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소아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 97%, 지난해 국내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IPD) 신고 환자 중 50세 이상 비율 77%.
11일 한국MSD가 개최한 캡박시브 허가 1주년 미디어 세미나에서는 상반된 두 수치가 제시됐다. 소아 예방접종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지만 성인, 특히 고령층과 만성질환자의 폐렴구균 질환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의 화두는 ‘혈청형 대치’였다. 소아 예방접종을 통해 기존 백신에 포함된 폐렴구균 혈청형이 감소하자,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혈청형이 성인 질환의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감염내과 김영근 교수는 “소아 예방접종 확대 이후 성인 폐렴구균성 질환에서 나타나는 혈청형 분포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며 “성인 예방접종은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 수만 비교하기보다 국내에서 실제 질환을 일으키는 혈청형과 환자의 연령, 기저질환, 이전 접종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렴구균은 100종 이상의 혈청형으로 구분된다. 소아 예방접종 확대는 소아뿐 아니라 집단면역을 통해 성인의 백신 혈청형 감염도 줄였지만, 기존 백신이 포괄하지 못하는 혈청형의 상대적 비중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내 16개 대학병원이 2017~2019년 IPD 환자에게서 수집한 폐렴구균 분리주를 분석한 결과, 19세 이상 성인 분리주 356개 가운데 3형이 13.5%로 가장 많았다. 이어 34형 8.1%, 10A형과 19A형 각각 6.7%, 23A형 6.5% 순이었다.
상위 5개 혈청형 가운데 3형과 10A형, 19A형, 23A형은 캡박시브에 포함됐다. 해당 연구에서 확인된 성인 IPD 원인 혈청형의 74.4%가 캡박시브의 혈청형 범위에 해당했다. 다만 두 번째로 비중이 높았던 34형은 포함되지 않았다.
질환 부담은 고령층에 집중됐다. 2025년 국내에서 신고된 IPD는 440건이며 이 가운데 약 77%가 50세 이상이었다. 만성 심혈관·폐질환과 당뇨병, 면역저하 상태 등 위험요인이 있는 성인 역시 같은 연령대의 건강한 성인보다 폐렴구균 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
김 교수는 고령 환자의 경우 기침이나 발열 대신 낙상과 섬망, 전신 쇠약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캡박시브는 성인에서 질환을 일으키는 혈청형을 중심으로 설계된 21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PCV21)이다. 2025년 8월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올해 3월 국내 출시됐다.
국내에서는 18세 이상 성인에서 백신에 포함된 폐렴구균 혈청형에 의한 침습성 질환과 폐렴 예방에 사용할 수 있다. 1회 0.5mL를 근육주사한다.
캡박시브는 소아 예방접종의 간접효과로 성인에서도 발생이 감소한 혈청형 9개를 제외하고, 기존 백신에 포함되지 않았던 15A·15C·16F·23A·23B·24F·31·35B 등 8개 혈청형을 포함했다. 성인 IPD에서 지속해서 높은 비중을 보이는 3형과 19A형도 담았다.
대한감염학회도 2026년 성인 폐렴사슬알균 예방접종 권고안에 PCV21을 새로운 선택지로 추가했다.
개정 권고안은 65세 이상 모든 성인과 19~64세 만성질환자·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게 이전 접종력에 따라 PCV21 1회, PCV20 1회 또는 PCV15 접종 후 PPSV23 순차접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다만 세 가지 접종 전략 사이에 우선순위는 두지 않았다. 현재 근거가 실제 질환 발생 감소를 직접 비교한 임상효능이 아니라 면역원성에 기반하고 있어, 면역반응 차이가 예방효과 차이로 이어지는지는 불확실하다는 이유다.
캡박시브의 허가 근거가 된 STRIDE-3 연구에는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18세 이상 성인 2656명이 참여했다. 캡박시브는 PCV20과 공통으로 포함된 10개 혈청형 모두에서 비열등한 면역반응을 보였다. 캡박시브에만 포함된 11개 혈청형 가운데 10개에서는 우월성 평가 기준을 충족했으며 15C형은 제외됐다. 안전성은 전반적으로 대조군과 유사했다.
기존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한 50세 이상 성인 717명을 대상으로 한 STRIDE-6과 폐렴구균 질환 위험요인을 가진 18~64세 성인 518명이 참여한 STRIDE-8에서도 접종 후 21개 혈청형에 대한 면역반응이 확인됐다.
한국MSD 백신사업부 조재용 전무는 “캡박시브 허가 1주년은 성인에서 중요하게 나타나는 혈청형을 고려한 새로운 예방접종 선택지가 국내에 도입된 의미를 되짚는 시점”이라며 “국내 역학과 임상근거를 바탕으로 의료진이 환자 특성에 맞는 접종전략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