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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손보험사가 의학적 치료 발목 잡는 이유는...현실과 맞지 않는 2016년 가이드라인

    "하이푸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 과정...자궁적출 아닌 대안 치료 환자 선택권 부여하고 급여화도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2-10-22 10:10
    최종업데이트 2022-10-22 10:1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집속초음파의학회에 따르면 하이푸 치료는 2013년 정부에 의해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데 이어 치료를 확대하면서 의학적 근거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2016년 가이드라인에 폐경기 이후 환자에게 제한적 사용을 하도록 했던 당시 가이드라인이 현실에 맞게 개정되지 않았고, 실손보험사들이 이를 빌미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것이다.  

    학회 성영모 회장은 “예전에는 임신 전에는 하이푸 치료를 꺼렸고 하이푸 치료 후에는 모두 제왕절개술로 분만하는 경향이 있었다"라며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이푸 치료 후 근종 크기가 감소되고 자궁 내막 환경이 개선돼 임신 능력이 향상되는 반면, 난소 기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학회는 갱년기나 폐경기 환자라도 근종으로 인한 증상이 있으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흔히 폐경이 되면 근종의 크기가 작아져서 관련 증상이 사라질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폐경 직전이나 폐경 초반인 50~54세 나이 그룹은 근종 발생률 2위로 보고되고 있다”라며 “압박증상, 부정출혈 등 근종 관련 증상은 폐경이 된다고 해도 근종의 크기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계속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2013년 신의료기술평가 고시에 2016년 가이드라인 제정  

    국내에서는 2013년 신의료기술평가 고시에 따라 하이푸 시술이 시행되기 시작됐다. 고시 등재 이후 국내 하이푸 치료를 하는 병원은 100여곳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하지만 2016년 대한산부인과학회 집속초음파 가이드라인에 따라 폐경기 여성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식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동안 문제되지 않다가 최근 보험회사들로부터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하이푸 치료를 잘 알지 못하는 의료자문 의사들의 의견서를 바탕으로 보험금 지급 거절을 통보하면서 문제로 부각됐다.

    성 회장은 “이전에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을 때에 비해 논문도 많이 나오고 연구결과로 입증되고 있다. 이제는 현실에 맞게 환자의 선택권을 늘리는 동시에 더 나아가서는 급여화가 필요하다"라며 "20, 30대 여성은 물론 폐경기 여성이 적극적으로 자궁근종 치료를 받게 하고 자궁을 끝까지 보존해줄 수 있다”고 건의했다.
     
    산부인과학계에선 아직 가이드라인 개정이 수면 위로 올라오진 않았다. 다만 산부인과집속초음파학회가 의견서를 통해 가이드라인 개정의 필요성을 건의한 상태다.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윤주희 교수는 적절한 하이푸 시술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윤 교수는 “가이드라인 제정 당시 학회에 관여하진 않았으나, 개인적으로 하이푸와 관련한 학술과 임상경험을 통해 효용성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라며 “특정 임상 상황에서 하이푸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에 반대하며, 임상적 상황에 맞게 하이푸가 적절히 활용되면 환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자궁근종을 비롯한 자궁 질환은 여러 진단 수단을 활용한 추적 관찰, 여성호르몬제, 여성호르몬억제제 혹은 진통제 등을 아우르는 비호르몬성 약물치료 등 내과적 치료법을 비롯해 혈관색전술, 하이푸, 근종 수술, 자궁적출술, 자궁경수술, 단일공수술, 복강경수술, 개복수술, 경질수술, 로봇수술 등 매우 폭넓은 임상적 치료 선택 스펙트럼을 지닌다. 그만큼 하나의 치료 수단이 모든 경우를 아우르진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보험회사는 의학적 근거를 인정해야 하며, 학회의 가이드라인 역시 개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수술 아닌 대안 환자 선택권 부여에 급여화까지 추진 

