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요양병원…1428개 병원·26만병상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25일 연세암병원에서 '고령화 시대의 요양병원 서비스 질 관리'를 주제로 보건의료정책포럼을 열고 난립하고 있는 요양병원 문제를 논의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가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노인 환자를 치료하는 요양병원은 2002년 54개에서 지난해 1428개로 14년만에 26배 급증했다.
요양병원 급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요양병원 병상과 요양시설 병상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00명당 58.6개(2015년 기준)로 OECD 평균(48.7개)보다 많았다. 특히 요양병원 병상은 노인 인구 1000명당 34.1개(2014년)로 OECD 평균 병상(4.0개)보다 8배 이상 많았다. 반면 요양시설 병상은 노인 인구 1000명당 24.5개로 OECD 평균(44.7개)보다 적었다.
지난해 요양병원 병상수는 25만5021개였다. 이는 요양시설 5058개가 보유한 15만9000병상보다 1.6배 많은 수치다.
문제는 요양병원이 늘어날수록 건강보험 재정에서 차지하는 금액이 커진다는 데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에서 지출된 요양병원 입원급여비는 3조 4869억원에 달한다. 이는 장기요양보험에서 급여비를 지원하는 요양시설의 급여비(2조2382억원) 보다 1조원이상 많은 수치다.
요양병원-요양시설 통합 전달체계 갖춰야
의료계 전문가들은 요양병원의 병상이 늘어나는 것을 막고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통합한 ‘노인요양전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를 위해 요양시설에도 질 관리를 하고 경증 환자는 요양병원이 아닌 요양시설에 머무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정숙 집행위원은 "요양병원 공급 과잉으로 고유의 기능에서 벗어나 수익에 집중하게 됐다"라며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요양병원 기능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은 "요양시설은 모텔을 개조해서 만드는 등 시설이 열악한 곳이 많다"라며 "요양시설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대한 전달체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 이정석 장기요양연구실장은 "일본의 사례를 보면 중증 환자는 의료보험에서 부담하고 경증 환자는 장기요양보험인 개호보험에서 부담한다"라며 "우리나라도 경증 환자가 요양병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요양시설로 유인해 장기요양보험에서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기준을 적용하는 법이 달라 쉽게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의료법에 적용을 받고 요양시설은 노인복지법에 적용을 받는다.
복지부 정은영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문제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정책 방향을 마련하고 있다"라며 "두 기관이 적용하는 법이 다르고 급여비용를 부담하는 재원도 나눠져 대책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복지부 내 6개 과가 모인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통합관리에 나서고 있다"라며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반영해 요양기관을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건보공단 이정석 연구원은 "요양시설에 질을 높여 요양병원 환자를 흡수하는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요양시설에 보내는 환자들은 비용에 민감해 요양시설에 대한 질을 높이려는 정책 연구에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요양병원 간병비의 급여화도 검토 중이다. 요양병원은 환자 1인당 한달에 40만원 가량의 간병비를 내고 있다. 정 과장은 "간병비 급여화는 현재 단계에서 시행하기는 어렵지만 요양·시설 기능 재정립과 함께 검토하겠다"며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에서 간병비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야 하는 환자를 별도로 분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