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업계는 요즘 비급여 수가 문제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건강보험 체계로의 진입을 계기로 제품이 시장에서 활발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수가가 낮게 책정되면서 사업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탓이다.
7일 의료 AI 업계에 따르면 발단은 지난 10월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과한 영상검사 및 인공지능 수가(안)이다.
당시 건정심을 통과안 안은 분야를 ▲1군 병리검사 ▲2군 특수영상진단(MRI·CT·PET 등) ▲3군 내시경, 초음파 ▲4군 기타로 나누고 각 분야에 대한 별도 수가 금액을 매겼다.
수가 금액은 영상전문의 판독료의 10% 수준으로 책정됐으며, 1군 2920원, 2군 1810원, 3군 1180원, 4군 310원이다. 비급여 상한은 검사비용의 10~30배로 정해졌다.
의료 AI 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 체계로 편입해 시장을 열어주려는 취지지만 비급여에 상한을 뒀다”며 “영상 판독가가 너무 낮은 현실에서 의료 AI 업체들로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의료 AI 기업 최초로 건강보험 비급여 적용을 받은 제이엘케이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상황이다. 2군으로 분류된 제이엘케이의 뇌경색 유형 분류 솔류션 ‘JBS-01K’는 최대 배수 30배를 적용받아 비급여 수가 5만4300원을 적용받게 됐다.
당초 제이엘케이가 책정했던 8만원보다는 낮지만 회사 측은 낮은 가격을 기반으로 오히려 매출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제이엘케이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서는 수가가 높게 책정돼 회사 내부적으로는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환자들 입장에서는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고, 우리도 뇌졸중 확진자 뿐 아니라 의심환자나 건강검진 등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한다”고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4군으로 분류된 기업이다. 심부전 조기 발견 AI 솔루션을 개발한 메디컬에이아이는 원가 등을 감안하면 최소 3만원 수준의 가격이 책정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었지만, 이번 수가안에 따르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9300원(310원의 30배)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메디컬에이아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할 이야기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의료계와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의료 AI 솔루션에 대한 낮은 수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결국 해외진출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 출신 VC 관계자는 “의료행위보다 수가를 더 높게 받을 수는 없는 법이다. 이걸 갖고 뭐라고 한다면 그건 아마추어”라며 “국내 의료 AI 수가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집중해야 프로”라고 말했다.