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역거점공공병원 83%가 시니어(은퇴) 의사 매칭 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의료원 결원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니어 의사 매칭 사업이 필수의료 의사인력 충원에 중요한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시니어 의사가 공공병원 현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주3일제 실시 등 제도적 장치와 더불어 원활한 예산 확보를 위해 재정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공병원 의사 임금, 일반 의사 71.8% 그쳐…의료지역격차 ‘극심’
대한의사협회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3일 '의료소외지역을 위한 시니어 의사인력 활용방안'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의료시설의 지역 간 불균형으로 인한 수도권 원정 진료 문제, 지방 의사 결원 문제 등이 지적됐다. 실제로 전체 상급종합병원의 48%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지방 환자의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진료자 수는 93만명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급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체 의료기관의 환자 현황을 살펴봐도 지난해 지방 환자의 수도권 진료자 수는 266만명, 총 진료비는 5조2000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지방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반면 지방 의료원 의사 결원율은 2018년 7.6%에서 2022년 9월 기준 14.5%까지 증가한 상태다. 또한 지방의료원 35곳 중 6개 필수 진료과 의사가 모두 있는 곳은 8곳에 불과해 의료취약지에 의료서비스 제공이 어렵다.
국립중앙의료원 임준 공공보건의료본부 본부장은 "지역거점공공병원 인턴 수련병원 전문의 기준 충족률은 41개소 중 5개소에 불과해 12%에 그친다"며 "중증질환 진료비율 현황을 보면 상종 평균 중증질환 진료비율은 25.5% 종합병원 8.9%, 지방의료원 4.8%다.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이 종합병원급임을 감안하면 진료역량이 매우 떨어진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의료기관에 따라 의사 연봉도 점차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공공의료기관 근무 봉직의 평균 임금은 연도 별로 상승하고 있으나 전체 의료기관 근무 의사 평균 임금의 71.8%에 그친다. 의료인력, 시설 등 공공병원의 의료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필요 시니어 의사 수, 기관 당 평균 4.9명…내과가 가장 많아
이 같은 상황에서 지방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시니어 의사 인력 활용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비활동 의사 수는 전체 의사의 7.8%에 달하며 그 수도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비활동 의사의 53.1%는 50세 이상이다.
이에 최근 의협과 국립중앙의료원은 공공병원의 전문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함께 ‘시니어 의사 매칭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퇴직 후에도 지속적으로 사회 참여를 원하는 전문성을 가진 시니어 의사를 지역사회 공공의료기관에 매칭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은 의협이 사업 참여를 원하는 시니어 의사의 정보를 제공받고 국립중앙의료원이 교육을 담당해 현장 공공병원과 시니어 의사의 근로계약을 성사시키는 구조로 이뤄진다.
사업 대상은 지역거점공공병원과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소속 병원, 근로복지공단 소속 병원이다. 대상 의사는 퇴임 의대 교수, 종합병원·중소병원 봉직의다. 봉직의의 경우 따로 나이 제한은 없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지난 8월과 9월 시니어 의사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공공병원이 대다수다. 지역거점공공병원은 41개소 중 83%인 34개소가 참여의사를 밝혔고 보훈병원은 6개소 중 67%, 산재병원은 9개소 전체가 참여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필요 의사 수는 34개소에서 총 165명으로 기관 당 평균 4.9명이었다. 시니어의사가 당장 필요한 진료 과목은 내과로 65명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신경과 12명, 정신건강의학과 11명, 비뇨의학과 9명 순이었다.
평균 급여 수준(세전, 성과급 제외)은 지역거점공공병원이 약 2억, 보훈병원이 약 1억4000만원, 산재병원이 약 1억7000만원을 제시했다. 다만 급여 수준은 진료과목, 근무 일수에 따라 상이하며 대다수의 병원이 조정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임준 공공보건의료본부 본부장은 "기존 공공보건의료 인력사업 등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인력 정보가 부족하다. 지역 시니어 의료인력 매칭을 통한 인력정보 제공 범위 확대와 보완이 필요하다"며 "해당 사업이 보건복지부에서 수립 중인 '필수의료 종합계획' 인력 확보 방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인천광역시의료원 원장)은 "공공병원 시니어 의사 매칭을 통해 인력난을 해소하고 공공병원과 상급 병원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다"며 "특히 공공병원의 이미지가 고양되고 상대적 재정 감축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니어의사 현장 적응이 관건, 주3일제도 고려돼야
성공적인 시니어 의사 매칭 사업을 위한 제언도 쏟아졌다. 구체적으로 시니어의사가 공공병원 현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됐다.
조승연 회장은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선 시니어 의사의 직무역량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과목 별 편차와 전산 등 기록 작업의 어려움 등도 있을 수 있다"며 "대상이 시니어 의사인 만큼 이들의 건강과 체력 등을 감안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전공의 등 보조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의사협회 정재원 정책이사는 "시니어 의사의 활용은 시니어 의사들의 다양한 상황에 맞는 접근법으로 제도를 탄력적 적용 할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 중요하다"며 "시니어 의사들의 전문성은 높지만, 체력적인 부분을 고려할 때 주3일 근무제 등의 다양한 정책적 배려도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김광일 교수(노인의료센터장)도 "시니어 의사를 필요로 하는 공공 의료 기관과 은퇴 의사들이 생각하는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공유될 수 있어야 서로의 기대치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활한 예산 확보를 위해 재정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준 본부장은 "별도의 국고 지원도 부재한 상태다. 의사 인건비 지원과 중앙 관리 운영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업 예산 확보가 관건"이라며 "사업의 표준 운영 지침, 국립중앙의료원과 지역책임의료기관 간 순환근무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니어의사 매칭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세부적인 부분에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신욱수 공공의료과장은 "이용가능한 의사인력 풀 활용 방안으로, 시니어의사도 그 중하나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실제 사업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서는 시니어의사 및 의료현장 의견수렴, 전문가 자문 등이 필요하다. 아울러 사업대상, 추진체계, 예산지원, 운영방식 등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