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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의 입원 4년만에 70%→30% 급감…안인득 사건 2년 지났지만 현장은 그대로

    남양주서 정신질환 앓던 20대 부친 살해…신경정신의학회,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1-05-14 19:28
    최종업데이트 2021-05-14 19:28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긴급 온라인 기자회견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남양주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20대 남성이 부친을 둔기로 살해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또 다시 사법입원제도 등 정신질환자 국가책임제 도입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 비대면 기술이 향상됨에 따라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과 환자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의료진이 비자의 입원에 대한 의견을 내고 법원이나 준사법기관에서 해당 자료를 토대로 환자의 입원을 결정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남양주서 부친 살해 정신질환자 구속…안인득 사건 2년 지났지만 변한 것 없어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4일 오후 긴급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가 조속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경기 남양주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A씨는 자신의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화단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A씨는 과거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버지 B씨는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구급차를 불러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당시 경찰관은 A씨에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설구급차와 함께 철수했다.
     
    신경정신의학회 이동우 정책연구소장은 진주 안인득 사건이 벌어진 후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현장은 바뀐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2년 전 진주 안인득 사건을 연상케 하는 불행한 사건이 반복됐다"며 "학회는 안인득 사건 이전 임세원 교수 피살 당시에도 입원이 필요한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촉구했지만 아직도 실상은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신건강복지법은 2016년 전면 개정을 통해 크게 '비자의입원 통제'와 '지역사회 중심 정신의료 확산'이라는 큰 골자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특히 비자의입원 요건이 강화되면서 환자 인권이 강화된 부분은 있지만 반대로 입원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이들이 범죄자로 내몰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게 학회 측의 견해다.
     
    아울러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현행법상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과 보호조치를 할 수 있지만 자타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민원과 행정 소송에 대한 염려로 인해 적극적으로 대응이 어렵다.
     
    실제로 정신건강복지법 이후 입원 형태 변화를 보면 비자의입원 비율은 2014년 70.2%에서 2018년 31.5%로 절반 이상 급감한 상태다.
     
    신경정신의학회 백종우 법제이사는 "비자의입원이 줄어든 점은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입원이 꼭 필요한 이들이 제때 입원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비자의입원이 줄어든 만큼 응급입원 등 다른 입원 절차가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임세원법은 처벌 강화 중점, 예방 효과 적어…“사법입원제‧사례관리 확충해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임세원 교수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임세원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상황이 그나마 개선되긴 했지만 이마저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거나 정신응급센터 인프라 확대 등에 그쳐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100병상 이상의 정신병동 안전관리수가와 급성기 낮병원 수가시범사업 계획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100병상 이하 소규모 정신병동과 1차 의료기관이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문제도 심각하다.
     
    백 법제이사는 "현재는 자해나 타해 위험이 있어도 보호의무자가 퇴원을 원하면 환자가 퇴원해야 되는 상황이다. 특히 외래치료명령제나 퇴원 후 사례관리체계도 미비하다"며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없다면 입원이 불가하고 응급입원 규정은 있으나 거의 사문화돼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미국은 사법입원제를 통해 입원 여부 평가는 의사가 하고 입원과 치료 지속 여부는 판사가 판단한다"며 "외래치료지원제와 함께 매일 전문가가 가정을 방문해 사후관리를 한다. 현장 출동도 경찰관과 함께 정신건강응급개입팀이 출동해 지정병원 응급실로 안전히 이송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회는 입원절차가 까다로운 반면 정신질환자 치료에 대한 제대로 된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명확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경정신의학회 이화영 정신보건이사는 "결국 입원만 까다로워지고 준비는 부족한 상황에서 중증정신질환 환자들은 사고로 내몰리고 있다"며 "정신건강심팡원 등 준사법기관을 통해 비자의입원 결정 부담을 가족과 의료진에서 사회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래치료지원제도를 활성화하고 사례관리자도 확충돼야 한다"며 "급성기 치료 후 지자체 중심의 찾아가는 보건복지 통합 서비스 구축이 필요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도울 수 있는 지자체 중심 정신응급체계도 필수"라고 말했다.
     
    신경정신의학회 박용천 이사장은 "앞서 환자 입원을 위해 출동했던 경찰관이 환자에게 살해당하는 사건도 있었던 만큼 비대면 화상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현장에서 경찰관이 환자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대화를 나누는 영상을 찍고 향후 의사가 환자에 대한 소견을 내놓으면 법원 등에서 이를 토대로 입원을 결정하는 시스템도 효율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