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비리에 대해 "떳떳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다.
지난 6일 조씨는 '김어준의 겸속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처음으로 얼굴을 공개하며 심경을 전했다.
이날 조씨는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 이제 조국 딸이 아니라 조민으로 당당하게 숨지 않고 살고 싶다"며 "표창장만으론 의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씨는 "입시에 필요한 항목들에서 제 점수는 충분했고 어떤 것들은 넘치기도 했다"며 의사로서의 실력에 대한 질의엔 "자질이 충분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터뷰 내용에 대해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자신이 '의사 자질이 충분하다'고 발언한 내용이 가장 큰 질타를 받았다.
단국의대 서민 기생충학과 교수는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동료들이 의사 자질이 충분하다고 말했다고 발언한 내용이 가장 어이가 없다. 주변 지인들은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 주변에서 나에게 변호사 자질이 있다고 하면 내가 변호사를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서 교수는 "우리 사회가 저런 괴물을 만들었다고 본다. 법원에서도 사실이 인정됐지만 우리 사회 내 40%는 (조민에 대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빌 언덕이 있으니 아직도 저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입학취소 결정을 자율적으로 하지 않고 사법부에게 미뤄버린 국립대학들도 문제가 있다. 정권에 거스르는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조씨의 의사면허에 대해서도 그는 "의사면허는 사람의 생명이 오갈 수 있는 위험한 것이다. 조민의 판결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 의사고시 응시 자격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 한번 면허를 따면 취소하기까지 시간이 오래걸려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도 자신의 SNS를 통해 "의사 생활 몇 십년간한 나도 아직 환자 보는게 두려울 때가 많다. 그런데 인턴 일년, 페이닥터 1년 남짓한 아이가 자기가 의사 자질이 충분하다고 한다"고 질타했다.
조씨 사건을 계기로 국내 연구윤리의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연구윤리협의회 엄창섭 회장(고려의대 해부학교실 교수)은 "법원 판결에 따라 현재로선 표창장 위조와 논문 1저자 등재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처벌과는 별개 문제로 의료계 내 연구윤리를 바로 잡을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엄 회장은 "연구윤리 부정이 벌어져도 대학 입장에서 제식구 감싸기식 태도를 보이거나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올바른 연구자의 태도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국가 연구에 참여 배제, 부당한 이득 환수 등 실질적인 연구 윤리 기준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조씨 인터뷰에 대해서는 "원래 윤리라는 것은 자신이 떳떳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상식적으로 잘못됐다고 하는 일반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 괜찮다고 하는 것은 정당화에 불과하다"며 "윤리의 영역에서 가장 큰 처벌은 사회적 비난"이라고 덧붙였다.
노환규 대한정맥통증학회장(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자신의 SNS에 "예비의료인의 자격에도 높은 수준의 윤리적 기준이 요구된다. 그러나 조씨는 의전원 입학 과정에서 그 가족이 벌인 다수의 범죄 및 비윤리적 행위는 예비의료인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윤리적 기준은 커녕, 사회인으로서 가져야할 최소한의 윤리 의식조차 없음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노 회장은 "더욱이 의료인이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신생아의 혈액공여를 통한 정보를 이용한 논문을 한 개인의 사욕을 위해 사용한 것은 환아와 그 보호자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자 불법행위다. 예비의료인으로서도 용납될 수 없는 심각한 비윤리적 행위"라며 "표창장 조작은 엄연한 범죄행위로 이에 대한 처벌은 사법부의 소관"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