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2025년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소규모 생명공학 기업을 포함해 바이오제약 기업에 대한 자본 접근과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주식 시장은 신규 상장에 서서히 개방되고 있으며, 미국 차기 정부에서는 덜 강경한 연방거래위원회가 인수합병(M&A)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Evaluate)가 최근 보고서 통해 바이오제약 분야에서의 기업공개(IPO)와 벤처캐피탈(VC) 투자, M&A에 대한 2025년 전망을 제시했다. 급상승은 어렵지만 2023년 저점 이후 회복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IPO에 다시 속도붙지만 주식 시장 불안정 등으로 안전한 투자 선호 예상
먼저 보고서는 "미국 대선으로 인해 2024년 말 IPO가 중단됐지만 기업과 투자자들이 선거 결과에 따른 잠재적 변동성을 피하기 위해 연기한 것으로, IPO 속도는 다시 빨라질 것이다"면서 "시장이 오랫동안 사실상 폐쇄된 상태였기 때문에, 민간 부문에는 억눌려 있던 수요가 많이 쌓여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식 시장이 불안정하고 지난해 12월 초 발생한 바이오에이지(BioAge) 사건의 영향으로 IPO가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바이오에이지는 지난해 9월 말 1억9800만 달러를 조달하며 나스닥에 상장했다. 해당 자금은 유일한 임상 단계 후보물질인 경구용 비만 치료제 아젤라프라그(azelaprag) 개발에 투입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진행 중인 2상 임상시험에서 일부 피험자에서 아젤라프라그 투여 시 의미 있는 증상 개선 없이 간 트랜스아미니티스(liver transaminitis)가 관찰되며 12월 연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2025년 초에는 가장 안전한 투자와 기존 투자자들의 강력한 지원이 있는 경우에만 주식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상황이 바뀌려면 시장 상황이 개선돼야 하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해 확고한 정책 방향을 제시할 때까지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수년 동안 주목할 만한 생명공학 상장이 없었다. 전문 투자자의 풀이 부족하고, 위험을 회피하려는 문화가 결합돼 민간 생명공학 기업의 현지 상장 전망이 낮기 때문에 유럽 바이오텍은 계속해서 미국 상장을 바라볼 것으로 예상된다.
IPO 시장이 서서히 열리면서 벤처 투자자들이 투자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 2025년에는 사모 펀딩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서는 매출 성장을 주도하는 치료 분야가 계속해서 선호될 것이며, 대표적인 예로 면역학 및 염증, 대사성 질환, 항체 약물 접합체(ADC), 방사성 의약품을 꼽았다.
M&A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오제약에 희소식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 중 하나다. 최근 연방거래위원회의 강경한 태도로 모든 종류의 인수 거래가 위축됐고 제품 라이선스 거래도 줄었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수많은 대형 제약사가 파이프라인 확장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며, 이사회는 장기적인 성장을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2025년 M&A가 증가할 것은 거의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산업에 중국 영향력 더욱 커질 것…변수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
보고서는 2025년에 주목해야 할 글로벌 테마로 제약 연구개발(R&D)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증가를 꼽았다.
이밸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업계 전체 임상 파이프라인에서 중국 기업이 개발 프로그램의 최소 5분의 1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치료 분야에서는 중국의 지배력이 훨씬 더 두드러진다. ADC와 이중특이항체,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임상 파이프라인의 50% 이상이 중국에서 시작됐거나 중국과 협력해 개발하고 있다.
중국을 찾는 곳은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항-PD-1/VEGF 이중특이항체를 개발하기 위해 MSD는 라노바 메디신즈(LaNova Medicines)로부터 LM-299를 최대 33억 달러에 도입했고, 서밋 테라퓨틱스(Summit Theraputics)는 아케소 바이오파마(Akeso Biopharma)로부터 이보네스시맙(ivonescimab)의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바이오엔텍(BioNTech)은 바이오테우스(Biotheus)를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추세는 2025년 글로벌 제약 산업에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깊어질 것임을 시사한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촉발할 우려와 미국과 중국에 본사를 둔 생명과학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려는 생물보안법안을 지지할 가능성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