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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인 면허취소법,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서 위법 피하기 어려운데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도 행정처분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소급입법금지원칙 위반 등 기본권 침해로 충분한 논의과정 거쳐야

    [칼럼] 박재영 법률사무소 정우 대표변호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21-03-08 09:20
    최종업데이트 2021-03-08 09:2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월 19일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결격사유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월 26일 전체회의를 개최해 결격사유 개정안이 의료인에 대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서 추가 논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번 3월 중순 임시국회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결격사유 개정안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의료인에 대해 필요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결격사유 개정안은 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 즉 일정한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기본권 주체의 능력과 자질에 따른 제한이므로 이른바 ‘주관적 요건에 의한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 

    직업선택의 자유는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와 비교해 볼 때 개인의 인격 발현과 개성 신장의 불가결한 요소다. 개인의 핵심적 자유영역에 대한 침해를 의미한다. 헌법재판소도 직업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라고 하더라도 그 제한 사유가 직업의 자유의 내용을 이루는 직업수행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 중 어느 쪽에 작용하느냐에 따라 그 제한에 대해 요구되는 정당화의 수준이 다르다고 판단한다.

    즉, 직업의 자유에 대한 법적 규율이 직업수행에 대한 규율로부터 직업선택에 대한 규율로 가면 갈수록 자유 제약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강해져 입법재량의 폭이 좁아진다(헌법재판소 2003. 9. 25. 선고 2002헌마519 판결 참조).

    결격사유 개정안은 의료인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범죄에 구분 없이 금고의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결격사유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하지만 결격사유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직업선택의 자유 침
    해, 소급입법금지 원칙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인에게 적법절차를 보장하지 않고 임의적 판단에 따라 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이다. 결격사유 개정안 65조 제1항 제2의2호는 면허를 재교부 받은 의료인이 결격사유 개정안 제66조 제1항의 면허자격정지사유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를 한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의로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의료법 제66조 제1항의 면허자격정지사유는 ①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 ②관련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 ③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한 때 ④ 그 밖에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때 등으로 포괄성을 띤 규정이다. 

    하지만 면허자격정지절차에서 의료인이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하거나 필요한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청문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고, 이러한 의미에서 적법절차가 보장되지 않는다. 변호사의 징계에는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 네가지 종류가 있고,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징계 개시의 청구에 의해 변호사 징계위원회라는 합의제기관에 회부돼 여기에서 심리 끝에 징계가 이뤄진다. 의료인의 면허취소는 실질상 변호사의 제명과 같은 중대한 징계처분임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의 단독적 행정처분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인력관리사무의 최고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공무원을 지휘 감독하고, 건강보험의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비용을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공공기관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복지부 공무원, 산하 공공기관 직원이 관여한 조사결과만을 기초로 의료인에 대한 임의적 면허취소를 하는 것보다는 중립적인 기관에서 이를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결격사유 개정안은 면허자격정지 사유 중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를 의료법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 의료인 면허취소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중요 요건임을 고려할 때 법률유보원칙 측면에서 결격이 필요한 사유를 법률에서 직접 명시해야 하고, 법제처 역시 결격사유는 직접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법률에 직접 규정하도록 한다(법제처, 법령입안·심사기준, 165면, 2019. 참조).

    셋째, 결격사유 개정안은 면허취소를 받은 전력이 있는 의료인이 면허를 재교부 받은 후 면허자격정지처분을 받는 경우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면허취소처분을 임의로 할 수 있도록 하지만, 의료인이 면허를 재교부 받고 언제까지 면허자격정지처분을 받아야 임의적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 기간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가령 면허를 재교부 받고 1년 이내에 위반행위를 한 경우와 5년 이후에 위반행위를 한 경우를 비교한다면 위법성의 경중이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에 차등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 위법성의 경중이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에 관한 개별적 판단 없이 일률적으로 기한의 제한 없이 면허취소를 받도록 하는 것은 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의료법은 면허자격정지처분의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임의적 면허취소 사유의 전제가 되는 면허자격정지처분에 대하여 위 시효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변호사는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고(변호사법 제98조의6), 의료법은 5년의 시효규정을 적용함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법 제246조에 따른 공소가 제기된 경우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해당 사건의 재판이 확정된 날까지의 기간은 시효 기간에 산입되지 않도록 한다.

    또한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 제3호에 의하면 공무원의 경우에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자는 직위해제처분을 하게 돼있으나, 그것이 공무원의 신분자체의 박탈은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보수규정 제29조에 의하면 직위해제 된 자에 대해 봉급의 8할을 지급하되, 직위해제일로부터 3월이 경과하여도 직위를 부여받지 못한 때는 그 봉급의 5할을 지급한다고 규정한다. 공무원이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 승급의 제한이 있지만 정직의 경우 징계처분의 집행이 끝난 날부터 18개월까지로 기간을 정하고 있다(공무원보수규정 제14조 제1항 제2호 가목).

    넷째,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전제로 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에서 의료인은 면허자격정지사유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를 스스로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입법 과정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결격사유 개정안 65조 제1항 제2의2호는 면허를 재교부 받은 사람이 결격사유 개정안 제66조 제1항의 면허자격정지에 해당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이 임의로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의료인이 관련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경우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라 월평균 거짓청구금액을 기준으로 10개월 이내에서 면허자격정지처분을 받게 되고, 거짓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자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로 형사고발(형법 제347조 사기죄)을 한다. 

