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유전자 검사가 만성 신부전의 정확한 원인 파악과 조기진단, 적절한 도너 선별 등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 알리 가라비(Ali Gharavi) 교수팀은 엑솜시퀀싱(WES)이 만성 신질환 환자들에게 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밝히고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을 발견, Annals of Internal Medicine 1월호에 발표했다. 그동안 성인 발병형 체질 질환(constitutional disorders)의 진단 및 관리 측면에서 엑솜시퀀싱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
엑솜시퀀싱은 1번 염색체부터 23번 성염색체까지 전체 염기 서열을 분석하는 전장유전체 분석(WGS)와 달리, DNA 배열의 유전정보 중 단백질 아미노산 배열로 전사되는 엑솜(Exome) 부위만 염기 서열을 분석하는 것이다.
미국인의 약 14%는 만성 신질환을 앓고 있고, 이들 중 10~25%는 신질환 가족력이 있다. 일반적으로 만성 신질환 진단은 유전적 근거가 아닌 임상적 근거에 의존한다. 그러나 신장 생검을 하더라도 질환의 다른 서브타입을 식별하기 어려워, 신부전의 정확한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라비 교수는 "만성 신질환은 초기 단계에 드러나지 않아 심한 신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발견되지 않는다"면서 "발견되면 환자들은 원인을 찾고 최상의 치료법을 찾게 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유전자 검사가 오진이나 긴 시간 소요 없이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가설을 세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성인 만성 신질환 환자 92명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절반 이상은 신질환 가족력이 있었고, 대부분 임상 진단을 받았으나 16명은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엑손시퀀싱은 13개 다른 유전성 질환을 포함해 총 22명(24%)을 진단했고, 신부전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9명을 포함해 13명 환자에서 유전자 데이터는 원래의 임상 진단을 설명하거나 환자의 진짜 질병을 재분류했다.
또한 연구팀은 이전까지 신부전과 관련이 없었던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 3명을 확인, 신질환의 새로운 유전적 원인을 밝혔다.
가라비 교수는 "이런 발견은 임상 결정에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면서 "분석된 정보는 유전 방식을 알아내고, 조기 진단을 위해 가족 중 어떤 사람을 스크리닝 할지 결정하며, 신장 이식에 적절한 도너를 선별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연구는 비록 소규모지만 신질환 환자, 특히 신질환 가족력이 있는 환자와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환자를 진단하고 관리하는데 엑손시퀀싱이 실제 임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더 다양한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한 대규모 추가 연구를 통해 유전자 검사로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군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