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스크를 처음 쓴 것이 뉴스가 됐다. 7월 11일 미국인 400만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공식 일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헬기를 타고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에 있는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를 찾아 부상당한 군인들과 의료진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윌터 리드 의료센터를 방문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병원과 같이 특수한 시설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마스크 착용을 반대한 적이 없다. 나는 마스크 착용에는 때와 장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시 정치인다운 변명이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쓴 것은 참모들의 간곡한 청원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의 지지자들도 마스크를 쓸 수 있도록 대통령이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설득했다.
왜 마스크를 써야 하는가? 미국 워싱톤 주 스포케인의 프로비던스헬스케어(Providence Health Care)라는 병원에 근무하는 미생물학자 리치 데이비스(Rich Davis) 박사가 아주 간단한 실험을 해 6월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그의 결론은 간단하다. "Blocks respiratory droplets from your mouth and throats." 입과 코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이 옮겨져 번식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마스크는 우리 몸의 바이러스를 담고 있는 비말 정도는 차단하는 것이다.
데이비스 박사는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안 한 두 가지 조건에서 배양판(Culture Plate)을 앞에 두고 4가지 다른 유형으로 입에서 나오는 비말을 받아 배양했다. 4가지 다른 행동은 재채기하기, 1분간 노래하기, 1분간 말하기, 두 번 기침하기 였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네 가지 행동을 한 배양판은 미생물이 자라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 하고는 삼척동자가 봐도 분명하게 구별됐다(아래 사진).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도 간단한 실험 아이디어로 보여줬다. 얼굴에서 2피트(feet), 4피트, 6피트로 배양판에 거리두기를 했을 때의 차이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6피트는 우리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2미터다. 2미터 거리두기를 했을 때는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았을 때도 미생물이 자라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이런 눈에 보이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보여준 것이다. 'Seeing is believing!' 보는 것이 바로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실험에도 토는 항상 달린다. 샘플 사이즈가 너무 작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이지 박테리아가 아니다. 그러나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이 공중 보건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에는 과학자들이 동의한다.
이런 간단한 실험 외에도 16개 국가에서 진행된 172개 스터디 결과들을 메타 분석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눈 보호가 감염확산을 얼마나 차단하는지 연구한 결과가 발표됐다. 유명 의학저널인 란셋(The Lancet)에 게재된 'Physical distancing, face masks, and eye protection to prevent person-to-person transmission of SARS-CoV-2 and COVID-19: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이 논문의 메타 분석 결론은 1미터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5배 감염 차단 효과를 가지고, 거리두기가 1미터 이상이 되면 더 놓은 차단 효과를 보인다. 또한 마스크 착용하기가 5.6배의 차단 효과를 보이고 의료진들이 착용하는 눈 보호구도 3배의 차단 효과를 보였다. 이런 보호 장비 3가지를 다같이 수행하면 무려 84배 감염 차단 효과를 보였다.
이런 과학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월터 리드를 다녀온 후 자기 호텔에서 열린 다음 행사에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왜 트럼프는 대통령의 문양까지 새겨진 멋진 마스크를 안 할까? 'Mr. President'의 권위에 맞지 않는 것인가? 마스크를 쓰는 게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인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됐다. 실제로 미시간주에서는 최근 상점 경비원이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가 고객의 일행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임상 심리학자 스티븐 테일러는 CNN에 "사람들은 뭘 하라고 하면 그 조치가 자신을 보호한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저항하게 된다"면서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7월 11일 플로리다주의 일부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 강제는 자유를 억압한다"고 외치며 마스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소셜미디어(SNS)에선 구멍이 뚫리거나 망사로 된 마스크를 쓴 자신의 모습을 올려 마스크 착용을 조롱하는 현상도 번졌다. 그 플로리다는 지금 코로나19의 확산이 산불처럼 번진다.
미국 뿐만이 아니다. 영국은 어떠한가? 유럽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고, 확진자는 러시아 다음으로 많다. 영국 왕립학회 코로나19 태스크포스(Task Force) 조사 결과 지난 4월 말 기준 영국 내 마스크 착용률은 25%에 불과했다. 이탈리아 83.4%, 스페인 63.8%보다 낮았다. 이랬던 영국도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지난 5월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이후 마스크 착용률이 90%까지 높아졌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또 이달 24일부터 시행되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해선 영국 성인의 71%가 찬성하고, 13%만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외신은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7월 19일 영국에선 이날 '반(反) 마스크 시위'가 벌어졌다. 런던 하이드파크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 수백 명이 모여들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서서 이렇게 외쳤다. "나는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것이다." "마스크도 안 쓰고, 검사도 안 받고, 추적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 시위는 마스크 착용을 반대하는 단체 '영국의 자유를 지켜라(Keep Britain Free)'가 주도했다고 한다. 영국에서 이달 24일부터 상점·마트 등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위반 시 100파운드(약 15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지난 5월 11일부터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는데, 적용 범위를 넓혔다.
이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나라들이 많은데, 왜 유독 미국과 영국에서 이런 시위가 벌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마스크에 대한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과 엇갈린 메시지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영국의 경우 24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앞두고 보리스 존슨 총리와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이 상반된 발언을 해 혼선을 빚었다.
존슨 총리가 지난 10일 "상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지 이틀 후에 고브 실장이 "상점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한 것이다.
일관성 없는 권고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워 마스크 착용에 대한 반감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실제로 영국에서 마스크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더선(The Sun)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말하는 과학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인간의 이성(理性)이 무엇인가? 이같은 마스크 거부 현상은 신(神)에 대한 인간 저항 심리의 발현이란 생각이 든다. 에덴 동산에서 실낙원(失樂園)의 스토리가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아닌가? 인간은 유토피아에서 모든 것을 먹고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신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 하나만 금지시켰다.
어찌 생각하면 마스크 하나만 쓰고 있으면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다. 그러나 인간은 가위로 마스크를 자른다. 금단의 열매를 먹고 싶어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면 특별히 미국과 영국 사람들은 저항을 느끼는 것 같다. 인간은 금지라는 명령을 들으면 전투적인 심리를 분출하는 내재적이고, 강한 본능이 있는 것 같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데이비스의 실험은 아주 간단했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공중 보건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이성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2미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더 이성적이었다. 마스크 착용은 '나'와 '너'를 위한 것이다. 바보 소리를 안 들으려면 그저 마스크만 착용하면 된다. Mr. President, Mask! Mask! Mask!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