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를 대상으로 제대로 설계하고, 검증한 연구 결과도 없이 한의사들이 '산삼약침'이라는 주사제를 말기암환자들에게 많게는 수 천 만원의 돈을 받고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어 안타깝다."
중앙대의대 이무열(생리학교실)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정맥주사하는 '혈액약침'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이무열 교수는 2013년 발생한 S한방병원의 혈맥약침 사건과 관련, 얼마 전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말기암환자였던 J씨는 당시 S한방병원이 산삼으로 만든 약침을 정맥으로 투여하면 암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하자 수 천만원을 내고 약침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그러자 유족들은 2014년 S한방병원 원장 등을 의료법 위반, 사기죄로 고소했고, 3년째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무열 교수는 '혈맥약침' 요법이 의학적 원리와 방식의 정맥주사와 동일하다고 단언했다.
한의사들이 의학적 원리에 기반해 산삼약침을 정맥주사 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산삼약침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한의대 교수의 2004년 논문을 보면 정맥주사는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인정했지만 약침의 정맥 주입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2005년 '혈맥에 대한 문헌적 고찰'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합리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의계 스스로 정맥주사는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그 뒤 상황이 바뀐 게 전혀 없는데 두루뭉술하게 한방의료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좀 놀랍고,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특히 이 교수는 "환자를 대상으로 제대로 설계된 연구 결과가 전혀 없는데도 한방에서 무분별하게 말기암 환자에게 사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맥주사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이 교수는 "단순히 생리식염수를 정맥으로 빠르게 투여하기만 해도 뇌부종을 일으킬 수 있고, 주사액은 심장에 부담을 줘 폐부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어 환자 상태와 필요에 따라 주입하는 속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게 정맥주사의 특징"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한의사들이 의사와 같은 의료인이라는 미명 아래 어물쩍 넘어가는 게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의사는 한의사일 뿐 절대 의사가 아니다"면서 "그들이 한의학적 근거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하는데 전문가집단으로서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무열 교수는 "한의학이 실망스럽고 위험한 것은 정확한 검증을 받지 않으려고 하고, 연구하면서 치료한다는 점"이라면서 "의학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된다"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한의사들이 한방의료행위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했다고 주장하는데 과연 정부가 얼마나 양적, 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상당히 의문스럽다"면서 "결국 환자들에게 피해가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걸 잘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영역침범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정맥주사는 의학적 근거로 만들어진 것인데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지 않고 자꾸 침범하려고 한다"면서 "한의사가 의료인이라고 해서 의사와 동등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개탄했다.
이무열 교수는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지 않고 이런 궤변 논리를 펴는 것은 사법고시와 행정고시가 다른데 행시 합격자가 자신도 법조인이라고 우기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