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지난 12년동안 제약 영업사원으로 즐겁게 일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둘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주위에서 창업을 하라고 많이 권유했고 어쩌다 기회가 닿았습니다. 제약회사 창업은 일종의 새로운 도전이자 모험입니다.”

코오롱제약 영업사원 출신 손재현 씨가 지난달 의약품판매유통업체 라온파마 대표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손 대표는 온라인 파워블로그 ‘한별이의 제약영업 나눔터’로 제약업계와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라온파마는 의약품의 허가부터 판매, 유통까지 맡는 회사다. 주로 국내에 영업사원을 두지 않고 CMO(의약품위탁생산)를 위주로 하는 제약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있다. 해당 회사들의 판권을 사거나 제품을 통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라온파마는 우선 4개 회사, 13개 품목의 판매 허가를 따냈다. 향후 우수한 의약품을 기반으로 도소매 판매, 유통, 병의원 컨설팅업, 위수탁업, 임대업, 수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는 함께 업무를 시작할 팀원들을 채용 중이다. 

손 대표는 “초기 투자에 대한 위험은 크지만 영업조직이 잘 갖춰진다면 기대할 만하다. 공동 투자 3명을 포함해 영업사원 5명은 꾸려졌고 추가적으로 팀원들을 채워서 올해 말에 10여명이 함께 회사 운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온파마는 우선 개인의원에 대한 의약품 유통에 집중한다. 의원 위주로 성장하면서 단기간에 매출 30억원에서 100억원까지는 돌파할 것으로 기대했다. 손 대표는 “규모가 있는 대학병원은 당장 처방약을 변경하기가 어렵다. 우선 개인의원 시장을 목표로 하면서 실적을 올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자신의 회사가 내부에 영업조직을 갖추지 못한 회사들과 시너지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기존의 영업대행사로 알려진 CSO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손 대표는 “CSO는 원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리베이트 창구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라며 “정작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CSO가 아닌 곳이 더 많아졌고, 제도권에서 CSO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일례로 변질된 CSO는 개인 회사 형태로 영업만 대행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보니 CSO를 통해 영업을 하면 제품 브로셔를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A4용지에 제품을 대충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손 대표는 “라온파마는 홈페이지를 갖추고 제품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하겠다. 제품의 허가부터 판매, 유통까지 모든 단계에서 전문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제약회사들은 CP(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를 강화하는 가운데 라온파마 역시 CP를 철저히 지키겠다고 했다. 손 대표는 “고객들에게 이득을 준다면 경제적이익 지출 보고서를 반드시 써야 한다”라며 “세무사와 회계사를 통해 약사법에 대한 회사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 내에서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는 어느 정도 정착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손 대표는 “초창기에는 의사 고객으로부터 식사를 하고 기록을 남긴다고 할 때 부담스러워서 꺼려하는 모습이 많았다”라며 “하지만 다른 제약회사들이 모두 합법적이라는 한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 비해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처음 해당 제도가 도입됐을 때는 제품설명회도 다 취소될 정도였다. 하지만 CP 규정을 준수하면서 방명록을 받고 제대로 영업한다면 앞으로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적으로는 전문약 시장도 온라인 마케팅으로 트렌드가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손 대표는 “자동차보험이 다이렉트로 판매되고 중고차도 온라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라며 “정말 좋은 의약품이 있다면 온라인에서 검색하고 판매하고 수금까지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손 대표는 "창업 이후 다행히 많은 제약회사들이 연락을 주고 있다"라며 "좋은 제품에 대한 판권을 따낼 수 있었으면 한다. 특정 제품을 한번 제대로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 대표는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신뢰도와 인지도가 쌓이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을 계기로 자신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제약회사 영업사원과 취업준비생들에게도 꿈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일평균 블로그 방문자수는 3000여명이다. 손 대표는 “그동안 영업 하나만 해왔지만 직접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CMO, 개발, 공장의 위수탁 과정 등을 모두 알아야 한다. 그동안 몰랐던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또한 "그동안 고객은 무조건 의사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분야에 인맥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됐다. 그만큼 창업 과정은 힘든 점이 많지만, 신뢰를 쌓기 위해 하나하나 노력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