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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日 공공의대 소송 의사 “면허 취소로 묶어둔 의사가 지역의료 살릴 수 있나”

    [인터뷰] 자치의대 출신 나카무라 하지메 씨 “의무복무 부담에 극단적 선택 고민 의사들도…韓 면허 취소는 생존권 침해 우려”

    “가족 간병 등 이유로 사직 후 제도에 대한 사회적 고민 필요하단 생각에 소송…지역서 자발적으로 근무할 여건 만들어야”

    기사입력시간 2026-02-25 07:43
    최종업데이트 2026-02-25 08:17

    자치의대 출신 의사로 자치의대와 아이치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나카무라 하지메 씨가 24일 메디게이트뉴스와 온라인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일본 자치의대∙지역의사제 소송 당사자 인터뷰 시리즈

    우리나라는 2027년과 2030년에 각각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국립의학전문대학원) 도입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할 의사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들 제도의 모델로 거론되는 일본의 지역틀(地域枠)과 자치의대(自治医大) 제도를 둘러싸고 현지에서는 의무복무와 위약금의 적법성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이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소송 당사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도 시행에 앞서 짚어봐야 할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① 日 공공의대 상대 소송 의사 "의무로 묶어둔 의사가 지역의료 살릴 수 있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사이기 전에 누군가의 자식이고, 배우자이며 부모이기도 합니다. 의사 자신의 건강과 가족의 생활을 희생하며 유지되는 의료가 정말 지역 주민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일본판 공공의대인 자치의대 출신인 나카무라 하지메(中村一)씨는 학비 지원과 졸업 후 의무복무 10~15년 상한을 골자로 한 지역의사제∙공공의대 도입을 앞둔 한국 사회에 이 같은 말을 전해왔다. 일본 자치의대의 의무복무 기간은 9년(한국의 지역의사제는 10년, 민주당이 추진하는 공공의대는 15년)이며, 중도 포기 시 학비 지원금과 이자를 일시에 반환해야 한다. 한국의 지역의사제와 달리 면허 정지∙취소 등의 조항은 없다.
     
    나카무라 씨는 자치의대 졸업 후 아이치현의 한 공립병원에서 의무복무하던 중 가족 간병과 경제적 문제 등을 이유로 사직했다. 학교 측은 원칙에 따라 학비 지원금에 연 10%의 이자를 더한 3776만엔(한화 약 3억5000만원)의 일괄 상환을 요구했다. 이에 반발한 나카무라 씨는 아이치현의 일방적인 근무병원 지정, 퇴직시 연 10%의 이자를 포함한 지원금 반환 등이 헌법상 보장된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 노동법∙소비자계약법 위반이라 보고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심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선 일본의 자치의대와 지역틀 제도 자체가 큰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관련 기사=일본판 공공의대...의무복무 중 사직 의사가 "헌법·법령 위반" 소송 제기]
     
    나카무라 씨는 24일 메디게이트뉴스와 온라인 인터뷰에서 “지역의료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정부와 의사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도 “그 방식이 젊은 의사와 가족에게 과도한 의무를 지우고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의무복무, 지원금 반환 등과 관련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본인 역시 한 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자치의대 출신은 의무복무로 자유로운 이직이 불가능하다 보니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이는 경우도 많다.
     
    그는 의무복무 위반 시 면허 정지∙취소 등을 가능하게 한 한국의 제도에 대해서는 “일본 제도보다도 더 가혹하다. 단순히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가 아니라 가족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지역의료에 종사할 것을 요구하면서 면허 박탈로 지역에서 치료를 제공할 권리를 뺏는 제재를 두는 것은 모순”이라고도 꼬집었다. 
    이어 “의사들에 지역에서 일하고 싶다고 느낄만한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 한, (지역의사제∙공공의대 등만으로는) 지역의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나카무라 하지메씨와 일문일답.

    가정 형편 등 고려해 자치의대 지원…의무복무 관련 충분한 정보 제공 못 받아 

    Q. 의사를 지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중증 자폐증을 가진 남동생의 존재가 의사를 꿈꾸게 된 출발점이었다. 어릴 때부터 교사인 아버지, 작은 학원을 운영하는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가족 전체가 동생을 돌봤다. 하지만 가족 중 의료인이 없다 보니 병원을 찾을 때마다 정보 부족,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가족뿐 아니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동시에 취업이 어려운 동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현실적 고민도 있었다. 안정적인 전문직인 의사를 선택한 이유다.
     
    Q. 여러 의대 중 자치의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진로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맞닥뜨린 문제는 학비였다. 사립 의대는 6년 간 약 2000만엔(한화 약 1억8700만원) 이상의 학비가 들기 때문에 가정 형편상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학비가 연간 50만엔(470만원) 수준인 지역 국공립 의대 진학을 1지망으로 하면서, 병행 지원할 수 있는 곳으로 고등학교 선생님이 권유한 것이 자치의대였다.