    학회는 환자의 선택권을 넘어 급여화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성 회장은 “이미 증상을 유발할 정도로 자란 자궁근종은 적절한 치료를 해서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또한 자궁근종이 있는 여성이 갱년기 여성호르몬치료를 원할 때도 하이푸 치료가 유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기존의 수술 치료에 비해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보수적인 학계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다만 의학적 필요성에 의해 보험회사가 보험급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하며, 의학적 근거가 명확하다면 장기적으로 급여화를 추진해 환자 입장에서 여러 치료 선택권 중 하나로 열어둘 수 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집속초음파(Focused ultrasound surgery in gynecology) 학술논문에 따르면, 하이푸 치료 후 1년 후 자궁근종 부피 감소율은 평균 50~70%였다. 또한 2018년 2411명을 대상으로 하이푸 치료와 수술 후 결과를 비교한 전향적 연구 논문에서도 1년 후 삶의 질이 하이푸 치료가 수술에 비해 같거나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9988명을 대상으로 한 부작용 논문을 보면 하이푸 치료 후 발생한 부작용 중 99.2%가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정도의 가벼운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2018년 19개 하이푸 센터 2만7035명의 하이푸 치료를 받은 환자에 대한 논문에서는 하이푸 치료의 부작용 비율이 2011년 0.95%에서 2017년 0.28%로 줄었다. 하이푸의 부작용이 0.2%였고 수술 부작용은 12.6%로 하이푸가 수술보다 안전하다는 논문도 나왔다. 

    하이푸 치료는 자궁근종에서 나아가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대되면서 관련 적응증은 무려 170여개에 이른다. 성 회장은 “현재 하이푸는 자궁근종 치료가 가장 많은데 다음으로 간암이 가장 많고 세 번째가 전립선, 유방암이다. 네 번째로 성격장애, 파킨슨 치료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다”라며 “심장에 판막 이상이 생기거나 코 점막이나 인후두에 생기는 비염에도 하이푸를 이용해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성 회장은 이어 “특히 파킨슨병의 하이푸 치료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하이푸가 단순히 자궁근종이나 여성에서 벗어나 적은 부작용으로 증상을 빨리 치료하는데 두루 쓰이고 있다”라며 “유독 한국에서만 보험회사와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이 제한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임기는 물론 폐경기 여성 대상 '자궁지킴이 캠페인'  
     

    이와 함께 학회가 내세우는 것은 자궁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자궁지킴이 캠페인이다. 자궁 근종 환자들이 치료에 대한 거부감으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또한 정기적인 자궁관리 검진 시스템을 구축해 자궁 질환을 조기 발견, 치료해 출산율 향상에 기여하도할 예정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한국의 ‘합계 출생률’은 0.81명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적었던 2019년보다 0.03%를 밑도는 수치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출생률이 직전 해를 밑돈 것은 6년 연속으로 올해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출생률이 1.0을 밑도는 것은 한국 뿐이다.

    성 회장은 "자궁근종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지속적인 자궁출혈, 통증, 빈혈, 압박 증상 등으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된다"라며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자궁이 손상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주저함으로써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친다. 결국 증상이 악화하고 자궁 적출이라는 상황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성 회장은 "게다가 많은 의료진은 이러한 여성의 심리 상태를 헤아리지 못하고 한 번 출산이 끝난 여성의 자궁은 특별한 존재 이유가 없는 기관으로 여긴다. 자궁 근종의 가장 우선적인 치료법으로 자궁적출술을 꼽는다"라며 "그러다 보니 하이푸를 비롯해 여러 보존적 치료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다양한 대안에 대한 충분한 의학적 상담이나 조언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성 회장은 “암을 치료하거나 수술을 하는 의사들조차 자궁 적출을 단순하게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여성 환자 입장에서 제2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자궁 보존은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성 회장은 이런 원인 중에 하나로 한국의 자궁적출 수술비가 너무 싼 것을 꼽으며 "미국만 해도 자궁적출술 수술비가 2000만~3000만원인데 한국은 150만원도 안되다 보니까 더욱 그렇다”고꼬집었다.  

    성 회장은 “경기도와 함께 20대, 30대는 건강한 자궁을 위해 자궁 상태를 확인하고 근종을 미리 발견하는 캠페인을 펼쳐보려고 한다”라며 “폐경기라 하더라도 자궁을 들어내는 치료가 우선이라면 우울증이 뒤따를 수 있는 만큼 자궁을 보존하면서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난희 사업이사는 “의사와 환자가 각종 질환에 대한 치료 시기, 치료 방법을 함께 결정하고 있다. 6년 전 하이푸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보다 논문을 통한 연구결과도 축적된 데다 비수술, 자궁보존적 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치료선택권도 존중돼야 한다"라며 "앞으로 자궁근종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하이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학회 차원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산부인과가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신의료기술 발전을 저해해서는 학문이 발전할 수 없다”라며 “학회 차원에서 산부인과학계 전체에서도 공론화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