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PA' 문제
대한민국의 최고 대형병원들, 지역 거점 대학병원들에는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PA(Physical assistant)’라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의사 인력이 부족한 진료과에서 의사의 보조 임무를 맡는다.
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쯤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의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동안 수많은 대형병원이 필수의료 영역에서 전공의 모집에 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심지어 전공의가 1년차부터 4년차까지 단 한명도 없는 곳들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의사가 없다고 환자까지 없지는 않다. 게다가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인한 쏠림 현상으로, 환자들은 대형병원으로 더욱 밀려들었다. 이로 인해 일부 교수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혔다.
의료 현장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대형병원들은 긴급 처방으로 간호사들 중 몇 명을 뽑아 의사의 보조 임무를 맡겼다. 하지만 이들에게 어떤 업무를 어떻게 맡길 건지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의 고용 목적이 전적으로 ‘부족한 전공의 대체’였기 때문에 수많은 병원들은 전공의 업무, 의사 업무를 이들에게 대신 떠맡기 시작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불법 직업, 처방을 내고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 일을 하는 간호사’라는 ‘회색지대’가 생겨났다. 그리고 이들의 문제가 무려 10년을 지나 이번 강원대병원 실태 고발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기피 진료과에 재정을 지원할 생각이 없는 보건복지부와 의사 인력을 싼 값에 대체하려는 병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PA 규모는 계속 커졌다. 게다가 PA로 의사 인력 충원이 이뤄지면서 기피과를 전공한 전문의들의 미래 취업 수요까지 잠식했고, 이로 인해 전공의 지원율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PA들도 법적으로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만큼, 매일 불법 의료행위를 하면서도 신분의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그런데 사고가 터지자 보건복지부와 병원은 마치 서로 몰랐다는 식으로 PA와 이들의 상관인 교수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런 실태를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무책임한 것이다.
복지부는 재정 절감을 이유로 눈 가리고 아웅하며 PA 문제를 묵인해왔다. 이제 와서 오리발 내민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PA들이 왜 전공의 대체 인력이 됐는지, 대형병원들은 왜 필수의료 영역에서 전공의가 지원하지 않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