    자치의대는 국가와 지자체(도도부현)가 설립한 대학이고, 졸업 후 출신 현의 의사 부족 지역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면 학비가 사실상 면제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졸업 후 의무 복무와 고향을 떠나는 것에 대한 불안은 있었지만 국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제도라면 개인 사정을 솔직히 말했을 때 장차 그걸 무시하는 혹독한 근무를 일방적으로 명령받는 일은 없을 거라고 믿었다. 가족들도 같은 판단이었다.

    자치의대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합격 후 입학 절차의 영향이었다. 자치의대 합격 소식은 지역 국공립의대 2차 시험 2~3일 전에 갑자기 받게 됐다. 국공립의대 시험 일정과 같은 시간대로 아이치현청에서 입학 절차가 진행되며, 본인이 직접 출석하지 않으면 합격이 취소된다는 내용이었다. 날짜 조정이나 대리 출석은 허용되지 않았고 당일 안에 결정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더 이상 수험 생활을 계속할 여유가 없었고, 국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제도라면 졸업 후에도 사정을 배려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가족과 상의 끝에 국공립의대 시험을 포기하고 자치의대 진학을 결정했다.
     
    Q. 실제 의무복무 시 근무환경, 업무부담, 삶의 질은 어땠나. 입학 전 기대와 가장 차이가 컸던 부분도 말해달라.

    졸업 후 아이치현 공무원 신분으로 지타코세이병원에서 2년간 초기 임상수련(한국의 인턴에 해당)을 했다. 해당 병원 자체의 교육 환경은 좋았고 응급과 내과 진료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다만 재학 중에는 현이 제시한 ‘커리어 형성 프로그램’에 의해 내과·종합진료과·정형외과 이외의 진료과에서는 전문의 취득에 대한 배려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지받았다.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의대 재학 중이나 초기 임상연수 중에 진료과를 결정하지만, 자치의대 졸업이라는 이유로 선택지가 사실상 3개로 좁혀지고 원하는 과를 선택하기 어려워진다는 건 수험생이던 당시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제약이었다. 입학 전에는 여러 지정 병원 중에서 어느 정도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고, 개인 사정을 이야기하면 배치에도 일정 부분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본적으로 근무지를 선택할 수 없었고, 진료과 선택도 제한적이었다. 게다가 업무 강도도 매우 높았다. 배치 병원과 근무 방식에 대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 점이 입학 전 기대와 가장 달랐다.

    자폐 동생 등 가족 부양 부담 커…사직 결정 전 지자체에 배려 요청했지만 '거절'
     
    Q. 의무복무 기간 중 자치의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타 대학 출신 의사와 비교해 급여·수당·근무조건에서 차이를 느낀 적이 있나.

    같은 의사로 일하고 있어도 자치의대 졸업생은 의무복무니까 ‘이 조건으로 일해달라’는 식으로 취급받았다. 급여나 근무조건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대학 출신 의사는 조건이 나쁘면 이직이라는 선택지가 있지만, 자치의대 출신은 어떻게 다뤄도 상관없는 의사로 취급받는 느낌이었다. 그 결과 초과근무나 당직 횟수는 많은데도 처우 면에서 보상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자치의대 졸업생이 적지 않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Q. 의무복무를 더 이상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의무복무를 포기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

    문제는 업무 강도 자체가 아니라 가족 상황과 제도의 경직성이 겹치면서 생활 유지가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의사 1년차였던 2022년 말 교사였던 아버지가 정신적 한계로 퇴직했고, 이후 재취업은 했지만 수입은 이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어머니의 학원은 거의 수입이 없었고, 중증 자폐증인 동생은 취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사실상 내가 집안의 가장이 됐다. 같은 시기에 치과위생사인 아내가 임신을 하면서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뒀고, 가계 수입은 더 줄었다.

    이런 와중에 일반적으로 의사 3년차부터 가능해지는 외부 아르바이트는 자치의대 출신은 지방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전면 금지돼 있었다. 향후 동생을 돌볼 수 없는 지역으로 일방적으로 전근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당시 급여 수준과 근무 통제 구조하에서 가족을 부양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가족을 지킬 책임과 제도상 의무가 정면 충돌했고, 이 틀 안에서 의무복무를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Q. 근무지역이나 조건을 조정하는 등 제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나.

