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월의 생명 연장은 말기 암환자에게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류민희 교수(사진)가 '허셉틴' 이후 5년 만에 등장한 위암 표적치료제 '사이람자'를 두고 한 말이다.
'사이람자(라무시루맙)'는 국내 최초 VEGF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인간 면역글로불린 단클론항체로, 진행성 위암 2차 치료에서 단독 또는 파클리탁셀과의 병용요법으로 허가 받았다.
사이람자는 단독요법의 효과를 연구한 REGARD 임상(29개국 355명의 환자) 결과, 중앙 전체 생존기간(5.2개월)을 위약군 대비 1.4개월 연장시켰다.
파클리탁셀과의 병용요법을 평가한 RAINBOW 임상(27개국 665명의 환자)에선, 중앙 전체 생존기간(9.6개월)을 파클리탁셀 단독 투여군보다 2.2개월 늘렸다.
류민희 교수는 "2.2개월 생명연장 했다고 하면 종양내과 의사들조차 감흥을 못느끼지만,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며 "수치상 30% 연장 효과가 있는 것이고, 무엇보다 말기 암환자가 느끼는 2.2개월의 시간은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지난 수년 간 진행성 위암 환자 대상 표적치료제 임상시험은 많았지만, 2차 치료에서 유의하게 생존기간을 개선한 약제는 사이람자가 유일하다"고 못박았다.
현재 위암 1차 표준치료는 플루오로피리미딘 제제와 백금계 항암제를 병합한 2제 요법을 쓰고 있다. HER-2라는 표적이 존재할 경우 허셉틴을 추가한다.
2차 치료제로는 도세탁셀, 파클리탁셀 등이 쓰이지만, 이들은 제한된 국가에서의 소규모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2차 표적치료제 사이람자는 1500여명의 진행성 위암 환자에게 치료 혜택을 줄 수 있다.
특히 위암은 암종 중 발생률 2위의 질환이지만, 5년 생존율(진행성 위암) 5.7%, 평균 생존기간 7~11개월에 불과해 대안이 필요했다.
류 교수는 "1차 치료에서 백금계 항암제를 쓰면 말초 신경병증 부작용이 따라 2차에서 파클리탁셀을 쓰기 어렵다. 파클리탁셀도 말초 신경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경우 사이람자 단독요법을 쓰는 게 좋다"고 제언했다.
말초 신경병증 부작용이 심하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사이람자+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의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이람자의 가장 큰 부작용은 백혈구 감소인데, 백혈구 감소로 균에 감염되지 않는 한 실질적인 문제는 없다"면서 "다만, 고혈압이나 단백뇨 등이 있는 환자는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