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아밀로이드 표적 치매약 등장했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는 어떤 약제 써야할까

    순천향대천안병원 신경과 양영순 교수팀, 아밀로이드 양성 환자 대상 은행잎추출물+도네페질 평가

    기사입력시간 2025-03-24 09:00
    최종업데이트 2025-03-25 10:30

    사진: 순천향대천안병원 신경과 양영순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아두카누맙부터 레카네맙, 도나네맙까지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 받으면서 치매 치료제 시장이 크게 변화했다. 특히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은 질병조절 약물로 임상 증상을 개선시켜준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며, 그 중 레카네맙은 올해 1월부터 국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고가의 주사제라는 점과 출혈 부작용,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MCI) 또는 경증의 알츠하이머병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신약을 사용하기 어려운 MCI 환자에서 어떤 약제를 처방할 수 있을까.

    순천향대천안병원 신경과 양영순 교수는 23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한국건강검진학회 제9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인지 장애의 치료'를 주제로 발표하고, 은행잎 추출물과 인지 기능 개선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고전적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 뇌는 아세틸콜린 함량이 감소돼 있기 때문에 콜린에스터레이즈 억제제를 사용해왔다. 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즈 억제제인 도네페질(donepezil)은 알츠하이머에 특화된 약이고, 패치 형태의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 및 부티릴콜린에스테라제 이중 억제제인 리바스티그민(rivastignime)은 파킨슨병이 동반된 치매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갈란타민(galantamine)은 아세틸콜린분해효소뿐 아니라 니코틴 수용체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우울하거나 처져 있는 환자들을 깨워주는 형태로 사용하는 약이다. NMDA 수용체 길항제인 메만틴(memantine)은 단독으로 투여하거나 아세틸콜린 분해효소억제제와 병용하는데, 최근에는 도네페질과 메만틴 복합제도 등장했다.

    양 교수는 "문제는 MCI다. MCI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이들 약물은 모두 실패했다. 미국신경과학회가 MCI 가이드라인에서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이 효과가 없다고 기재하며 실제적으로 MCI 환자에서 써야 할 약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MCI 치료에 사용되온 약물이 있었지만 퇴출되고, 가장 많이 사용돼왔던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최근 임상 재평가 이슈가 있다. 선별 급여 적용과 별도로 재평가 임상에서 실패하면 퇴출될 수 있기 때문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또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 은행잎 추출물이 있다. 신경인지질환 전문가그룹(ASCEND)은 주관적 인지장애(SCI)와 MCI,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연구를 리뷰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SCI 환자와 MCI 환자에서 은행잎 추출물 240㎎을 사용했을 때 인지기능과 행동장애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치매에서는 효과가 있었다는 문헌도 있고, 그렇지 않았다는 문헌도 있다.

    양 교수는 "이러한 문헌을 바탕으로 많은 가이드라인에서 MCI에서는 은행잎 추출물 240㎎을 고려하라고 권고하며, 치매 예방에 대해서는 아직 권고하고 있지 않다"면서 "합의문에서 문헌을 검토했을 때 출혈 위험은 없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MRI에서 미세 뇌출혈이 4개 이상 존재했을 때는 좀 주의하자는 정도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 교수는 아밀로이드 양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은행잎 추출물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한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양 교수팀은 3월 프론티어즈인뉴롤로지(Frontiers in Neurology)에 게재된 논문에서 SK케미칼의 기넥신을 사용해 은행잎 추출물과 도네페질 병용요법이 아밀로이드 양성 환자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지 조사했다. 이 후향적 연구는 새로 진단된 약물 미사용 알츠하이머병 환자 가운데 아밀로이드 PET 양성 반응이 있고 최소 12개월 추적 관찰 기간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참가자들은 도네페질 단독 또는 도네페질과 기넥신 병용요법을 투여 받았다.

    환자 101명을 분석한 결과 12개월 후 단독요법군은 K-MMSE에서 최소한의 변화와 MDS-Oaβ(Oligomeric Aβ)에서 약간 감소를 보인 반면, 병용요법군은 K-MMSE에서 상당한 개선과 MDS-Oaβ에서 더 큰 감소를 보였다. CDR-SB에 대해서는 두 그룹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도네페질에 은행잎 추출물을 추가하면, 아밀로이드 PET 양성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도네페질 단독 투여에 비해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더 우수하고, 혈장 MDS-Oaβ가 더 많이 감소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결과를 검증하고 은행잎 추출물이 알츠하이머에서 갖는 메커니즘적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대규모 전향적 임상시험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양 교수는 "이 연구에서는 올리고머의 경향성을 본 것이기 때문에 플라크를 없애는 레카네맙과는 다르다. 은행잎 추출물 병용요법으로 올리고머의 경향성을 줄이기만 해도 플라크 형성이 적어질 수 있다는 관점으로 생각하면 된다"면서 "이런 연구는 없었기 때문에 올리고머를 조절할 수 있다면 예방의 개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