    나는 아무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그만둔 게 아니다. 의무복무를 계속한다는 전제 하에 아이치현에 수차례 협의를 요청했다. 공무원 신분을 변경해 지정병원에서 일하면서도 다른 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허가해 주는 것, 그게 어렵다면 급여를 현실적 수준으로 조정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최소한 동생을 돌보러 갈 수 있는 거리 내에 있는 병원으로 근무지를 한정해 줄 것도 제안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형평성 문제, 지방공무원법상 제한 등으로 사실상 모두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그만둬도 되지만, 그 경우 학생 시절 지원받은 약 3700만 엔을 일괄 반환해야 한다는 설명도 들었다.

    이후 사직서를 내자 수련을 계속 받고 싶다면, 지금 당장 현 직원(공무원)을 그만두라는 말을 들었다. 퇴직 의사를 일단 철회했음에도 최종적으로는 2023년 9월 1일자로 일방적으로 공무원 신분을 잃었다. 법률 전문지식이 없는 젊은 의사에게 우월적 지위에 있는 지자체가 선택지를 극단적으로 좁히고, 갑작스레 면직까지 한 것이다. 제도 안에서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일본 자치의대 입학생은 6년 간 학비 전액을 지원받는 대신 졸업 후 9년간 지자체가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일해야 한다. 사진=일본 자치의대 유튜브

    日 자치의대 정착 평가? 어두운 이면 같이 봐야…지역의료 근본 해결책 아냐

    Q.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내용과 이에 대한 학교와 지자체의 입장에 대해 설명해달라.

    자치의대와 아이치현의 지원금 제도에 대해 일하는 방식이나 계약 규칙(노동기준법, 소비자계약법 등)의 관점에서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법원에 판단받고자 한다. 내가 특히 의문을 느끼는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의무복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수천만 엔을 일괄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조항이다. 이는 노동기준법 16조가 금지하는 위약금·손해배상 예정을 통한 ‘퇴직 발목잡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정보와 절차’ 문제다. 국공립의대 2차 시험과 겹치는 형태로 입시 일정이나 입학 절차가 짜여 있었던 점, 근무 병원 리스트나 급여 수준, 당직·초과근무 실태, 진료과 제한 같은 중요한 정보가 수험 시점에는 거의 제시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18~19세 수험생이 충분한 자료를 갖고 판단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또 본인뿐 아니라 연대보증인이 된 가족에게도 동일 금액의 반환 의무가 주어지는 구조는 소비자계약법이 상정하는 균형 잡힌 계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제도의 운영 방식이다. 가족 상황과 건강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고 근무조건 조정이나 외근 허용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다른 졸업생과의 형평성이나 지방공무원법상 제약을 이유로 버티거나 그만두고 거액의 지원금을 일괄 반환하는 두 가지 선택지 외에 다른 방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퇴직원을 일단 철회했음에도 결국 현 직원으로서의 신분을 잃게 된 것까지 포함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설명 의무 등의 관점에서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자치의대와 아이치현은 제도에 대해선 모집요강이나 계약서에 제시돼 있었고, 본인과 연대보증인은 이를 전제로 서명했다고 주장한다. 또 거액 반환 조항 등은 법에 위반되지 않으며, 개별 사정에 대해서도 가능한 범위에서 배려해 왔다는 입장이다. 젊은 의사와 그 가족에게 이토록 무거운 부담을 지우는 제도를 정말 이대로 계속해도 되는가에 대해 법원과 사회가 한 번 멈춰 서서 생각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소송에 임하고 있다.
     
    Q. 자치의대·지역의사 제도는 의무복무 이행률이 높아 일본 정부는 어느정도 정착한 제도라고 평가한다. 이런 평가에 동의하나.(자치의대 1~35기 졸업생의 의무복무 이행률은 98.5%다)

    일정 비율의 졸업생이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정착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높은 이행률의 이면에는 나처럼 가족과 자신의 건강을 희생하면서 퇴직의 자유를 사실상 빼앗긴 상태로 일하고 있는 의사들이 존재한다. 이행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성공이라고 평가할 게 아니라 “의무 이행이 얼마나 자발적이며, 각 개인들이 납득한 가운데 이뤄지고 있는가” “자치의대 출신 의사들의 건강과 커리어는 지켜지고 있는가”와 같은 질적 지표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이 제도가 지역 의사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하나.

    자치의대 출신 의사가 없으면 운영이 어려운 의료기관이 많아 단기적으로 일정한 효과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무니까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의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방식은 지역의료를 장기적으로 지속시키는 구조라고 할 수 없다.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에서 일하고 싶다고 느끼는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 한 근본적인 지역 의사 부족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면허 조건' 건 한국 제도 더 가혹…제재에 과도한 의존 대신 인센티브 필요

    Q. 한국이 도입하려는 제도는 의무복무 기간이 10년(지역의사제) 또는 15년(민주당 발의 공공의대 법안)으로 자치의대 제도보다 더 길게 설정돼 있다. 또한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의사면허 정지, 면허 취소 후 남은 의무복무 기간 동안 면허 재교부를 제한하는 규정도 있다.
     
