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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 DRG 개편에 소아 중증환자 입원 포함…관련 학회는 "논의된 줄도 몰랐다"

    DRG 분류 전면 재검토하고 소아 중증질환 별도 기준 마련...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낮은 보상, 고위험에 전문의 기피"

    기사입력시간 2025-07-07 08:33
    최종업데이트 2025-07-07 13:55

    권민정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과장.

    [메디게이트뉴스 최지민 인턴기자 고려의대 본2] 보건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평가체계에서 소아 중증질환 입원 환자 카테고리를 별도로 설정해 적합 질환자 기준을 확대하고 있으며, 현재 1차 분류 작업은 완료된 상태”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은 “우리 학회는 해당 재분류 작업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반발해 평가체계 개편 과정에서 현장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은 4일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2025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상종 구조전환 지원사업의 중증도 평가 기준 개편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보건복지부 권민정 의료기관정책과 과장은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해 DRG(Diagnosis Related Group, 진단명기준환자군) 체계 개편과 관련된 정부 계획을 설명했다.  DRG는 전문(A·478개), 일반(B·596개), 단순(C·152개)으로 구분되는 환자군 분류 체계로, 현재까지는 DRG-A에 해당하는 환자만이 중증질환자로 간주돼 왔다.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진료·진료협력·병상·인력·전공의 수련 등 5대 분야의 성과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사후보상을 실시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47개 전체 상급종합병원에 대해 중증진료 비중 70% 이상 또는 기존 대비 일정 수준의 진료비중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권 과장은 “기존에는 DRG-A 환자 비율 중심으로 중증도를 평가해왔으나, 이번 기수에서는 진료협력병원을 통한 전문 의뢰 환자, 응급실을 경유한 중증 응급 입원 환자, 소아 중증질환 입원 환자를 별도로 반영해 적합 질환자 기준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권 과장은 “현장의 문제 제기를 반영해 DRG 분류 전면 재검토를 진행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17개 전문학회, 병원협회, 의사협회가 참여한 질병군 중증분류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진료 중증도, 기능분담률, 진료 난이도, 상종 적합성 등을 기준으로 A·B·C 고시 개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소아 중증환자의 경우 B나 C 질병군에 속하더라도 18세 이하라면 전문 질병으로 분류되도록 연령 기준을 개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과장은 현재까지 총 226건의 중증 분류 변경 요구 중 80여 건을 반영했고, 질병군 신설 17건도 수용했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또한 차기 상종 지정평가 예비기준에 대해 ▲지역 내 소아 응급환자 분담률 ▲중증 상병 해당 환자 분담률과 구성비 ▲중증 응급환자 최종 치료 제공률 ▲간호전담인력 확보율 등을 제안하며,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확정된 기준을 안내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대한소아외과의사연합 "중증 소아환자 포함한 DRG, 학회에 전달된 바 없다" 
     

    소아외과계는 이러한 정부 설명에 대해 강한 반발을 나타냈다.

    대한소아외과학회 정연준 회장은 “17개 학회의 의견만 받아서는 소아 관련 중증 질환이 온전히 반영되기 어렵다”며 “수술이 필요한 소아질환을 특수하게 다루는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을 통해서도 중증도 분류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밝혔다.
     
    경희대병원 장혜경 소아외과 교수 또한 “심평원과 논의했다는 17개 학회가 주로 다루는 질환은 성인 질환 위주이며, 소아수술은 소아청소년과와도 전혀 다른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소아외과계의 독립된 입장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이지연 신경외과 교수는 “선천성 기형으로 치료받는 환자는 성인이 돼서도 계속 수술이 필요하지만, 어린이병원은 18세 이상 입원이 불가하다”며 “세계적으로 어린이병원이 연령 제한을 없애는 추세이므로, 이 점도 제도에 반영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소현 대한소아외과학회 기획위원장.

    대한소아외과학회 남소현 기획위원장은 “소아외과 질환은 높은 장애가중치를 가지는 질환이며, 사회적 부담이 큰 만큼 보건의료 우선순위에서 예외 없이 상위에 배치돼야 한다는 점을 2018년부터 꾸준히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국회 공청회 이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남 위원장은 “일본 소아외과학회는 한국보다 10배가량 크며, 출산율로 비교해도 우리의 전문의 수는 현저히 부족하다. 실제로 국내 소아외과 의사는 매우 적고, 수도권 편중이 심한 데다 상당수는 성인과 소아를 함께 진료하거나 은퇴를 앞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정부는 수가를 대폭 인상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상은 고난이도 수술 자체의 건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며, 실제로 1500g 미만 환자에게 1000% 가산이 적용된 사례는 3개 병원 기준 6개월간 20건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영재 대한소아비뇨의학회 교육수련이사.

    소아외과 전문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낮은 경제적 보상, 의료소송 위험 

    대한소아비뇨의학회 임영재 교육수련이사는 “전문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낮은 경제적 보상”이라며 “연령별 가산이 적용되며 일부 개선됐지만, 근본적으로는 만성적인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이사는 소아 고난도 수술에 대해서는 “심평원에서 삭감이 잦고, 전용 수술 코드가 없어 대체코드를 써야 하는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말했다.

    임 이사는 “병원에서도 수익성이 낮은 소아외과 전문의 채용을 꺼리다보니, 전문의가 성인 진료까지 병행하게 되고 이는 소아환자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아 진료는 예측 불가능한 응급 상황과 24시간 응급 대기, 과도한 야간·주말 근무, 낮은 사회적 보상, 높은 의료소송 위험이 동반돼 있어 젊은 의사들이 진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임 이사는 특히 지난해 6월부터 시행 중인 중증응급질환 순환당직 지원사업에 대해 “7월 기준 열흘 이상 당직을 서야 하며, 당직 수당 50만 원도 해당 의사에게 직접 지급되지 않고 소아응급의학과·소아영상의학과·소아비뇨의학과 등 참여 진료과가 병원을 통해 나눠받는 구조여서 실질적인 보상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산된 수가의 일정 부분이 수술을 집도한 전문의에게 직접 지급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보호자들의 기대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아이의 예후가 좋지 않을 경우 의료 과실로 간주돼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크고, 그에 비해 사회적 인정은 매우 낮다”며 “2015년 장꼬임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소아를 성인 외과 의사가 수술했다는 이유로 법원이 10억 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 사례는 아무리 긴급한 소아환자라도 소아 세부전문의가 없으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같은 구조는 결국 응급실 뺑뺑이와 방어 진료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이사는 제도 개선 방안으로 “상급종합병원 평가기준에 소아청소년 외과계를 필수의료로 포함하고, 외과계 전문의를 필수 채용한 기관에는 가산점 부여와 함께 인건비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적합질환자 인정기준에 중증 소아환자뿐 아니라 소아 고난도 수술도 포함돼야 하며, 소아청소년 수술 전용 수가 개발, 중증도 반영 수가 신설, 고난도 수술 삭감 개선 등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담 간호사 육성 및 고용 지원, 소아수술 장비 확충, 의료소송 부담 완화, 전공의 술기 교육과 연구·연수 지원 확대, 소아청소년 필수의료 전담 정부 부처 신설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