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이제 의사들에게 복제약을 처방하라고 강요할 명분을 잃었다."
"복지부의 약가정책이 '복제약 우선'에서 '오리저널 처방 강추'로 급선회했다.”
보건복지부가 노바티스의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을 급여정지해 환자들이 복제약을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발표하자 의사들이 꼬집은 말이다.
보건복지부가 27일 노바티스의 리베이트 약제 9개 품목을 급여정지 처분하면서 백혈병치료제인 '글리벡'에 대해서는 환자단체의 요구를 수용해 과징금 처분으로 대체하자 연일 시끄럽다.
글리벡 보험급여 중지에 반대했던 백혈병환우회는 환영했지만 보건의료단체연합을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복지부 스스로 예외 규정을 적용해 법 규정을 무력화시켰다며 맹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검은 2011년부터 2016년 1월까지 25억 9천만 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노바티스 관계자들을 기소한 바 있다.
건강보험법 제41조의2 등에 따르면 불법 리베이트 대상 약제는 원칙적으로 급여정지 처분을 할 수 있지만 퇴장방지약, 희귀의약품, 동일제제 없는 단일 품목, 복지부장관이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의약품에 대해서는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다.
복지부는 이 조항에 근거해 리베이트와 관련한 노바티스 의약품 9개 품목(엑셀론 캡슐·패취, 조메타주)을 6개월간 보험급여 중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글리벡을 포함한 나머지 33개 품목에 대해서는 총 5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30개가 넘는 제네릭이 존재하는 글리벡이 보험급여 중지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복지부가 글리벡을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에 포함시키자 보건의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8일 "식약처가 그 효능과 안전을 입증해 제네릭을 허가했음에도 복지부가 동등성을 의심해 국내 의약품 허가 당국의 권위를 무너뜨렸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와 함께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설령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이 존재하더라도 오리지널 의약품은 요양급여 정지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을 통해 복지부가 보장한 것"이라면서 "대다수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향후 오리지널 의약품 특히 항암제, 중증질환치료제는 리베이트 처벌 무풍지대가 됐다"면서 "이후 발생하는 리베이트 사건은 환자들, 약제들 간의 형평성을 빌미삼아 이후 처벌 규정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최근 식약처에 '글리벡과 글리벡 제네릭의 약효, 부작용, 안전에 있어서의 차이점'과 '오리지널과 제네릭간 이성질체 차이에 따른 안전성 차이가 존재한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을 공개 질의했다"면서 "아직 정식 문서로 답변 받지는 못했지만 글리벡과 글리벡 제네릭 간 안전에 있어서의 차이는 없다는 구두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논란이 커지자 진화에 나섰다.
복지부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필름코팅정의 경우 반응을 보이는 환자가 수년간 장기 복용해야 하는 항암제로, 약제 변경시 동일성분 간이라도 적응 과정에서 부작용 등이 우려되며, 질환 악화시 생명과 직결된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의 생명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련 학회 몇 군데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일부 학회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어 글리벡 사용을 권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해명했다.
복제약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인정한 것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이런 복지부의 석연치 않은 해명은 이중잣대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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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료계 관계자는 "복지부는 생동성시험을 통과한 복제약이 오리지널과 같은 약이라며 복제약 처방을 하라고 강권해 왔고, 마치 의사들이 리베이트 때문에 비싼 오리지널을 처방하는 것처럼 매도해 왔는데 스스로 복제약이 안전하지 않다고 확인해 준 셈"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보건복지부는 이제 의사들에게 복제약을 처방하라고 강요할 명분을 잃었다"고 단언했다.
의협 관계자는 "복지부는 생동성시험을 거친 복제약이 오리지널과 성분이 같다고 해서 약효까지 같을 수 없다는 의사협회의 일관된 의견을 되새기길 바란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