    한국이 검토하는 10~15년 의무복무, 의무 불이행 시 의사면허 정지·재교부 제한은 일본의 자치의대 제도보다 훨씬 가혹한 구조로 느껴진다. 이는 단순히 직업선택의 자유 제한이 아니라, 의사와 가족들의 생존권을 직접 위협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거액의 위약금과 장기 의무복무 등으로 정신질환에 시달리거나,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지경까지 내몰리는 의사들이 있다. 나도 가족들을 지킬 수 없다는 불안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 시기가 있었다. 연 1860시간까지 초과근무를 시킬 수 있는 병원에, 개인 사정을 무시한 채 강제 배치를 한다고 생각해 봐라. 이건 커리어 문제를 넘어 가혹한 노동 환경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가가 지역의료를 중시한다면 의사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지역의료에 종사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 제재로  면허를 박탈해 치료할 권리를 뺏는 제도는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목적에 맞지 않는 모순된 방식이며, 의사로서의 존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Q. 한국 정부는 지역의사제 지원자들이 의무복무나 면허정치, 취소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사전에 알고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에서도 이번 소송 관련 기사에 비슷한 댓글들이 달리곤 한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가정 사정이나 건강 등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사직을 해야 할 때 ‘사전에 설명했던 거니까’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제도라면 인권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사전 설명은 필요조건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커리어 측면에서도 의대생 시절 실습을 하거나 의사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이쪽 분야를 목표로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 이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선 전혀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과거에 설명했으니까 괜찮아’라는 주장만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Q. 자치의대 출신으로서 이것만 개선됐다면 소송 없이 의무복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그 이상 장기간 지역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도 있다면 말해달라.

    핵심은 획일적인 장기 의무복무와 거액의 일괄 반환 조항이다. 이 두 가지로 인해 복무 중간에 가정 환경 등의 변화가 있어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불가능했다. 의무연한을 일률적으로 정할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설정해보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몇 년마다 페널티 없이 다른 커리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출구가 있었다면 ‘조금 더 버텨본 뒤 다른 길을 생각하자’는 식으로 현실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또 가족의 질병·간병, 출산·육아 같은 불가피한 사정이 생겼을 때는 지자체와 독립된 제3자 기구를 통해 배치 병원 변경, 근무 경감, 의무 내용 재검토를 유연하게 할 수 있는 구조가 있었으면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의무나 벌칙’이 아니라 ‘의사가 스스로 계속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 대안으로는 의사 수에 따른 적정 업무량 설정, 당직 횟수·초과 근무의 상한 관리 의무화 등이 있을 수 있다. 전문의 취득이나 연구, 집안 사정 등과 양립할 수 있도록 몇 년 단위의 로테이션 제도를 구축해 지방에 가면 커리어가 멈춘다는 불안도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일정 연수마다 지원금 일부 면제나 의무복무 기간 단축이 인정되는 단계적 인센티브를 두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처벌이 두려워 남는 게 아니라 계속할수록 이득이 되는 형태로 지역의료 정착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자치의대 경험자이자 소송 당사자로서 유사한 제도의 도입을 앞둔 한국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해달라.

    지역의료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의사도 정부도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의사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강제하는 방식은 그 사람 본인에게는 물론이과 환자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의사가 자기 커리어를 극대화해 가는 가운데 그게 결과적으로 환자를 위한 일이 되는 게 가장 올바른 방향 아닐까. 지역에 의사가 부족하니 의무복무로 묶어서 억지로 보내면 해결하겠다는 방식은 손쉬워 보이지만 적절하진 않다.

    젊은 의사에게 장기간의 의무와 무거운 제재를 부과함으로써 운영되는 제도는 반드시 어딘가에서 왜곡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실제 일본의 자치의대나 지역의사제에서는 부유한 가정 출신 졸업생이 거액의 반환금을 내고 이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선택지가 없는 계층은 가족이나 건강이 무너져도 벽지 근무를 계속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경제적 격차를 고착화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의무나 거액의 반환금에 대한 압박으로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의사도 있다.

    한국은 제도 도입 단계부터 수험생에게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길 바란다. 또 노동시간과 당직의 상한을 엄격히 제한하고 가족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의무 내용을 재검토할 수 있는 유연한 장치를 뒀으면 한다. 면허 박탈 등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인센티브 제도도 중요하다. 우리는 의사이기 전에 누군가의 자식이고, 때로는 남편이거나 아내이며 부모이기도 하다. 가족의 생활과 자신의 심신을 희생해가며 유지되는 의료가 정말 지역 주민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한국 사회도 함께 생각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