 상황을 아슬아슬한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특히 정부는 백신이 개발된다고 해도 지역사회 항체 형성까지는 기간이 오래걸리기 때문에 최근 정부차원에서 현 상황에 맞는 대응전략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보건연구원 권준욱 원장(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빠르면 내년에 백신이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백신이 개발된다고 해도 단기간에 부작용과 효과 모니터링을 함께 하면서 지역사회 항체 형성까지 가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입을 뗐다.
이어 권 원장은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으면서 열린 방역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최근에는 수도권에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감염이 늘고 있어 아슬아슬하고 엄중한 상황이다"라며 "내부적으로도 이에 따른 대응전략을 숙고 중에 있다. 오늘 나온 대책들을 참고해 대응책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맞선 K방역, 과연 성공적인가?
한편, 국내 코로나19 방역 대책의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가 이날 토론회의 또 다른 이색 볼거리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각 전문가들은 K방역의 대응을 두고 설전이 벌였다.
찬성 측은 위기 상황에서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타 국가에 비해 대규모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확진자 모니터링과 생활치료센터 등을 통해 초기대응에 꽤나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대한역학회 김동현 회장은 "진단 키트를 사전에 준비한 것이 신의 한수가 됐다"며 "생활치료센터를 통해 대규모 확진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한 것도 매우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분석했다.
대한응급의학회 허탁 이사장은 "세월호나 메르스 때와 비교하면 중앙정부의 초기 대응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중수본과 방대본이 컨트롤타워로서 코로나19라는 생물학적, 의료재난에 잘 대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측은 아직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의 성패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반대 측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규모 감염사태에 대한 예측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대응 역량도 매우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상일 교수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것 같다. 아무리 빨라도 코로나19 종식은 내년 말까지 가게 될 것 같다"며 "이제 전반적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K방역의 성공사례를 수출하자는 자평은 삼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정부는 메르스 이후 백서를 만들고 방역시스템 일부를 보완하는 등 대책을 세웠다"면서도 "인력이나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코로나19라는 대규모 감염병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