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비대면진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일차의료발전방향이 모색됐다.
구체적으로 비대면진료 환자 모니터링을 통해 위험요인을 관리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환자관리 서비스 추천을 확대하는 안이 제안됐다.
또한 향후 국내 일차의료는 만성질환을 다학제적으로 관리하는 일명 '한국형 주치의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주장도 공감대를 얻었다.
일차의료 제역할 못하며 만성질환 진료비만 8.5%씩 증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은 25일 오전 '일차의료발전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일차의료체계 개선이 미래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커뮤니티 헬스케어의 핵심 근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개선 방향은 만성질환 관리다.
정부도 이런 추세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이 일차의료개발센터 시범운영을 준비 중이다.
시범사업은 1~4형으로 나눠지는데 1~3형은 민간기관이 많은 지역에서 민간 의료기관이 운영하게 되며 취약지는 공단과 지자체 등이 운영할 예정이다. 4형은 일차의료지원센터를 운영하며 교육과 상급병원 등과의 네트워크를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 일차의료체계엔 아직 문제가 산적해 있다. 단과전문의 위주의 단독개원이 대부분으로 지역사회 내에서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연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일차의료기관 개원 현황을 살펴보면, 단과 전문의 단독 개원이 81.8%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진료 과목 중심으로 분절돼 있어 현 일차의료 체계 내에서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서울시립대학교 임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의료전달체계 미정착으로 의료기관간 역할이 미정립돼 있고 분과 전문의 양성 중심의 전문의 수련제도로 인해 일차의료 기능 수행에 적합한 가정의학과나 내과, 소아과 전문의 비중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에 따라 의료시버스 분절화나 일차의료 질 평가 제도도 미비돼 있다. 행위별수가제와 짧은 진료시간으로 인해 외래 방문가 빈번하지만 만성질환자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차의료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만성질환 진료비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2025년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만성질환 진료비는 연평균 8.5%씩 증가해 건보 진료비의 40%를 차지하는 등 건보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우리나라 일차의료는 인구사회학적 변화에 따른 복합적인 보건의료욕구를 충족하고 건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엔 보완해야 할 점이 너무 많다"고 전했다.
만성질환·정신질환 등 포괄 일차진료 시범사업 추진
이 같은 문제 상황을 해결하고자 임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포괄적 일차의료 모형안'을 제안했다.
모형안에 따르면 포괄적 일차의료 모형 사업 수행을 위해 적절한 진료역량을 갖췄다고 인정되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사업참여기관을 선정하게 된다.
해당 기관 의사들은 사실상 '한국형 주치의'가 되는 것이 사업의 주요 골자다. 이들은 케어코디네이터와 함께 팀을 이뤄 환자 전체 건강 문제와 투약 약물 등 포괄 평가와 함께 연간 치료와 관리 계획 수립, 개인 맞춤형 선별검사 등 케어플랜을 만들게 된다.
대상 질환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천식, 만성폐쇠성폐질환 등 만성질환과 치매,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도 포함된다. 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추후 추가적으로 2~3차에 걸쳐 만성질환 수를 추가하게 된다.
지불 보상은 상담과 포괄평가, 케어플랜, 환자모니터링, 중간점검과 평가 등은 행위별수가가 적용되고 성과연동보상을 위해 지표 달성 정도에 따라 인센티브 보상도 이뤄진다.
추가 수가개발이 필요한 항목은 ▲지역사회 서비스 연계 ▲노쇠평가와 관리 ▲낙상위험 평가와 관리 ▲24/7 상담서비스 ▲입원·응급 이용 시 환자정보 제공 수가 ▲전환기 관리 ▲환자 위험도에 따른 가산수가 등이다.
비대면 교육 상담·비대면 모니터링 중심돼야…의협 "정부 예산이 지원 핵심"
특히 환자 관리 과정에서 비대면진료 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것이 모형안의 특징이다.
혈압과 혈당 수치, 위험요인 관리를 위해 비대면 환자관리 모니터링이 활용되고 의료진간 비대면 의사소통도 지원된다.
또한 AI를 활용한 환자관리 서비스가 추천되며 이를 토대로 환자 건강상태, 의료이용 정보 등을 활용한 위험도 분류가 이뤄진다.
임 교수는 "한국형 주치의 제도 도입에 비대면진료가 적극 활용돼야 한다. 특히 환자 자가관리 지원, 비대면 교육상담 등이 중요하다"며 "AI 맞춤형 정보 제공, 환자 자신의 건강관리 정보 접근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박성배 가정의학과 교수는 "의료와 돌봄은 분리될 수 없는 문제로 일차의료의 기능이 변화돼야 한다"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영역을 넘나들며 협업하고 본인의 건강과 돌봄에 대한 자기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즉 병원 중심에서 지역중심의 체계로 변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지역기반 환자중심의 다학제팀에 의한 일차의료 시범사업 모형은 일차의원의 새로운 역할이 주된 내용이다. 그룹개원을 통해 협업하고 정부사업과 연계하고 대상자 데이터 관리를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일차의료 연구와 새로운 제불제도도 고려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의사협회 측도 이날 제시된 일차의료발전방향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추가적인 정부 지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협은 한국형 주치의제도에 간호사 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협 오동호 의무이사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은 만성질환의 시대에 필요한 일차의료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좋은모델"이라며 "다만 지역운영위원회는 지역의사회와 보건소, 공단지사를 주축으로 구성돼야 하며 지역에 필요한 사업 추진을 위해선 예산 지원이 꼭 필요하다. 아울러 공단의 월권으로 개원가의 행정업무 부담이 가중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 의무이사는 "돌봄의 시대에 필요한 일차의료기관의 기능에 대해 의협 커뮤니티케어특위는 이미 수차례 논의를 했다. 결과적으로 지역의사회 중심의 거버넌스 하에 1인 의원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간호조무사도 참여인력에 포함돼야 한다 게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내과의사회 조현호 기획부회장도 "주치의제란 단어는 의료계에서 아직 거부감이 있다. 건보공단이 관련 모델이 제시됐으나 15~20년이 지나야 다학제 관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연착륙을 위해선 1인 운영 의원에 대해서도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