    면허를 재교부 받은 의료인이 면허자격정지처분 위험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지 않기 위해 요양기관 지정을 거부하고자 해도 현행법상 건강보험 체제 밖에서 의료업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의료인이 의료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기관을 개설해야 하는데(의료법 제33조 제1항, 제90조), 개설된 의료기관은 법률상 당연히 요양기관에 편입돼 요양급여를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문, 제5항, 이른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의료인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험계약을 체결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고려가 결격사유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의료인은 실질적으로 직업선택의 자유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이에 요양기관당연지정제로 인한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 제한은 직업수행의 자유라고 한 헌법재판소의 판단(헌법재판소 2002. 10. 31. 선고 99헌바76판결)이 직업선택의 자유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의료인은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의 역할, 요양급여비용 청구 업무를 하는 경영자의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청구 업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모든 의료인이 허위부당청구로 적발돼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처분, 면허자격 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는 위법행위는 고의에 한정하지 않고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도 당연히 행정처분의 대상이 된다. 국민건강보험법 상에도 고의, 과실을 구분하는 규정이나, 과실의 경우 처분을 감경하는 규정이 없다. 따라서 실제 소송에서 허위, 부당청구된 것이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행정처분이 취소되기는 어렵다. 

    특히, 결격사유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돼 시행되는 경우 요양급여비용청구비율이 높은 필수의료에 대한 전공의들의 기피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한 입법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섯째, 소급입법에 의한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받게 된다. 결격사유 개정안 부칙 제3조 제1항은 제65조 제1항 제2호의2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이후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면허를 재교부받은 사람이 제66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개정법 시행 이전 면허취소처분의 사유가 발생했더라도 개정법 시행 이전 그 면허를 재교부 받은 의료인은 면허자격정지처분을 받더라도 임의적 면허취소처분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개정법 시행 이전 면허취소처분의 사유가 발생했다는 사실관계가 같더라도 개정법 시행 이후 면허를 재교부 받은 의료인의 경우에 면허자격정지처분을 받으면 임의적 면허취소처분 적용대상이 되므로, 소급입법 적용이 문제된다. 

    또한 결격사유 개정안 부칙 제3조 제4항은 제65조 제2항 단서의 개정규정(제8조 제4호에 따른 사유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다시 제8조 제4호에 따른 사유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에 관한 개정 부분만 해당한다)은 같은 개정규정 시행 후 저지른 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즉, 개정법 시행 이전 의료관계법령 위반 외의 범죄행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의 경우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결격사유의 적용대상이 되므로 소급입법 적용이 문제된다. 소급입법은 신법이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지, 아니면 현재 진행 중인 사실관계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지에 따라 ‘진정소급입법’과 ‘부진정소급입법’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헌법상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반면, 후자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소급효를 요구하는 공익상의 사유와 신뢰보호 요청 사이의 교량과정에서 신뢰보호의 관점이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게 된다는 데 차이가 있다(헌법재판소 2001. 4. 26. 선고 99헌바55, 판례집 13-1, 869, 884;헌법재판소 2002. 7. 18. 선고 99헌마574, 판례집 14-2, 29, 43 참조). 

    결격사유 개정안 부칙조항에 의하면, 개정법 시행 이후의 법률관계, 즉 장래 이행기가 도래하는 면허 재교부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다. 이미 종료된 과거의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새로운 법률이 소급적으로 적용돼 과거를 법적으로 새로이 평가하는 진정 소급입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헌법재판소 2009. 5. 28. 선고 2005헌바20 판결 참조). 

    따라서 결격사유 개정안 부칙조항은 의료인의 기존의 법상태에 대한 신뢰를 법치국가적인 관점에서 헌법적으로 보호해줘야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헌법재판소 2003. 9. 25. 선고 2001헌마93등, 판례집 15-2상, 319, 363 참조).

    신뢰보호의 원칙은 헌법상 법치국가 원리로부터 파생된다. 법률이 개정되는 경우에는 기존 법질서와의 사이에 어느 정도의 이해관계의 상충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기존의 법질서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 정당한 반면,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해 새로운 입법으로 달성코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그러한 당사자의 신뢰가 파괴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는 경우, 그러한 새 입법은 허용될 수 없다(헌법재판소 1995. 6. 29. 선고 94헌바39, 판례집 7-1, 896, 910 참조). 이러한 신뢰보호원칙의 위반 여부는 한편으로는 침해되는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정도, 신뢰의 손상 정도, 신뢰 침해의 방법 등과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입법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형량해야 한다(헌법재판소 2001. 2. 22. 선고 98헌바19, 판례집 13-1, 212, 219-220;헌법재판소 2001. 4. 26. 선고 99헌바55, 판례집 13-1, 869, 885-886 참조).

    이같은 의견을 종합하면 입법자는 첫째, 보호가치 있는 신뢰이익이 존재하는가, 둘째, 과거에 발생한 법률관계를 현재의 법으로 규율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무엇인가, 셋째, 개인의 신뢰이익과 공익상의 이익을 비교 형량해 어떠한 법익이 우위를 차지하는가를 엄격히 살펴봐야 한다. 의료인의 결격사유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의 입법목적 필요성은 모든 의료인이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법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의료인의 기본권 침해가 예상되는 결격사유 개정안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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